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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의 이길보라씨는 현재 영화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고, 20세의 오병주씨는 대학에 진학한 후 올해 여름 자신도 직접 영화제작에 뛰어들어보겠다는 영화감독 지망생이다. 두 사람은 모두 안성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26세의 이길보라씨는 현재 영화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고, 20세의 오병주씨는 대학에 진학한 후 올해 여름 자신도 직접 영화제작에 뛰어들어보겠다는 영화감독 지망생이다. 두 사람은 모두 안성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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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청년이 만났다. 한 청년은 4월 23일에 자신이 만든 영화가 개봉되는 순간을 앞둔 영화감독이고, 한 청년은 이번에 대학에 진학한 감독지망생이다. 이들은 지난 19일, 서울 고속터미널역 한 카페에서 만나 유쾌하고, 때론 진지한 수다를 풀어놓았다.

"아버지랑 수화로 대화해도 아무도 안 쳐다보더라고요"

오병주(20, 아래 오) : "전 한국예술원에 재학 중인 20세 오병주입니다. 전공은 방송연기이고요. 자칭 부전공은 영화연출입니다."
이길보라(26, 아래 이길) : "자칭 부전공은 뭘까요."
오 : "네.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 학교엔 부전공 제도가 없어서, 제가 하고 싶은 영화연출을 자칭 부전공이라고 떠들고 다닙니다."
(순간 그 자리는 웃음바다)

이길 : "전 자칭 이야기꾼(storyteller)입니다. 호호호."
기자 : "이야기꾼이라면?"
이길 : "저는 농인 부모를 둔 딸로써 이야기꾼이 될 만한 선천적 자질을 갖춘 사람이에요
(사실, 이길 감독이 전해 준 명함에도 자신의 직함은 '이야기꾼'이라고 되어 있었다)."
기자 : "이야기꾼? 무슨 이야기가 그리 하고 싶었을까요?"

이길 : "스물두 살 때, 첨으로 '코다(coda)'란 단어를 듣고 매우 놀랐어요. 그 후 아버지(농인)와 함께 미국을 갔고, 거기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죠. 아버지랑 수화로 대화해도 길거리 사람들이 아무도 안 쳐다보며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더라고요. 미국 'Gallaudet' 대학에선 아예 학생이 '농인 반, 언어인 반' 등이었으며, 거기선 모두 수화가 공통어였고, 말을 쓰는 건 반칙으로 통하더라고요. 결국 농인들의 삶이 문화로 통하는 사회였던 거죠. 세상에 여러 문화 중 하나라는 시각 말이죠. 그런 충격들이 저로 하여금 결국 이번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만들게 한 거죠."
기자 : "아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군요. 이야기꾼이란 자기소개가 맞긴 하네요. 하하. 그래도 하필이면 영화란 매체를 선택한 이유가?"

"청각장애인 부모님과 노래방에... 첨엔 당황하죠"

이길 : "학교(한예종)에서 다큐멘터리 전공이라 호호호. 사실 <로드스쿨러>(2008년)란 다큐멘터리 이후 두 번째 공식 작품입니다."
기자 : "굳이 이런 내용의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 이유가 궁금하네요."
이길 : "나의 부모님이 모두 농인이어서 어렸을 적, 저는 말보다 수화를 먼저 배웠죠. 유치원 가서도 수화만 써서 주변 사람들이 제가 농아인 줄 알았을 정도니까요. 아홉 살 되던 해엔 부모님 대신 은행 업무를 보기도 했고요. 부모님의 언어와 세상 사람들의 언어 사이에서 저의 역할을 늘 통역하는 거였죠. 농인 부모 밑에 자라는 언어 자녀들을 서양에선 코다라고 합니다. 이 영화도 '코다가 바라본 부모님의 세계' 그리고 '이 두 세계(문화) 간의 의사소통'이 주제입니다."

기자 : "이 영화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이길 : "영화와의 거리두기가 어려웠어요. 이야기 소재가 나 자신의 이야기다보니 객관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찍으면서도 '이런 사소한 일상이야기가 영화로 탄생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전체 맥락과 연결시킬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기자 : "그렇군요. 영화 장면 중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시죠."
이길 : "영화 장면 중에 엄마 아빠가 노래방에 가는 장면이 있어요. 수화로 노래 부르지 않고 농인의 언어로 노래 부르는 장면을 보며 '언어인'들이 처음엔 당황했다가 뒤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분도 보시면 정말 인상 깊을 거예요. 꼭 보세요."

(여기서 깨알 같은 홍보를 하는 바람에 우린 또 웃음)

4월 23일에 개봉을 앞둔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이길보라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자, 그녀의 부모들의 이야기다.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님과 이길보라씨와 그녀의 남동생이 출연한다.
▲ 반짝이는 박수소리 4월 23일에 개봉을 앞둔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이길보라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자, 그녀의 부모들의 이야기다.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님과 이길보라씨와 그녀의 남동생이 출연한다.
ⓒ 상상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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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아 그렇군요. 그런 자연스러운 장면이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기승전결을 스스로 형성하게 만드는 거네요."
기자 : "오~~ 오랜 만에 입을 연 병주씨가 완전 고급스러운 멘트를 날려주시네. 하하하하."
이길 : '그렇죠. 호호. 이 영화는 소리 없는 영화지만, 말이 없는 영화는 아니죠. 영화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을 겁니다."
오 : "영화 중 내레이션은 나오나요. 한다면 누가?"
이길 : "아 그건 제가 해요. 말로만 하지 않고 수화를 하면서요."
기자 : "영화의 줄거리는 어떤가요."
이길 : "엄마 아빠가 지금 사는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이 주인데요. 부모님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어머니(할머니)의 이야기와 저와 동생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을 들려주는 형식입니다."
기자 : "할머니도 나오세요?"
이길 : "네. 수화를 배우지 못한 할머니와 부모님들은 대화 없이 살았죠. 그저 서로 눈치를 보고 의사소통하는 정도로요. 사람들은 "부모자식 간에 어찌 대화 한마디 없이 같이 산단 말인가"라고 의아해하지만, 할머니도 아버지도 잘 살아냈죠."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두 사람

