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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지친 몸과 마음으로, 결국 극단에 서 있는 실종자 가족들… 그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과 단원고 교사 양승진·고창석,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이영숙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결국 극단에 서 있는 실종자 가족들… 그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과 단원고 교사 양승진·고창석,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이영숙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 세월호 가족협의회, 이동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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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종자 엄마·아빠예요. 우리는 특별법을 얘기할 수도 없고요, 진상규명을 얘기할 수도 없고요. 시행령을 얘기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을 살고 있으니까… 내 딸이 그 바닷속에 있으니까…."

지난 23일 오후 2시 15분께, 경기 안산 한사랑병원. 3평이나 될까 말까 한 작은 병실 침대 위에서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환자복을 입은 채 왼쪽 손목에 링거 주사를 꽂은 이씨는 몇 마디 하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울음과 신음이 한데 섞여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옆에 앉아 있던 실종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도 고개를 푹 숙이고 내내 눈물만 흘렸다. 이금희씨의 오열과 독백이 번갈아 이어지는 가운데, 병실에서는 '찰칵찰칵' 사진기 셔터 소리만 무심히 울려 퍼졌다.

앞서 이씨의 남편 조남성씨가 '세월호 인양 발표에 대한 미수습자 가족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 요지는 세 가지였다. ▲ 정부의 인양 발표를 환영하며, 약속을 끝까지 지켜달라는 것 ▲ 실종자 가족도 인양 작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것 ▲ 세월호 가족들이 거리에서 다치지 않도록,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나서 달라는 것.

9명 실종자 가족 중 2명의 가족만 참석한 기자회견이었지만,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실종자 가족들이 낸 첫 번째 목소리였다. 내용은 지난 22일 세월호 인양 결정 발표가 난 뒤 유가족들의 모임인 4.16가족협의회가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기자회견문 말미,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 당부 말씀드린다. 부디 세월호 가족·부모들을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는 문구에 눈길이 갔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현 4·16국민연대)는 참사 후 유가족을 돕기 위해 모인 시민단체 연대기구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주장하며 광화문 광장 등에서 유가족·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언론이 시작하면 번지고 번지니까... 그렇게 하지 말아주세요"

왜 이 두 가족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시행령 폐기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것일까? 왜 이들은 자신을 돕고 있는 시민단체들을 향해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일까. 이금희씨는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하는 것도 싫다고 했다. 그는 "더 이상 과격한 투쟁의 현장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나는 우리 엄마들이 거기(광화문 광장 등) 가서 그렇게 자는 거 싫습니다. (…) 내가 (유가족들을) 폭도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고요. 언론이 한 번 그렇게 (폭도라고 규정하기) 시작하면 번지고 번질 거 아니예요?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요. 가족 뒤에서 도와주는 국민대책위, 정말 부모들 그렇게 욕먹게 하지 말고 바로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요.(…) 잘 이끌어달라고요, 가족들 그런 욕 먹지 않게요." 

오히려 이씨가 우려했던 건 세월호 유족들이 언론에 의해 '폭도'로 매도되는 것이었다. 이씨는 "언론이 그렇게 시작하면 번지고 번지게 된다.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언론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 대한 원망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병실 침대 위에는 실종자 조은화양 부모 조남성·이금희씨(오른쪽),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왼쪽)가 나란히 앉았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은화어머니는 이미 많이 흥분해 지쳐 있는 상태였습니다. 기자회견은 20여분 만에 끝이 났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병실 침대 위에는 실종자 조은화양 부모 조남성·이금희씨(오른쪽),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왼쪽)가 나란히 앉았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은화어머니는 이미 많이 흥분해 지쳐 있는 상태였습니다. 기자회견은 20여분 만에 끝이 났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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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를 놓고 일부 보수 언론과 종합편성채널들은 앞다퉈서 '불법 집회'라고만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이날 두 실종자 가족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채널A>는 "세월호 실종자 유족 2명, '폭력 시위' 중단 촉구"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화면 하단 자막인 '단원고 실종 가족, "폭력 집회 그만"'과 화면 상단 자막의 '유족도 "폭력시위 그만"'까지 더하면, 기사는 온통 '폭력 집회'란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씨는 유족들의 요구가 이렇듯 '폭력 집회'로 매도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정부가 세월호 인양에 소극적으로 돌아설까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 희생자 유가족과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의 처지는 다를 것이다. "나랑 (은화랑) 바꿨으면 좋겠어, 내 딸이 거기 있는 게 너무 속상해 죽겠어…"라며 '울부짖는' 이씨의 모습에서 실종자 가족의 초조함과 두려움이 읽혔다.

"우리만큼 따지고 싶고 우리만큼 억울한 사람이 어딨어요. 우리만큼 억장이 무너지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런데 우리는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있잖아요. 우리는 딱 하나만 얘기하고 있잖아요, 딱 하나만… 내 딸 찾아달라고, 제발 내 딸 찾아달라고. 그런데 그게 잘못된 거냐고요. 인양해서, 앞으로 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요. 앞으로 얼마나 더 우리 딸이 거기 있을지 몰라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병원으로 급히 달려온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고 유예은양 아버지)은 "실종자 입장에서는 그간 (정부를 향해) 하고 싶은 얘기를 못 해온 게 사실"이라며 "결국 실종자들을 수습하는 것은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은) 1년 넘게 자녀들이 못 돌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그분들 심기라도 건드려 (인양) 작업이라도 안 하면 어떡하나 불안했을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종자 가족분들께서 심신이 많이 미약해진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결국 극단에 서 있는 실종자 가족들. 이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과 단원고 교사 양승진·고창석,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이영숙씨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가족들은 가슴 속 피눈물을 흘리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다음은 실종자 가족 이금희씨의 발언 요지문이다.

