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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경찰서 대신파출소 신호선 소장
 여주경찰서 대신파출소 신호선 소장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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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주인공은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의 작은 파출소에 근무하는 신호선 소장(경감, 57세)와 일곱 명의 경찰관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지난해 2월 11일 경찰관 인사이동 때 인근 이천경찰서에서 여주경찰서 대신파출소장으로 부임한 신 소장은 지역 현황과 파출소의 주요 업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술만 마시면 수시로 '자기 딸이 없어졌다'고 신고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신호선 소장은 "실종 사건의 경우 중요 사건이기에 하루에 여러 차례 신고한다고 해도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볍게 다룰 수 없다"며 "우선은 민원인을 만나 상황을 알아 볼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신 소장에 따르면, 매일 전화를 하는 이 남자는 50대 중반의 주민으로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으나, 건강이 매우 쇠약하여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에 간질환도 앓고 있었다. 더욱이 이에 더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술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생활에 대해 알게 된 신 소장은 면사무소 복지담당자와 학교에 생활에 대한 지원 여부와 딸 A양의 학교 생활 등을 알아보고, A양에게 조심스럽게 형편을 물어봤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조금이나마 정부 지원이 있는 것과 A양도 학교에서 원만한 교우관계를 보이며 '스튜어디스'가 되기를 꿈꾸는 평범한 소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가정을 방문해 A양 아버지의 건강과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살피다보니 A양 아버지는 그간의 어려움 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신 소장은 A양이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 여주시 대신파출소 신호선 소장(왼쪽에서 두 번째)와 파출소 직원들(나머지 4명은 교대 근무 관계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여주시 대신파출소 신호선 소장(왼쪽에서 두 번째)와 파출소 직원들(나머지 4명은 교대 근무 관계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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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이 3조 2교대로 근무하는 파출소의 형편상 교대 시간에 맞춰 직원들에게 A양의 사정과 형편을 설명한 결과 직원들이 함께 돕자는 의견을 모았고, 지난해 3월 처음으로 10만 원을 A양의 통장으로 송금한 후 지금까지 월급날인 매월 20일이면 직원들이 모은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신호선 소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A양은 자신의 꿈과 계획에 대해 분명한 목표가 있어 대견스러웠다"며 "저도 딸이 둘 있는데, A양 아버지에게도 말했지만 딸 가진 아버지로서도 A양이 꿈을 실현하길 응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골 파출소 경찰관 8명의 선행이 1년이 넘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혹시라도 A양의 이야기가 알려지면 상처받을 것을 염려한 신호선 소장과 경찰관들의 묵시적 '보안 유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여주경찰서의 한 위원회에 참여하는 지역주민이 알게 되면서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인터뷰 내내 신호선 소장은 "한창 예민한 나인데 혹시라도 아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스럽다"며, "어려운 형편에서 꾸는 꿈을 아이들을 지켜주는 것도 치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라도 A양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려고 하는 시골파출소 경찰관들의 사랑의 실천은 지금 우리 사회에 진심으로 필요한 또 하나의 일상이라고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한강신문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여주시, #경찰, #소녀, #키다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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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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