오 : "그런데, 촬영은 주로 어디로 하셨나요? 저도 올해 여름방학 때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보려고 해서요. 하하하."
이길 : "아, 그래요. 주로 부모님 집에서 촬영했고, 간혹 야외에 나가는 거였어요."

(그걸 설명하기 위해 보라씨는 휴대폰으로 영화 예고편을 그 자리에서 보여주었다)

기자 : "예고편 본 소감이 어때요?"
오 : "일단 재밌을 거 같아요. 저도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는 편인데, 예감이 좋은데요. 영화를 꼭 보도록 할게요. 하하하하."
이길 : "진짜죠. 약속은 꼭~~ 호호호."
오 : "제가 올 여름에 만들어보려고 하는 영화는~~·(이렇게 말하면서 병주씨는 자신의 영화 시놉시스를 우리에게 일러주었다) 제가 찍고 싶은 영화는 극영화죠."
이길 : "다큐멘터리 영화든 극영화든 동시대에 만들어진 단편영화들을 많이 봐야 영화제작에 도움이 될 겁니다."
오 : "아. 네. 저도 그걸 알기에 영화를 많이 봅니다. 그리고 어떤 경험이든 다양하게 부딪히려고 합니다."

이길 : "그럼 왜 병주씨는 방송연기를 하고 싶어 합니까."
오 : "중 3때, 학교에서 밤을 새며 촬영 프로젝트를 해봤죠. 살아오면서 그때가 제일로 희열에 찼던 거 같아요. 그 후 학교에서 연극을 하면서 너무 좋았죠. '이 길이 내가 갈 길이구나' 싶었죠."
기자 : '아하. 그렇군요. 두 사람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이군요. 내가 알기론 병주씨도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걸로 알고 있는데. 보라씨가 이야기꾼이라 자처한 것처럼 결국 병주씨도 그렇게 될 듯하네요. 하하하."

(우린 모두 공감의 웃음을 웃었다.)

오 : "촬영은 주로 어떻게 하셨는지?"
이길 : 촬영은 주로 제가 DSLR(소형)로 했죠. 부모님이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선택한 방법입니다. 모든 장면들을 연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싶었으니까요."
오 : "오, 그렇군요. 그런데, 영화제작비가 만만찮았을 텐데 그건 어떻게?"
이길 : "저도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여러 군데 제안서를 냈으나 번번이 떨어졌죠. 천신만고 끝에 영화진흥공사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고, 후에 지금의 영화배급사인 '상상마당'에 낸 제안서가 선정되어 제작비 지원을 받아 이 영화가 탄생한 거죠. 나의 지인들이 함께 해준 바람에 인건비가 많이 절감됐으니 지인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호호호."

오 : "그럼 제작은 누구랑 하신 건지?"
이길 : "처음엔 조연출 성준용씨와 하다가 나중엔 프로덕션 디자이너 전지현씨가 함께 했죠. 그밖에도 숨은 지인들의 노고가 많습니다."

(이밖에도 병주씨는 보라씨에게 실제적인 부분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자신도 영화제작이 당장 코앞이기에...)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

지금 이길보라 감독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와 영화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날 함께 한 오병주씨(영화감독 지망생)은 그녀에게 영화제작의 실제적인 부분들을 꼬치꼬치 캐물었고, 그녀는 성실하게 대답했다.
▲ 이길보라씨 지금 이길보라 감독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와 영화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날 함께 한 오병주씨(영화감독 지망생)은 그녀에게 영화제작의 실제적인 부분들을 꼬치꼬치 캐물었고, 그녀는 성실하게 대답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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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이번엔 다른 질문인데요. 이미 스무 살을 지나온 보라씨가 갓 스무 살인 병주씨에게 조언을 하고 싶다면?"
이길 : "네? 호호. 저도 사실 20세 땐 상당히 불안했어요. 그때, 세상이 나의 생각과 달리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보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좀처럼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오 : "저도 유명인이 되어서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죠. 그래서 이 길을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이길 : "암튼 전 후배를 만나면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고 알려줘요. 제 선배들도 부모의 권유 따라 진로를 택했다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길로 가더라고요. 그럴 거면 진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길로 택하는 게 좋을 거라 봅니다. 그러긴 위해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필수라고 봅니다."

(보라씨는 중3때 이미 세계여행을 다녀왔고, 그 후에도 소녀 혼자 몸으로 세계 여러 곳을 돌아보며 자신의 세상을 넓혀왔다.)

우리의 대화는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병주씨도 보라씨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꾼'으로 살아갈 게다. 앞으로 두 사람의 활약이 기대된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태그:#이길보라,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소리, #로드스쿨러,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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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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