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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봉오리를 펴서 말린 목련꽃차
 자목련 봉오리를 펴서 말린 목련꽃차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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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인 18일, 무오 남철안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무오 선생님은 천연 염색을 하시는 분입니다. 값싸게 구할 수 있고 화려하며 세탁기에 넣어 돌려도 색이 지워지지 않는 화학 염색대신 품이 많이 들고 잘 바래며 얼룩이 지면 손을 쓸 수도 없고 정색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 염색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세탁도 손빨래로 조심해야 하는 천연 염색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천연 염색은 식물성 혹은 광물성 염재를 사용합니다. 식물의 뿌리, 줄기, 껍질, 잎, 꽃잎, 열매 등 각 부위에서 추출하고 흙이나 돌, 금속 등에서도 염재를 얻습니다. 

특히 무오 선생님은 스님과 더불어 진달래 뿌리 염색에 몰두해왔습니다. 진달래 뿌리를 삶은 물로 염색을 하면 푸르스름한 잿빛이 됩니다. 승복은 이 진달래 뿌리 염색을 최고로 쳤습니다. 

오랫동안 절과 산을 오가다 보니 자생하는 이 땅의 여러 꽃들에도 자연 관심을 두게 됐고 그 꽃을 활용한 차를 만드는 것에도 밝아지게 됐습니다. 

목련꽃, 찻잔에서 다시 피다

무오 선생님이 서재에 앉자마자 가져오신 봉지를 폈습니다. 말린꽃이 소복이 들어있었습니다.

목련꽃차는 독성이 있는 꽃술을 떼어내고 잎만 펴서 그늘에 말려야합니다.
 목련꽃차는 독성이 있는 꽃술을 떼어내고 잎만 펴서 그늘에 말려야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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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만든 목련꽃차입니다." 

절반 정도 핀 연꽃 봉오리를 채취해서 그늘에 말려 만드는 연고차처럼 목련 봉오리를 그대로 건조해 말린 목련꽃차였습니다. 

"보통 봉오리의 잎을 따서 말리지만, 연꽃차처럼 꽃 한 송이 그대로를 펴서 말려보았습니다. 한 송이를 우리니 네다섯 사람이 먹어도 향이 그대로였습니다. 진달래꽃이나 개나리꽃도 차로 만들기는 하지만 향보다는 보는 즐거움이지요. 하지만 목련꽃차는 은은한 향이 두드러집니다."

채반이 펴서 말리면 통풍이 좋아 잘 마릅니다.
 채반이 펴서 말리면 통풍이 좋아 잘 마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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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통꽃으로 말리는 대신 꽃잎만을 떼어 말리지요.
 보통은 통꽃으로 말리는 대신 꽃잎만을 떼어 말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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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래꽃차나 개나리꽃차는 아무래도 향보다는 보는 즐거움입니다.
 진달래래꽃차나 개나리꽃차는 아무래도 향보다는 보는 즐거움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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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 선생님이 차로 만든 것은 산에서 야생하는 산목련이었습니다. 

"집 주변의 조경용 목련은 아무래도 대기 오염에 노출돼있으므로 차로 만들기가 적당치 않습니다. 가능하면 산속 야행하는 목련이 좋습니다. 활짝 핀 꽃이 아니라 봉오리가 향이 짙습니다.

꽃잎을 따는 것은 좀 수월합니다만 이렇게 꽃 전체를 차로 말리는 것은 꽃잎이 떨어지지 않게 편 다음 암술과 수술을 모두 따내야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작업입니다. 암술과 수술에는 독성이 있어요." 

차발우에 목련꽃차 한 송이를 넣고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부으니 목련꽃이 다시 피어났습니다.

목련꽃차 한 송이를 우리면 네댓 명은 즐길 수 있습니다.
 목련꽃차 한 송이를 우리면 네댓 명은 즐길 수 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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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향은 능히 옆 사람과의 말을 그치게 할 만했습니다. 

꽃 모양이 물위의 연을 닮아서'나무의 연(蓮)'이라는 목련(木蓮). 홍천 산속의 산목련을 채취해서 채반에 펴서 그늘에 말린 산목련꽃차는 만든 이의 정성을 생각하면 향은 더욱 짙어집니다. 사랑이라는 사람의 향이 더해졌으니... 

참으로 은은한 봄날입니다. 산목련은 이미 졌지만, 그 향기로 남아 제게 방하착(放下着)을 일깨웁니다. 세치 혀가 아니라 산목련처럼 향기로 남는 마음 공부를 다잡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목련꽃차, #진달래꽃차, #개나리꽃차, #천연염색, #무오남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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