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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남도의원이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해 학부모와 전화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사실이 아닌 주장을 벌여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갑재 도의원(하동)이 학부모와 했던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내용이 문제다. 이 의원은 학교 급식 식품경비 지원을 중단하고 그 예산(도시군비 643억)을 전용해 사용하는 '경남도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를 대표발의했다.

새누리당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 의장단은 지난 21일 '소득별 선별적 무상급식'을 담은 중재안을 내놓았고, 양산의 한 학부모는 다음 날(22일) 이 의원에게 중재안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새누리당 이갑재 경남도의원.
 새누리당 이갑재 경남도의원.
ⓒ 경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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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시지를 받은 이 의원은 곧바로 학부모한테 전화를 걸어 26분 가량 통화했고, 이 학부모는 통화내용을 녹음해 <오마이뉴스>에 제공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이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오마이뉴스>에 제공했다.

이갑재 의원은 박종훈 교육감과 경남도교육청에 대해 여러 가지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의원이 주장했던 내용을 따져 보니, 사실과 많이 달랐다.

전교조 경남지부장 "지난해 감사 얘기가 나올 때부터 아무 입장 내지 않았다"

이갑재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학교 감사 문제를 언급했다. 홍준표 지사는 2014년 10월 일선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 특정감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박종훈 교육감은 월권행위라며 거부했다. 이후 홍 지사는 "감사 없이 예산 없다"며 무상급식 예산지원을 끊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교육감은 감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학교를 망치는 전교조들이 (감사를) 받으면 다 죽는다며 버티라고 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박종훈 교육감은 경남도의 감사를 받겠다고 한 사실이 없으며, 경남도청과 교육청의 공동감사를 제안했던 것이다.

그리고 전교조 경남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무상급식이나 감사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무상급식 중단 첫날인 4월 1일이 되어서야 전교조 경남지부는 교사 1147명의 서명을 받아 '무상급식 중단 규탄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송영기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지난해 감사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우리는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며 "그런데 무슨 근거로 전교조가 박 교육감에게 감사를 받지 말고 버티라고 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갑재 의원은 24일 전화통화에서 "전교조 출신 참모들이 박 교육감 주변에 많은데 감사를 거부하라는 그분들의 언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며 "내가 표현을 잘못 했다"고 말했다.

이갑재 "박종훈 이후 교육 부분 최하위"... 도 교육청 "전임 교육감 때 얘기"

그는 또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에서 학업성취도평가와 수능평가 성적도 거론되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경남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전국 광역 가운데 14등이고, 수능성적평가는 15등이다"고 말했으며, 문자메시지에서는 "박종훈이 들어오고 나서 교육 부분에서 경남은 최하위다"고 했다.

이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박 교육감 취임(2014년 7월) 뒤에는 아직 실시되지 않았고, 전임 교육감 때인 2013년 6월에 실시했는데 경남은 중학교 12위, 고등학교 13위였다. 그리고 수능시험은 2014년 11월에 실시했지만 아직 교육부는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학교 무상급식 중단을 앞두고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무상급식 정상화'를 위해 등교거부한 뒤 쌍계사 앞 주차장에 모여 간단한 집회를 하고 있다.
 학교 무상급식 중단을 앞두고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무상급식 정상화'를 위해 등교거부한 뒤 쌍계사 앞 주차장에 모여 간단한 집회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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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2013년 11월 수능성적평가 결과 2014년 6월 공개했는데, 그 자료를 보면 등급별 비율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를 알 수 있지 전체적인 등수를 파악할 수는 없다"며 "지금까지 나온 경남의 학업성취도평가나 수능성적평가는 박 교육감 취임 전에 실시했던 시험 자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갑재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처음에는 "박종훈 교육감 말은 하지 않고 지금 교육청 현실이 그렇다고 했던 말"이라고 했다. 기자가 "문자메시지에 박종훈 교육감을 언급해 놓았다"고 하자 그는 "네"라고만 대답했다.

이갑재 "학습지도안 제출하지 않아"... 전교조 "결재 폐지했지만 자율에 맡겨"

교사들의 학습지도안도 거론되었다. 이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전국에서 경남만 2015년부터 교사들이 학습지도안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놓았다, 전교조가 건의해서 교육감이 다 받아주었다"고 말하고, 문자메시지에서 "가르치는 선생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습지도안도 못 쓰게 전교조와 박종훈이 단체협약을 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지도안도 없이, 준비도 없이 그냥 교실에 갔다가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남도교육청과 전교조 경남지부는 지난 4월 2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단체협약에 보면 "교육청은 학급경영, 학습지도안, 주간학습계획을 작성하여 결재하는 것을 폐지하고 형식과 내용을 교사가 자율적으로 작성하도록 하며 이수집계표 수기작성 결재를 폐지한다"고 되어 있다.

