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할리우드스타마저 노란리본다는데...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기자회견에서 조스 웨던 감독과 배우 수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오른쪽부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눈길을 끈다.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는 한국, 영국, 이탈리아, 남아공 등 23개 지역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한 <어벤져스>의 속편이다. 23일 개봉.

▲ '어벤져스2', 할리우드스타마저 노란리본다는데...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기자회견에서 조스 웨던 감독과 배우 수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오른쪽부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눈길을 끈다. ⓒ 이정민


* 기사엔 영화의 일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3년 전 전 세계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던 영웅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그 결과물이 21일 한국에서 최초 공개된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이 영화에 담긴 한국의 모습에 불만 섞인 기사를 내놓는 모양새다.

그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에 담긴 한국에 대한 왜곡은 없었다. 지난 해 3월 30일부터 4월 16일까지, 총 16일간 진행한 한국 로케 촬영(이지승 PD가 한국 스태프로 참여)의 결과물은 영화의 중후반부 중요한 전투 장면의 배경이 됐다. 제작사인 마블 스튜디오가 "한국은 최첨단 기술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최적의 촬영지"라며 "어떠한 왜곡도 없을 것"이라 공언한대로 부감과 앙감, 그리고 원근감과 속도감을 살려 도심을 묘사했다. 

측면에서 빠르게 쫓으며 촬영된 상암동 월드컵 북로 일대나 공중에서 잡아낸 청담대교 북단램프,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가 자신의 바이크를 타고 강남일대를 질주하는 모습은 그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선 찾을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모습들이다. 특히 <어벤져스2>에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인 닥터 헬렌 조(수현 분)의 연구실은 한강 세빛섬이 그대로 활용돼 첨단 과학 기지로서의 이미지도 충분히 심어줬다. 물론 도심 지하철의 고증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세트를 지어 촬영한 걸로 알려진 해당신은 일부 좌석이 실제 서울 지하철과 배치가 다르게 묘사됐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원작을 중심으로 봤을 때 서울 분량은 분명 특기할만하다는 사실이다. 수현이 맡은 캐릭터 역시 원작에서는 큰 비중이 없으며 오히려 닥터 헬렌 조의 아들인 아마데우스 조가 주목을 받는다. 천재 공학도이자 해커인 아마데우스 조는 아시아계 캐릭터 중에선 가장 큰 비중을 지닌 걸로 알려졌다. 차후 시리즈에서 또 다른 한국 배우가 등장하겠다 예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문화체육관광부가 강조한 천문학적 경제 가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한국 촬영은 어느 정도 그 수혜를 충분히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갈등 속에서도 생명은 구한다...그게 영웅의 모습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오히려 <어벤져스2>를 통해 생각해볼만한 건 할리우드가 숱한 영웅들을 다루는 방식이다. 영화의 줄거리야 원작 만화를 통해 예측할 수 있었고 알려진 대로 <어벤져스2>는 전편에 이어 인류를 위협하는 적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 적은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 분)으로 극중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개발한 세계 평화 유지프로그램의 오류로 탄생한 괴물이다.

재밌는 사실은 평화 수호자를 자처한 어벤져스 인원 중 하나(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최대의 적을 만들어낸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닥터 조와 마찬가지로 <어벤져스2>에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인 퀵실버(아론 테일러 존슨 분)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분)의 입체성도 흥미롭다. 쌍둥이인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는 영화 초반 울트론에게 협조하며 어벤져스와 대결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닥터 조 역시 울트론에게 주요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해 보이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의도와 행동의 결과가 일치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선 오히려 철저히 힘에 충실한 헐크(마크 러팔로 분)가 순수해 보일 정도다. 반면 울트론이든 어벤져스든 그들의 조력자든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어벤져스 내부에서도 서로의 의도를 의심하며 갈등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적이 강한 건 애초부터 강해서가 아니라 영웅을 자처한 이들의 분열로 강해진 셈이다. 덕분에 어벤져스의 활약상도 더욱 극적이 됐다

이번 작품의 백미를 꼽자면 단연 극중 배경인 가상의 도시 소코비아 시민들을 어벤져스들이 대거 구출하는 장면이었다. 울트론의 본거지가 된 소코비아는 지구를 멸망시킬 유성이 될 운명에 놓였고, 어벤져스 군단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다. 여러 대의 구명 비행기를 공중 부양한 소코비아에 보내놓고 울트론과 그의 수하들과 일대의 격전을 벌이는 영웅들의 모습은 그만큼 비장미를 더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아무래도 이 지점에서 우리나라가 지난해 직면했던, 또한 그전부터 직면해왔던 여러 비극적 사건들이 떠오른다. <어벤져스2>와 한국의 인연이 이맘때에 이뤄진 것과 그 사고의 연계성은 전혀 없지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한국에 일어난 비극을 인지한 듯 지난 17일 내한 행사를 가진 조스 웨던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수현 등은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참석했다. 현장에서 이들에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진짜 영웅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준비했었다. 예상보다 행사가 단축돼 질문을 던질 수는 없었지만 당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한 언론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이언맨 수트가 실제로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에 그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사람들을 운송하고 싶다. 수트 가슴에 고기를 올려놓고 굽고 싶다"라는 답을 했다. 내심 실제 사건 사고에 몰린 시민들을 구조해보고 싶다는 답을 기대했지만 나름 순발력 있게 기지를 발휘한 좋은 답변임은 부정할 순 없다.

적어도 <어벤져스2>에 등장한 영웅들은 수 천 명의 소코비아 시민들을 모두 구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의 이야기를 두고 한국이 얼마나 담겼는지의 문제는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더 울버린>처럼 원작 자체에서 그 배경이 일본인 경우가 아닌 이상 해당 도시를 얼마나 온전히 담기를 요구할 수 있을까.

한국은 주요 배경 중 하나였고 <어벤져스2>는 일관되게 영웅을 말하고 있다. 갈등하는 영웅들, 또 다른 적을 탄생시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한국을 떠올려 본다. 무리한 비교라고 해도 어쩔 순 없다. 시기와 여러 상황에서 '연상되는' 것임을 전제한다. <어벤져스2>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영웅들은 어디 있는지 대신 묻고 싶다. 사소한 사고라도 원인규명과 분명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상식조차도 끊임없이 공격받고 훼손되는 요즘이다. 우리의 영웅들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어벤져스2>가 담아간 건 한국의 일부였지만 한국은 진짜 영웅이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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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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