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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10시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제7회 전국장애인 문학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나는 주최 측인 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일주일에 한 번 장애인을 대상으로 글짓기 지도를 하고 있는데, 지난 21일엔 문학 공모전 시상식이 있으니 수업 대신 그곳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시상식장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원탁 테이블을 중심으로 둥글게 의자가 놓여 있고 시상대 좌측으로는 뮤즈앙상블 단원 10명이 축하 연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상대 뒤쪽으로는 커다란 현수막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었다. 저만치 심사자석에 문광영 회장님도 보였고 맞은 편에 인천작가회의 회장 문계봉 시인의 모습도 보였다.

시간이 되자 곧 식전 행사가 시작됐다. 성악가 정진경의 잔잔한 곡이 흘러넘쳤고,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 Writer) 이성균 목사의 기타 연주, 힛츠(H.I.T.S)의 스트릿댄스가 흥을 돋웠다. 이어서 뮤즈앙상블 단원들의 감미로운 선율이 식장 분위기를 한껏 달구기도 했다. 정옹충 중구장애인복지관장의 인사 및 경과 보고가 있었고, 이어서 교통방송의 박미선 아나운서의 사회로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지원처장, 기호일보사장, 중구청장, 기아대책 중구지역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어서 문광영 인천문협회장의 운문 심사평, 문계봉 인천작가회의 회장의 산문 심사평이 있었다.

중구장애인복지관이 해마다 개최하는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은 올해로 7회째를 맞이했다. 해마다 참여자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복지관 측은 행사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장애인에게 문학을 통해 장애로 인한 신체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다양한 문학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 잠재된 문학적 능력과 역량을 발굴하고 나아가 사회참여의 기회 제공 및 장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유도한다."

올해의 작품 등록 현황은 시 586편을 비롯해 소설·수필·동화 146편, 시나리오 2편 등 총 734편의 문학 작품이 출품됐으며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다른 어떤 문학 공모전보다 수준 높은 공모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모두 17명의 참가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대상 수상자에겐 상장과 상금 100만 원 상품권이 주어졌다. 금상 1명에겐 상장과 70만 원, 은상 2명에겐 상장과 30만 원, 동상 3명에겐 상장과 20만 원, 가장 10명에겐 상장과 1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부상으로 받았는데, 영예의 대상은 시나리오 '언제나 장미가 피어있는 곳'을 출품한 이영열씨가 차지했으며 금상엔 시 '낙관' 외 2편을 출품한 김혜란씨, 은상은 김종선, 박정주씨 등이 차지했다.

17명의 수상자들은 경기도 출신이 5명, 서울이 4명, 경북이 3명, 경남이 2명, 전북 1명, 전남 1명 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수상자들에겐 주최 측에서 1박 2일 동안 하버파크호텔 숙박 및 중구 투어를 진행해 수상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심사도 인천의 중진 시인들이 참여해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심사를 맡은 분들을 살펴보면, 김윤식 문화재단 대표이사, 문광영 인천문협 회장, 문계봉 인천작가회의 회장, 정승열 인천문협 역대회장, 최찬용 새얼문학회장 등이 맡았다.

운문부 심사를 맡았던 문광영 회장은 심사평에서 "자기만의 체험에 깊고 날카로운 사유와 서정으로 무장한 상상력이 있다면 그야말로 좋은 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시의 언어란 바로 이런 세상과의 교감이며 반응의 건축물인 것이다. 이번 문학공모전에서 운문(시)은 모두 586편이 접수돼 작년보다 꼭 50편이 늘어났다. 작품 수준도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수작이 많았다. 특히 미국 동포들까지도 참여하면서 전국적인 호응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장애인 문학공모전으로는 최고의 대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공모전의 의의와 앞으로의 발전을 전망하기도 했다.

나는 나와 함께 글짓기 공부를 하고 있는 몇 명의 회원들과 함께 앉아서 시상식을 관람했는데 모두 부러운 눈치들이었다. 상이 주어질 때마다 '부럽다'며 탄식 같은 탄성을 내지르기도 해 그 문학적 열망을 내보이기도 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엔 행사 참여자 모두에게 식장 한 편에 마련된 뷔페식이 푸짐하게 제공되기도 했다.

수상 소감을 말하는 수상자들의 감격하며 즐거워하던 모습, 주최 측과 공연팀, 수상자와 하객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즐겁고 유쾌한 시상식은 내년을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행상에서 입상한 작품 몇 편을 소개한다.

<금상>

낙 관

김혜란(시각 1급, 서울)


낙관을 찍는다.
너를 위한 화선지에
먹물이 번졌지만
옹아리를 그린다.
나비 날다
꽃이 핀다.

종 이 컵

김혜란(시각 1급, 서울)

풀을 먹은 각선미
시간을 품은 사이
허물어진 각도
눈 내리는 밤
비우고 내던진 컵이 바람 속에 혼자다
지워져 가는 어머니의 길
구겨진 종이컵 안에
두고 간 시간이 흐려지고 있다.

<은상>

호박잎

김종선(지체장애 1급, 경기도 의정부)

호박잎 더듬이가 십 팔층 베란다
난간을 꼭 붙들고 기어간다.
바람이 와서 심술을 부리며
같이 날아가자고 손을 잡아 당겨도
꿈쩍하지 않고 아득한 길 위를 걸어간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꼭 오 옥 붙들고. 기어간다.
환한 얼굴만 보고 걸어간다.
호박잎 더듬이가 말한다.
나처럼 난간을 꼭 붙들고
환한 얼굴만 보고 오라한다
길을 잃어버릴 일도
길 위에서 넘어질 일도
무릎팍 까질 일도 없다한다

<동상>

인 생

고봉국(뇌병변 1급/대구)

웃지 마라!
넌 뭐가 재미있고
즐겁냐! 넌 두 단어가 무섭고
외롭지 않니?
난 외롭고 힘겨운데...
가끔 힘겨워서 그림자도 불러
그럼 그림자도 어느새 외로움을 타서
내 옆으로 오지
그래서 날 위로한답시곤 찰싹 붙지
찰싹 붙어서 내가 외로울 때 그대로 따라하지
난 그걸 따라하는 그림자를 보면 웬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
인생은 그런 거 같애
인생이란?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외로움과 같이 가는 거 같애
어때...
인생... 고놈! 참 웃기고 외롭지
아마! 신은 우리들에게 벌을 주는지도 모르겠어
인생이란 벌말이야....
인생자체가 벌 받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어


태그:#장애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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