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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인 내 얼굴을 이리 화끈거리게 만드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에 목사들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지난 17일 언론의 사회면은 온통 목사들의 범죄 목록을 나열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목사들의 부끄러운 단으로 채워졌다.

언론은 일제히 수사관을 사칭하여 보이스피싱으로 거액을 편취한 중국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국내 인출책으로 검거된 사람이 목사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검거된 정아무개 목사(52)는 전라남도 A교회의 담임목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 목사는 지난 7일 서울 가락동의 은행 두 곳에서 자기 계좌로 입금된 8200만 원을 인출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기고 81만 원을 보수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목사는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여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려다 은행 직원의 신고로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되었다.

자녀 등록금 내려고 보이스피싱... 취미 때문에 절도를?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강만원 지음 / 창해 펴냄 / 2015. 3 / 290쪽 / 1만5000원)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강만원 지음 / 창해 펴냄 / 2015. 3 / 290쪽 / 1만5000원)
ⓒ 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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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목사는 경찰조사에서 "성도가 60∼70명 정도 되지만 대부분 고령이라 헌금이 많지 않고, 월급은 매달 180만 원으로 고정돼 있다"라며 "자녀 3명의 대학 등록금을 대느라 2천만 원 정도 빚이 있어 돌려막으려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목사는 이걸 변명이라고 한 것 같은데 아무리 힘들어도 이건 아니다 싶다. 일반인도 그러면 안 된다. 하물며 높은 도덕적 수준을 요구받는 종교 지도자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기 치는 일에 가담하기보다 차라리 막노동이라도 하는 게 맞다.

요즘 실제로 대리기사나 주유원,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자라는 생계비를 마련하는 2중직 목사들이 많다. 전국 교회의 60% 이상이 목사에게 최저생계비조차 지불할 수 없는 미자립교회이다 보니 생겨난 목회자의 새로운 풍속도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감리교의 경우 이런 미자립 상태가 10년째 고착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동네를 돌며 비싼 자전거를 훔쳐 판 목사도 있다. 인천의 성도 20여 명이 모이는 B교회의 이아무개(52) 목사가 지난 8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목사는 인천 남구의 한 길가에서 600만 원 상당의 자전거를 훔쳐 교회의 창고로 옮겨놓았다. 밤늦게 이 자전거를 찾으러 갔다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 목사는 지난해 6월부터 고급 자전거를 훔쳐왔으며 창고에는 30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이는 경찰 추산으로 1300만 원어치에 이른다. 이 목사는 경찰에게 "평소 자전거를 좋아했는데, 자전거를 많이 수집해 전시하고 싶어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목사라고 취미를 갖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당연히 자전거 수집도 좋은 취미 중에 하나라고 하겠다. 하지만 자신의 취미를 위해 도둑질을 감행하는 짓은 파렴치 자체다. 그것도 목사가 그런 짓을 저지른다는 건 용납될 수 없다.

1년 만에 목사 안수? 너무 쉽게 된다

요즘 목사들이 왜 이래? 정말 이 말을 하고 싶다. 목사인 나도 이 말을 마구 쏟아내고 싶은데 일반인들은 어떨까. 아니 그들을 교회의 지도자로 둔 성도들은 어떨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픈 목사의 심정이다. 이런 목사들의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접해서인지 요즘 읽은 책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강만원 지음, 창해 펴냄)의 내용이 올올히 가슴팍에 들어와 박힌다.

저자 강만원은 성직주의에 반대하여 만인제사장주의에 입각한 원형교회(아르케교회)를 주창한다. 강만원은 목사가 아닌 평신도로서 목사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대형교회의 물신주의, 목사제도의 비성경적 요소, 절망적인 개신교 신뢰도 문제, 목사들의 비리와 타락 등을 여과없이 다루고 있다. 특히 목사제도 폐지를 강력이 주장하고 있다.

"목사는 종교개혁 이후 만들어진 종교적 직분으로 개신교의 새로운 성직자다. 그러나 '목자' '목양자' '양치는 자'로서 섬기는 종의 역할 외에 사실상 '가르치는 장로'로서 목사의 의미가 전혀 없는 '포이맨'은 대부분의 한글 성경은 '목사'로 오역했다."<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29쪽

"한국교회가 부패의 사슬을 끊기 위한 선행조건이 바로 목사를 교회의 권력자로 부추기며 지배자로 타락시키는 담임제도, 당회장제도의 완전한 철폐이다. 성경에는 목사가 없다. '포이맨'으로서 목자, 목동이 있을 뿐이며 주인의 소중한 재산인 양을 지키는 종에 불과하다."-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34쪽

저자의 의견에 다 동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목사제도의 잘못된 점은 목사인 나를 포함하여 한국교회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또 저자는 "한국교회를 유례없는 타락의 길로 이끈 요인은 단순히 목사들의 저급한 자질 때문이 아니라 신앙의 근본적인 말씀에 관한 본질적 문제"라며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성경해석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얼마 전 지인이 목사안수를 받는다며 초청장을 보내왔다. 그런데 참 어리둥절했던 건 그가 신학교에 다닌다고 했던 게 1년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고 잠시 대학이란 걸 다녔다. 일주일에 하루씩 갔다. 그리고 신학교라며 또 그렇게 일 년 남짓, 그러더니 목사안수를 받는다는 소식이다.

또 다른 이는 아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했다. 2년도 안 되어 목사안수를 받고 돌아왔다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미국 행 비행기 안에서 목사안수를 받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탄생한 목사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이들은 다 목회자의 자질이 없다는 논리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다만 목사 되기가 이리 쉬우니(대부분의 목사는 이렇게 탄생되지 않는다) 그들에게서 고도의 도덕적 기준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불편하지만, 목사가 꼭 읽어야 할 책

허! 이걸 어째야 하나? 정말 난감하다. 하긴 신천지의 이만희는 어디 성경에 선지자들이 신학교 나와서 목사안수 받았느냐고 일갈하기는 한다. 그것은 기독교에서 이단이라고 하는 이의 말이니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다. 목사안수의 남발,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오던 일이다. 그러나 정식으로 6년 코스를 한다 해도 목사의 자질은 항상 도마 위에 오른다.

목사를 정면으로 해부하며 도전하게 만드는 책이 읽는 내내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목사제도뿐 아니라 교회개혁과 헌금, 특히 십일조에 대하여, 방언과 은사에 대하여, 기복신앙에 대하여, 비판과 회개 그리고 용서에 대하여, 사랑과 시험에 대하여 성경에 어긋난 현실을 비판한다.

내가 읽은 책 중에 이리 불편한 책은 없었다.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는 처음 쪽서부터 끝 쪽을 닫을 때까지 심기가 이리 불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심기가 불편해도 한국교회의 목사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도둑질에, 성폭행에, 하다하다 보이스피싱 인출책까지 맡는 지경에 이른 목사들이면, 평신도 강만원의 채찍을 따끔하게 맞아야 하지 않겠는가.

○ 편집ㅣ박혜경 기자

덧붙이는 글 |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강만원 지음 / 창해 펴냄 / 2015. 3 / 290쪽 / 1만5000원)

※책 뒤안길-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길일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려고요.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 성경 해석의 오류와 신앙의 일탈

강만원 지음, 창해(2015)


태그:#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강만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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