송영기 지부장은 "이번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에 전북도교육청 등의 단협을 참고했다, 학습지도안을 교장이 결재하다 보니 교장이 교사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 없앤 것이고 경남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자율성 강화를 하고 있다"며 "교사들은 학습지도안 등을 만들어 교장의 결재를 맡지 않을 뿐이지 학교홈페이지에 올려 알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교육위원회 소속이 아니라 학습지도안에 대해 잘 모른다, 교육계 계신 분이 문자를 보내서 박 교육감이 된 뒤 학습지도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식으로 되었다며 걱정하더라, 그래서 했던 말"이라고 밝혔다.

"급식종사자 1원도 안내" ... "어째서 강탈이냐"

이갑재 의원은 문자메시지에서 "급식조리사 등이 월급 받으면서 밥값을 1원도 안 낸다. 경남 초·중·고 1000개 학교당 10명을 잡으면 한 달에 6억, 10개월이면 60억 이상이다. 아이들 급식비를 강탈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 또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학교 급식비 면제 대상은 교육청이 아닌 학교운영위원회가 결정하고 있다. 무상급식이 실시됐던 지난해까지 대개 학교 교장과 급식소 종사자들은 급식비 면제였다.

정규직 교직원은 급식수당 12만 원 선(월)을 받지만, 급식소 종사자를 포함한 학교 비정규직은 한 푼의 급식수당도 없다. 유상급식으로 전환되면서 학교운영위원회는 대개 급식비 면제를 없앴고, 이에 급식소 종사자들도 급식비를 내고 있다.

황경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급식종사자는 정규직이 받고 있는 급식수당을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급식종사자들은 자기가 지은 밥을 자기 돈을 내고 먹어야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그런데 강탈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니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갑재 의원은 "교육계 있는 분한테서 온 문자를 보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과 다른 얘기한다" 지적에 이 의원 "의정활동에 참고하겠다"

새누리당 이갑재 경남도의원이 무상급식 재개를 호소하는 한 학부모한테 보낸 답장의 문자메시지로, 박종훈 교육감 등에 대해 언급해 놓았다.
 새누리당 이갑재 경남도의원이 무상급식 재개를 호소하는 한 학부모한테 보낸 답장의 문자메시지로, 박종훈 교육감 등에 대해 언급해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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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재 의원은 학부모와 전화 통화하면서 일부 내용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경남도청이 요구했던 '학교 무상급식 특정감사'에 대해, 이 의원은 "급식에 문제가 많다. 떳떳하면 교육청이 감사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는 "서울시가 서울교육청, 대구시가 대구교육청 감사 하느냐"고 반박했다.

또 이 의원은 "교육감 봐서는 돈(예산) 안 준다. 무상급식 중단되었으면 내 잘못이라 뉘우치고 도의원과 도지사를 찾아가서 고개 숙이고 해야지. 나도 친구한테 돈 빌릴 때는 고개 숙인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는 "도지사와 교육감이 동급인데 무슨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박종훈 교육감이) 최소한 의장단을 찾아와서 무상급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는 협상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부모는 "그러면 도지사 분은 협상을 잘하느냐"고 받아쳤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도 언급했다.

학부모는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를 대표발의 했던데, 1년에 5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한 달이면 4만 원이 조금 넘는데 그 돈으로 사교육은 받을 수 없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500만 원씩 도와주면 좋지만 재정이 안된다. 1년에 50만 원이면 아이들 교육에 아주 약으로 쓸 수 있다. 있는 집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자 키우는 집은 50만원 주니까 최고라고 보듬어 주더라. 돈의 가치가 다르다"고 말했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신청과 관련해, 학부모는 신청서류가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새내기 공무원들이 법과 규정을 100% 적용하다 보니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는 "서류 접수를 융통성으로 하나, 정석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지시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학부모가 "의무교육이다. 밥만큼은 평등하게 먹을 수 있게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헌법 조항을 보니 의무교육은 있지만 밥도 공짜라는 규정은 하나도 없다"고 했고, 이에 학부모는 "공짜가 아니라 우리가 다 낸 세금이다. 왜 공짜냐"고 받아쳤다. 그러자 이 의원은 "세금으로 밥 먹이라는 규정은 하나도 없다"고 하자, 학부모는 "애들 밥 못 줄 정도로 예산이 없다면 그 돈 어디에 쓰는 거냐"고 말했다.

기자가 "교육계 인사로부터 받은 문자라도 검증을 한 뒤에 학부모한테 전송해야 하고, 학부모는 의원이 하는 말이거나 받은 문자라면 사실인 줄 알게 된다. 말하거나 문자를 보내기 전에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이 의원은 "그렇네요"라 하면서 "의정활동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전화 통화했던 학부모는 "처음에는 이 의원과 전화 통화하면서 모두 사실인 줄 알았다. 뒤에 사실이 아닌 주장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중에라도 다시 전화를 걸어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데, 아직 아무 연락이 없다"며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무상급식, #이갑재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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