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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플라자 붕괴당시 모습
 라나플라자 붕괴당시 모습
ⓒ 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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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오늘인 2013년 4월 24일. 의류공장으로 이용되던 방글라데시의 무허가 증축 건물이 무너지면서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1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5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참사였다. 이전에도 방글라데시에서는 열악한 의류공장 환경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라나 플라자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와 방글라데시 정부는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안과 피해자 및 유가족들을 위한 보상안을 마련했다.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들은 처음에는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국제사회의 공분에 놀라서 피해자 보상에 적극 나설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상금으로 3천만 달러 이상이 필요한데도 현재까지 모인 기금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계속되자, 베네통은 지난주에야 겨우 백만 달러를 내놓았다. 이처럼 지금까지 몇몇 업체들만 희생자기금(Rana Plaza  Donors Trust Fund)에 보상금을 내놓았다.

지금까지도 월마트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다 보상금을 내는 기업들도 지급을 미루거나 생색내듯이 소액만 내놓으면서, 참사 피해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은 계속 고통 받고 있다.

2년 전 오늘 1138명이 몰살 당했다

칠드런스 플레이스 본사 앞에서 시위 중인 방글라데시 노동활동가 칼포나씨와 라나 플라자 참사 생존자 마니르씨.
 칠드런스 플레이스 본사 앞에서 시위 중인 방글라데시 노동활동가 칼포나씨와 라나 플라자 참사 생존자 마니르씨.
ⓒ Labour Behind the R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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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에는 라나 플라자 참사에서 생존한 18살 여성 노동자 마니르 베굼(Mahinur Begum)씨를 포함한 시위대 30명이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의류 브랜드 '칠드런스 플레이스(Children's Place)' 본사 앞에서 평화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은 칠드런스 플레이스의 하청을 받아 일하던 노동자들이 라나 플라자 참사로 희생됐는데도 고작 45만 달러의 보상금만 내놓은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 머나먼 미국까지 가서 시위를 벌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참사 생존자들은 각종 후원기금 행사에 동원되고도 정작 본인은 한 푼도 받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불어 정부 주관으로 피해자 후원기금을 모금하고도 상당 금액을 쌓아둔 채 보상 받은 피해자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라나 플라자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세월호 참사의 그것과 닮았다. 참사 초기에 약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보상금액의 규모와 지급을 가지고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참사를 겪었음에도 이를 교훈삼아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참사 이후 방글라데시 정부와 의류 브랜드들은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방글라데시 정부는 노조 설립을 보장하고 노조원에 대한 탄압 등을 포함한 사측의 반인권적인 조치를 감시하도록 한 법안을 마련하긴 했다. 하지만 정작 이 법의 적용에 대해서는 노동부의 자유 재량권에 맡겨둔 채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방글라데시 의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여전히 폭력 등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 상당수가 여성인 의류공장에서도 산후유급휴가는 인정받기 어렵고, 임금체불이 계속돼도 노조를 만들기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2일, 세계적인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도 보고서를 내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마련된 법안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방글라데시 정부의 정치적 의지와 집행력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청업체를 비롯한 의류기업들도 의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영원무역을 비롯한 한국의 많은 의류업체들이 방글라데시에서 의류 브랜드들의 하청을 받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인정을 비롯해 노동조건 개선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2015년 4월 24일에 전 세계에서 라나플라자 참사 2주기 추모 시위 및 행사가 벌어지는 곳 표시
 2015년 4월 24일에 전 세계에서 라나플라자 참사 2주기 추모 시위 및 행사가 벌어지는 곳 표시
ⓒ 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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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플라자는 자본에 종속된 우리의 미래"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해상안전과 관련한 법을 쏟아냈지만 이 중 실효적으로 처리된 안건은 거의 없다. 더불어 해상안전과 관련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형 여객선으로 분류되는 선박은 재정을 이유로 제대로 된 안전수칙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가디언>지는 라나 플라자 사건을 두고 "자본주의의 과거가 아니라 자본에 종속된 우리들의 미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건물, 선박을 불법 증축하고 안전 설비 및 규정들을 무시한 채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행태는 비단 이 두 사건에서만 목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되는 모습이다. 방글라데시와 한국은 지금껏 소위 '경제성장'에 눈이 멀어 현실을 외면해 왔고 결국 수많은 꽃다운 생명들을 그 대가로 치르고 있다.

라나 플라자 참사 2주기인 오늘, 한국에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법 개악을 '경제 살리기'란 이름으로 추진하는 정부와 기업에 맞서서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인다. 방글라데시는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도 라나 플라자 2주기를 맞이해 추모 시위와 행사가 벌어질 예정이다. 비극적인 참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지구촌 곳곳의 목소리를 정부와 기업은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제민주연대 이상희 인턴이 썼습니다.



태그:#라나플라자, #세월호, #기업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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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는 2000년 창립이래로 인권과 평화에 기반을 둔 국제연대 사업을 통해 해외한국기업감시 및 민주주의와 인권연대활동,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감시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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