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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용연저수지 풍경.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로 알려진 전남 무안군 무안읍에 있다.
 무안 용연저수지 풍경.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로 알려진 전남 무안군 무안읍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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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보이는 산자락이 하얗다. 때 아닌 눈이라도 내린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하얀 새들이 내려앉아 있다. 산자락을 백로와 왜가리들이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읍 용월리 상동마을에 있는 청용산이다. 이른바 '학마을'이다.

겉보기에만 새들의 땅이 아니다. 법적으로도 보장된 백로와 왜가리들의 땅이다. 새들이 사는 이 서식지가 정부에 의해 천연기념물(제211호)로 지정돼 있다. 1968년부터다. 청용산이 백로와 왜가리의 땅이라는 걸 공인받은 셈이다.

새들의 날갯짓이 부산하다. 부리에 먹이를 물어오는 새가 보인다. 나뭇가지에 올라앉아 서로 몸을 부대끼며 사랑을 나누는 무리도 있다. 비행 시범이라도 보이는 양 환상적인 날갯짓을 뽐내는 새도 있다. 지난 22일 해질 무렵 만난 무안 청용산 풍경이다.

주민과 함께 어울려 사는 새들

무안 상동마을 풍경. 백로와 왜가리들의 나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펼쳐진이다.
 무안 상동마을 풍경. 백로와 왜가리들의 나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펼쳐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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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날갯짓이 부산한 인공 섬. 무안 상동마을의 용연저수지 풍경이다.
 새들의 날갯짓이 부산한 인공 섬. 무안 상동마을의 용연저수지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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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백로와 왜가리 무리. 무안읍 상동마을 용연저수지 풍경이다.
 평화로운 백로와 왜가리 무리. 무안읍 상동마을 용연저수지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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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편에 자리한 전망대에 올랐다. 일반 양옥처럼 평범하게 생겼다. 대형 망원경으로 새들을 살펴보는 공간이다. 산자락의 나뭇가지에 무리지어 있는 새들이 한눈에 다 보인다. 깃털 속까지도 선명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새들에게로 가까이 다가간다. 용연 저수지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둥근 섬 바로 앞이다. 이 섬에도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불과 10여m 떨어져 있다. 새들에게 적이 될 수 있는 인간이 다가왔음에도 새들이 미동도 하지 않는다.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일반적인 철새 탐조와 많이 다르다. 새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서 볼 필요가 없다. 새들은 사람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주민과 친해진 덕분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다.

용연저수지와 인공 섬. 상동마을 앞 저수지 풍경이다.
 용연저수지와 인공 섬. 상동마을 앞 저수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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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마을 용연저수지 풍경. 물 속에 반영된 그림자까지도 아름답다.
 상동마을 용연저수지 풍경. 물 속에 반영된 그림자까지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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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들의 서식지와 마을이 바짝 붙어 있다. 마을 바로 앞이 청용산이고 용연저수지다. 그럼에도 마을주민들이 새들을 아끼고 돌봤다. 주민은 새들이 싫어할 만한 일도 하지 않았다. 새에 해를 끼칠만한 사람들의 접근도 막았다.

무리 지어 사는 새들의 울음 소리는 소음 수준이다. 수백 마리의 개구리가 한꺼번에 우는 것 같다. 새들의 배설물도 상당하다. 하지만 주민들은 부러 개의치 않았다. 신경 쓰지 않을 뿐 아니라 불편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되려 주민들은 백로와 왜가리를 아끼며 보호한다. 행여 새들이 놀랄까 봐 큰 소리도 내지 않는다. 차량의 경적도 울리지 않는다. 새와 함께하는 생활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자연스레 백로와 왜가리의 서식지가 마을의 상징이 됐다.

외지인들이 가끔 새를 보러 찾아온다. 마을 부녀회에서 담그는 전통 장류의 상표도 '학동네 전통장'이다. "동네 주민들이 전통방식으로 장을 담그고 있는디, 학들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라" 마을에서 만난 한 부녀회원의 말이다.

용연저수지 둔치. 아름드리 나무가 조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다.
 용연저수지 둔치. 아름드리 나무가 조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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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저수지 둔치. 길지 않는 길이지만 제법 운치가 있다.
 용연저수지 둔치. 길지 않는 길이지만 제법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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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저수지와 청용산. 백로와 왜가리가 산자락에 희끗희끗 보인다.
 용연저수지와 청용산. 백로와 왜가리가 산자락에 희끗희끗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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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 백로와 왜가리가 찾아드는 건 춘분을 전후해서다. 백로와 왜가리는 여기서 봄과 여름을 지낸다. 알을 낳고 번식도 한다. 찬 기운이 일기 시작하는 10월쯤 따뜻한 남쪽을 찾아 날갯짓을 시작한다.

마을에 새들이 찾아든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였다. 백로 2000여 마리와 왜가리 500여 마리가 날아들면서 서식지를 이뤘다. 해오라기도 함께 찾아왔다. 주민과 새가 어우러져 같이 산 지 50여 년 됐다. 오랜 환경 친화 마을이고 학마을이다.

왜가리의 나는 모습. 용연저수지의 둥근 섬을 향하는 자태가 매혹적이다.
 왜가리의 나는 모습. 용연저수지의 둥근 섬을 향하는 자태가 매혹적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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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의 사랑. 먹이를 물어와서 새끼에게 전해주는 어미의 모습이다.
 왜가리의 사랑. 먹이를 물어와서 새끼에게 전해주는 어미의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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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무안나들목에서 1번 국도를 타고 무안읍(무안군청) 방면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에 ‘백로·왜가리 집단서식지’ 입간판이 있다. 여기서 무안군상수도사업소를 지나 농로를 따라 가면 학마을에 닿는다.



태그:#학마을, #상동마을, #용월리, #백로왜가리서식지, #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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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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