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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 기자 말

건강검진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밀린 업무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엔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갑상샘결절'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얼마나 심각한 건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심각한 건지 알아봤다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괜찮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나보다 건강검진을 늦게 받은 사람들이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나처럼 갑상샘에서 결절이 발견되었다는 사람이 2명이나 더 있었다. 당시 우리 부서인원은 약 13명이 되었는데 그 중에 나를 포함해 총 3명이 갑상샘에 결절이 발견된 것이다. 나처럼 결절의 크기가 크지 않고 아주 작은 크기이긴 하지만 역시 나처럼 CD를 손에 들고 사무실로 들어오긴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신문기사를 보니 갑상샘 결절은 인구 100명당 5~9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상당히 흔한 질병이라고 한다. 우리 부서에만 해도 3명이 갑상샘에 결절이 있다고 했고, 나와 같은 날 검진을 받은 옆 부서 동료도 작년에 갑상샘에서 결절을 발견하곤 2년째 추적검사 중이라고 했다. 이처럼 흔한 질병이라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갑상샘 결절 중 '악성종양(암)'일 확률은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0%내외라고 한다. 대한민국 인구 100명당 10명이 갑상샘에 결절을 가지고 있고 결절을 가진 10명 중에 1명이 '악성(암)'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인구 100명당 1명 정도가 갑상샘암이 걸린다는 말이다. 확률로는 1%. 설마 내가 그 1%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결절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몰라 계속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어 나갔다.

집과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는지 열심히 검색을 했다. 그러다 김해 ○병원에 갑상샘 결절을 제거하는 '고주파열치료기(RFA, Radio Frequency Ablation)'가 도입되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1cm가 넘는 결절도 여러 차례 나누어 치료를 받으면 수술을 받지 않고도 치료가 된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그 병원으로 갔다.

나를 위로해줄 거라곤 '담배'뿐

답답한 마음에 몸에도 좋지 않은 담배만 하염없이 피워댔다.
▲ 사무실 계단에서 답답한 마음에 몸에도 좋지 않은 담배만 하염없이 피워댔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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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외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검진센터에서 가져간 CD를 건네주니 악성일지 모른다며 '세포흡인검사'를 하자고 했다. 세포흡인검사는 주사기를 갑상샘 결절에 꽂아 샘플을 채취하여 임상병리 검사를 통해 양상과 악성을 검사하는 것이다.

평소 엉덩이에 주사 맞는 것도 싫어하고 검진에서 피 검사를 할 때도 주사바늘이 내 혈관에 들어가는 걸 보지 못해 고개를 돌리는 나인데 목에 주사바늘을 꽂는다고 하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주사바늘이 들어갈 주변 피부에 마취를 하고 진행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샘플채취가 끝이났다.

임상병리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는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주가 추석연휴라 2주를 기다려야 한단다. 명절 앞두고 내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검사를 받고 있자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약 2주간의 시간이 너무 괴로웠다. 평소 병원 가는 걸 싫어하는지라 웬만큼 아파서는 절대 병원 문턱을 넘지 않고 살았는데 그런 내가 암일지도 모른다니. 만약 내가 진짜 암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마음 쓰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70대가 훌쩍 넘어버린 노모와 둘이 살고 있다. 내가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 어머니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그마저도 내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은 어떻게 되는 건지. 조금만 더 있으면 연말이라 고과평가 시즌이 되는데 아파서 자리를 비우게 되면 지금껏 열심히 달려온 내 1년을 망쳐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안그래도 입사가 꼬여서 남들보다 진도가 느린 이 상황에서 잠시도 쉬어갈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일이 닥치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일은 손에 안 잡히고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를 몰랐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는데 괜히 가족들 걱정할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 답답함만 쌓여갔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답답한 마음을 위로할 것이 내 손에 들려 있는 '담배'뿐이라는 사실에 난 더 괴로웠다.


태그:#갑상샘, #고주파열치료, #결절, #세포흡인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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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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