"우리 딸이 왜 실종자야, '미수습자'지... 자기들이 안 찾아주는 거잖아"

- 오늘 국민대책회의 관련해서, '가족들이 폭도로 될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는 게 무슨 뜻인가? 

"저희는 알아요. (지난해 세월호 수색)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현철이 아빠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빈 적이 있어요. 우리 현철이 좀 찾아달라고. 그랬더니 이주영 장관님이 '어떻게 하냐'고,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어요. 그건 저희 부모들이 (정부에) 매달리고 있는 거잖아요, 아이 좀 찾아달라고. 근데 그 기사가 어떻게 난 줄 아세요? '실종자(가족)를 위로하는 이주영 장관'으로 났습니다.

처음에 사고 현장에서 해경이 30분을 잠수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잠수할 수 있는 장비가 있습니다. 해경에선 그걸 쓰지 않고 '이걸 쓰겠습니다'라는 브리핑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진도 체육관) 강당으로 쫓아 올라갔어요. 그럼 더 긴 잠수탱크를 써야 할 거 아니냐고, 애들 다 죽일 거냐고. 그랬더니 제가 선동꾼 엄마가 돼 있더라고요. 

엄마들이 왜 거기(광화문)에 가 있는지 나도 알아요. 너무 억울해서. 우리 부모들요, 그냥 그대로 다 본 사람들이에요. 자식들이 그냥 죽는 거, 다 가라앉는 거…. 얼마나 억울할까요, 얼마나 분할까요?(오열). (…) 방송이 그렇게 많이 보도해줘요. 그런데 그게 한 번 되고 두 번 되고 그러면 여론이라는 건 돌아서게 마련이고요. (그래서) 나는 우리 엄마들이 거기 가서 그렇게 (농성하고) 자는 거 싫습니다. 

나, 실종자 엄마예요. 저 (4월) 16일 날 (사고) 현장에 300톤 배 타고 들어갔는데... (…) 박근혜 대통령이 '보상하겠다. 일상생활로 돌아가라. 나 너희들 아픔 안다. 조속히 해결해주겠다'고 발표했죠. 어제도 TV를 통해 세월호 인양 얘기를 보고 있었는데, (인양해도) 빠르면 1년, 뭐가 생기면 1년 반, 또 뭐가 생기면 2년까지 갈 수 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내 딸이 거기(세월호에) 있어요. 내가 인양 발표 때까지는 괜찮을 거 같은데(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딸이 거기에서 못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무서움, '내 딸이 거기에서 얼마나 아플까'라는 무서움... 우리는 이런 거 모르는 엄마들이에요. 이런 일 당해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요. 누가 애들을 수학여행 보내면서, 배 태워 보내면서 내 딸이... 으흑... 내 딸이 일 년 넘게 그 속에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했냐고요.

"우린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을 살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참사 현장을 찾았다. 참사 현장을 찾은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언니 서윤씨가 세월호를 붙잡고 있는 노란 부표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 손 뻗으면 닿을 듯...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참사 현장을 찾았다. 참사 현장을 찾은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언니 서윤씨가 세월호를 붙잡고 있는 노란 부표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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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폭도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고요. 언론이 한 번 그렇게 (폭도라고 매도하기) 시작하면 번지고 번질 거 아니예요.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요. 가족 뒤에서 도와주는 국민대책위, 정말 부모들 그렇게 욕먹게 하지 말고 바로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요. 우리요, 실종자 엄마·아빠예요. 우리는 특별법을 얘기할 수도 없고요. 진상규명을 얘기할 수도 없고요. 시행령을 얘기할 수가 없어요. 

우린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을 살고 있으니까, 내 딸이 그 바닷속에 있으니까. 우리만큼 따지고 싶고 우리만큼 억울한 사람이 어딨어요. 우리만큼 억장이 무너지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런데 우리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있잖아요. 우리는 딱 하나만 얘기하고 있잖아요, 딱 하나만... 내 딸 찾아 달라고, 제발 내 딸 찾아 달라고. (오열) 그런데 그게 잘못된 거냐고요. 

인양하는데, 앞으로 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요. 앞으로 얼마나 더 우리 딸이 거기 있을지 몰라요. 생각해보세요. 제가 진도에 있을 때 기자분들이 나한테 뭘 원하냐고 물어봤어요. 우리 딸이요. 내가 내 딸을 못 보는데, 내가 내 딸 (못 찾을까봐) 평생 두려워해야 하는데. 내 딸이 세월호 속에 있는데. 왜 실종자냐고요, 미수습자잖아. (오열) 왜 실종자냐고요, 세월호 속에 있는데….

잘 이끌어 달라고요. 가족들 그런 욕 먹지 않게요. 가족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끔요. 제 자리 찾을 수 있게 끔요. 아, 나랑 (은화랑) 바꿔서 있었으면 좋겠어. 내 딸이 거기 있는 거 너무 속상해 죽겠어. 이런 말이 어딨냐고요. 어떻게 실종자야, '미수습자'지. 자기들이 안 찾아주는 거잖아."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실종자 기자회견, #세월호 실종자, #안산 실종자, #실종자 가족, #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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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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