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동네 야구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며 완패 당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이글스는 지난 21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0-10으로 패했다. 한화가 1점도 내지 못하고 패한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지난 주말 NC다이노스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린 한화는 LG와의 주중 첫 경기에서 대패를 당하며 힘들게 쌓아 올린 5할 승률이 다시 무너졌다(8승 9패). 무엇보다 한 번의 실수로 팽팽하던 경기 분위기를 빼앗긴 것이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았다.

3경기 연속 1점 차 승부 벌인 2015년 신 라이벌

한화와 LG는 전통적으로 이렇다 할 라이벌 관계가 없는 팀이다. 대전과 서울로 지역적으로도 다소 거리가 있고 포스트 시즌에서 격돌한 적도 없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와 LG는 첫 만남부터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명승부를 벌였다.

지난 7일부터 대전에서 만난 3연전에서 양 팀은 2번의 끝내기 경기를 포함해 3경기 연속 1점차 승부를 벌였다. 김성근 감독과 양상문 감독은 피가 마르지만 야구팬들은 쏟아지는 명승부에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한화와 LG는 지난 21일부터 잠실로 자리를 옮겨 두 번째 3연전 시리즈를 맞았다. 마침 양 팀 모두 지난 일요일 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되는 바람에 투수진의 여유도 있었다. 주중 3연전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뜻이다.

주중 첫 경기임에도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한 21일 경기에서 한화는 쉐인 유먼, LG는 헨리 소사를 선발로 내보냈다. 미치 탈보트와 루카스 하렐의 구위에 기복이 있고 안영명과 임정우가 주말 3연전에 등판한 지금 양 팀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들이다.

현존하는 KBO리그 최고의 강속구 투수 소사는 이날도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앞세워 한화 타선을 효과적으로 요리했다. 특히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고 스플리터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영리한 투구로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

유먼 역시 3회 오지환과 박용택에게 각각 적시타와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2점을 내줬지만 연타를 허용하지 않고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4회까지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의 균형은 5회말 LG공격에서 한화 포수 정범모의 황당한 실수를 시작으로 급격히 무너지고 말았다.

한화의 추격 의지 꺾은 정범모의 치명적인 실수

LG는 5회말 공격에서 오지환의 안타와 정성훈의 고의사구, 이병규의 볼넷을 묶어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유먼은 대량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반대로 이 위기만 잘 넘기면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루에서 이진영을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던 유먼은 시속 139km의 빠른 공을 바깥 쪽 깊은 곳으로 찔렀다. 삼진을 선언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공이었지만 우효동 주심의 손은 끝내 올라가지 않았다.

이진영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3-0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문제는 다음 상황에서 발생했다. 한화의 포수 정범모는 유먼의 투구가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했고 버릇처럼 공을 1루로 던진 후 유유히 덕아웃으로 걸어갔다(야구에서는 삼진으로 이닝이 끝나면 상대팀의 수비 연습을 위해 포수가 1루쪽으로 공을 던져 주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다).

하지만 유먼의 투구는 삼진이 아닌 볼넷이 선언됐고 4명의 심판 중 누구도 타임을 선언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빠르게 간파한 2루주자 정성훈은 3루를 거쳐 비어 있는 홈으로 파고 들었고 결국 한화는 밀어내기 볼넷 하나로 2점을 헌납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LG 타선은 경기 후반 6점을 추가했고 선발 소사는 7이닝3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10-0이라는 최종 스코어만 보면 정범모의 실수가 실질적으로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범모의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 하나로 호투하던 선발 유먼을 비롯한 한화 선수들의 추격 의지가 꺾인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김성근 감독은 쉽게 1점을 주거나 허술하게 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인물이 아니었던가. 결국 정범모는 7회말 수비에서 허도환과 교체돼 경기에서 빠졌다.

144경기를 치르다 보면 실망스런 경기를 할 수도 있고 대패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화가 정말 지난해와 다른 근성 있는 팀으로 거듭나려면 프로의 기본을 망각한 황당한 실수들은 반드시 줄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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