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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동 왕냉면 안산 가맹점 점주 4명이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만든 냉면 무료쿠폰. 점주들은 쿠폰 2천매를 만들어 자원봉사자에게 1천매, 유가족에게 7천매 등을 나눠줬다.
 화평동 왕냉면 안산 가맹점 점주 4명이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만든 냉면 무료쿠폰. 점주들은 쿠폰 2천매를 만들어 자원봉사자에게 1천매, 유가족에게 7천매 등을 나눠줬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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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안산 '화평동 왕냉면' 일부 점주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냉면을 대접하는 무료 쿠폰 2천 매를 제작해 지역 주민들에게 훈훈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제작에는 화평동 왕냉면 본오점, 사동점, 한대점, 와동점 등 4곳이 동참했다. 각 가맹점마다 5백 매를 부담했으니 돈으로 환산하면 6천원(냉면 한 그릇)x5백매=3백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부담한 셈이다. '작년 한해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이 쓰여진 이 쿠폰은 지난 18일부터 자원봉사자(1000매), 유가족(700매), 안산시민대책위원회(200매), 동네촛불(90매) 등에게 골고루 전해졌다.

화평동 왕냉면 안산점주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 냉면에 담아

면 국수 프랜차이즈 1위로 2004년 '화평동 왕냉면'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국수나무'로 기업의 입지를 다져온 해피브릿지. 해피브릿지는 지난 2013년 2월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의 모토는 '다르게 벌어 다르게 살자', 창업정신은 '사람 중심의 기업'이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개인파산 신청은 5만5467건, 개인회생 신청은 11만707건으로 개인 도산 신청 건수가 모두 16만6174건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6만6516건에 근접한 수치다.

이 기간 자영업자들의 월 매출은 2010년 990만 원에서 지난해 877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부채는 2010년 7131만 원에서 8859만 원으로 뛰어올랐다. 돈을 빌려 개업을 했으나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장사가 안 되자 생활비 때문에 또 빚을 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불경기에 장탄식이 저잣거리를 휘감고 있는데 안산 화평동 왕냉면 가맹 점주들은 어떻게 1천2백만원이라는 거금을 감내하게 된 걸까. 이번 쿠폰 발행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한 이성주 해피브릿지 차장으로부터 저간의 설명을 들었다.

이 차장은 "세월호 참사 1주기 이야기를 하다가 점주들이 '착한 다람쥐택시'에 대해 알아 봐 달라고 한 게 계기가 됐다"며 "처음에는 택시 기사분들께 냉면을 대접하자는 소박한 취지였다"라고 밝혔다. 이 차장은 "300만원이 큰 돈이기는 하다. 점주들이 점포에 발이 묶여 있다 보니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점에 대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이번에 작지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성을 들인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착한 다람쥐택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서 진도까지 400㎞가 넘는 거리를 4~5시간 걸려 15만 원 내외의 유류비와 도로교통비를 받지 않고 무료로 왕복 운행하며 자원봉사를 한 택시기사를 말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특정 구간을 반복해 오가는 택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착한 다람쥐로 비유한 것이다.

"곁에 이웃 있으니 지치지 마시고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냉면 무료쿠폰 2천매를 만든 화평동 왕냉면 가맹점 중의 한 곳인 안산시 상록구 사동점의 가게 안 모습.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냉면 무료쿠폰 2천매를 만든 화평동 왕냉면 가맹점 중의 한 곳인 안산시 상록구 사동점의 가게 안 모습.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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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점 중 한 곳인 사동점 최용득 사장을 만나 어떤 생각으로 무료 쿠폰 증정에 동참하게 됐는지를 들었다. 최 사장은 IT 엔지니어로 사업을 하다 2005년에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부부가 올해로 11년째 사동점을 운영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업한 3곳 점주들과는 10년 넘게 호형호제로 지내는 사이라고 귀띔했다.

최 사장은 "가맹점 2곳의 점주가 단원고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아픔이 더 컸고, 유가족 분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해결된 것 하나 없이 1주기가 됐는데, 밥상 차리다 이웃이 오면 젓가락 하나 더 놓는 그런 마음으로 (유가족 등에게) 냉면을 대접해 보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모아진 것"이라고 말해다.

최 사장은 "그런데 막상 해 놓고 보니 1주기로 경황이 없으신 분들에게 번거롭게 해 드린 거 아닌가 싶어 겸연쩍기도 했다"며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옆에 이웃이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정성을 모아 부끄러움 무릅쓰고 드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특히 안산지역에서 식당, 노래방, 술집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고충은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래방 등 유흥업소 상인들은 안산 도심 곳곳에 게시된 세월호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거나 훼손하는 사건도 있었다. 실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충격파는 어느 정도였을까.

최 사장은 "세월호 이전부터 불경기가 지속된 상황에서 세월호가 보탬이 돼 매출이 줄어든 거지, 모든 게 세월호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때보다 오히려 올해 2, 3월 달에 연말정산 파동으로 인해 손님들이 돈을 안 쓰다 보니까 매출이 15% 내외 더 떨어졌고, 현재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가게 매출이 회복될 기미를 안 보이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진단했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은 쿠폰을 전했지만 최 사장이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얼까. "미안하죠…"라고 말하던 그의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최 사장도 기자도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최 사장은 "지치지 마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다. 곁에 이웃들이 있다는 거,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하는 마음을 아셨으면 좋겠는데 괜히 번거롭게 해드린 게 아닌지 걱정"이라며 "생업까지 제쳐 놓고 지역사회 아픔을 같이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거라고 생각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지났다. 정부는 범국민대회 이후 유가족과 시민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며 엄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면 특별법 시행령안의 폐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가족과 시민들을 분리해 고립화시키려는 속셈이 읽힌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부에게 어떤 바람이 있을까.

"잘은 모르지만 특별법을 만든 이유가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듣겠다며 만든 거 아니에요? 대통령도 그렇게 이야기 했고요. 그래 놓고 유가족이 반대하는데 왜 시행령을 만드는 거죠? 유가족들의 의견을 들어야지 가족들을 길거리에 내모는 건 옳지 않습니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태그:#안산 냉면 무료 쿠폰, #화평동 왕냉면 세월호 냉면, #해피브릿지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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