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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생 수보다 대학 입학 정원 수가 많은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대학은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학'은 사라지고 '취업률'만 살아남아 대학이 떠들썩하기도 하다. 누구는 학생이나 교수 등 대학 구성원과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돼 무효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누구는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 죽이기라고, 또 다른 누구는 노동자와 시간강사 죽이기라고도 한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교수와 학생이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공동체가 바로 대학이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교육이다. 따라서 대학은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과거의 중요한 전통과 가치를 깨닫고 이해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특징짓는 복잡성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 들어 대학이 냉혹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구성원 간에 공유된 목표를 가질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교수들이 대학에 대한 애착과 교육에 대한 책무, 특히 강의실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특히 계약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압박 때문에 교수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대화, 교육, 글쓰기의 기회를 박탈 당하기도 했다.

연구비도 특정 학문 영역에 집중돼 실용성이 적은 연구 분야는 고사 직전으로 내몰렸다. 국내 4년제 대학 거의 모두가 대학원을 설치해 소위 '연구 대학'임을 표방하고, 교수들에게 연구를 강요하고 있다. 연구 업적을 승진이나 정년퇴직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학에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려면 교육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서열 중심 구조에서 소위 일류대학 따라 하기만 답습한다.

우리나라 대학 유형
 우리나라 대학 유형
ⓒ 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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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461개 대학이 전국에 소재해 있다.(표 1), 경동대학교, 호원대학교 등 12개 대학만이 대학원을 개설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 대학들이 대학원을 개설해 전문 학자를 양성하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US news and World Report(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나 Time(타임)이 실시한 대학평가에서 모두 100위 안에 든 대학은 서울대학교가 유일하다.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학부생과 대학원생 비율을 살펴보면 한 가지 답을 찾을 수 있다(표 2).

표 2. 미국 연구중심대학과 우리나라 대학의 학부와 대학원생의 비율.
 표 2. 미국 연구중심대학과 우리나라 대학의 학부와 대학원생의 비율.
ⓒ 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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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대학' 모형을 만들어낸 미국에는 4635개의 대학이 있다. 카네기교육진흥재단은 이들 대학을 6개 유형으로 구분한다(표3). '박사수여대학'은 대학 전체 연구 결과와 교수 일인당 교수 실적이라는 3개의 지표로 구분한다. 앞서 말한 대학 평가 결과에서 모두 100위 안에 든 대학들은 박사수여대학에서도 연구 성과가 매우 높으며, 미국의 경쟁력을 주도한다.

표 3. 카네기재단에서 구분한 미국의 대학 유형(2015년 현재 홈페이지)
 표 3. 카네기재단에서 구분한 미국의 대학 유형(2015년 현재 홈페이지)
ⓒ 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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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신현철 교수는 이렇게 주장한다.

"미국의 경쟁력을 이끄는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학부생보다는 대학원생이 많거나 또는 상대적으로 대학원생이 많은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안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는 구조로, 교육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연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 실정에 맞게 4년제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 그리고 전문대를 중심으로 한 직업훈련중심대학으로 개편해서 각각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중심대학은 연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학부와 대학원생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도록 학부 정원을 감축하고 대신 대학원 정원을 증원한다. 교육중심대학은 교수들이 연구보다는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대학원을 폐지하고, 학부 정원은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대학별로 자율에 맡겨야 한다.

신현철 교수의 우리 문화재 탐방
▲ 성곽길로 출사 신현철 교수의 우리 문화재 탐방
ⓒ 하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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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는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했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지방의 거점대학 즉, 부산대학교 등은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해 교육중심대학을 졸업하고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을 대학원으로 수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제외한 국립대학교는 교육중심대학으로 전환해 대학원을 폐지하는게 대학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비가 1:2 이상이 되도록 조정하되, 학부 정원을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의 상위권 수준인 6000~800명 수준에서 결정하는 게 적당할 듯합니다. 사립대학교의 경우 자율적으로 연구중심대학인지 교육중심대학인지를 결정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 갈 경우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비율을 1:1 이상이 되도록 하되, 학부 정원이 1만 명이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방 중소 규모 사립대의 경우 가능한 대학원을 모두 폐지하도록 유도하는 게 맞습니다."

정원 감축에 따른 재정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교육중심대학에는 교육관련 비용을, 연구중심대학에는 연구 관련 비용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방 중소규모 대학에서 대학원에 진학할 학생들은 가능한 지방의 거점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신 교수는 주장했다.

연구중심대학에 대학원생이 증가하면 연구도 활성화되고 이들을 대상으로 대학원 교육의 내실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예상되는 대학 입학생 감소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으로 20곳을 지정하고 대학마다 1만 명을 줄인다면, 20만 명이라는 정원 감축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대학 유형화가 이루어지면 대학은 연구와 교육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교육중심 대학이 연구 부담에서 벗어나면 다양한 교육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가 있어 명실상부한 대학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몇 년 전 일부 지방대학에는 '어르신'들이 수업도 안 듣고 학사학위를 받는, 이른바 학사 '학위장사'가 대단했다고 한다. 요즘은 그렇게 학위를 받은 분들의 '학구열'을 수용해 일부 대학들이 석박사 '학위장사'를 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그렇게 석박사학위를 받은 분들이 다시 교수가 되어 우리 학생들의 강단에 설 날도 멀지 않았다. 이미 몇군데 대학에서 그런 교수들이 있다는 제보까지 있다. 우리 정치, 사회, 종교, 교육계까지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다.


태그:#대학, #구조조정, #신현철, #순천향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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