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넥센 히어로즈에게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악몽의 날'이었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선수 유네스키 마야에게 노히트노런을 헌납한 것도 안타까웠지만 무엇보다 '서교수' 서건창이 무릎부상을 당한 것이 가장 뼈아팠다.

염경엽 감독은 서건창 이탈 후 4경기에서 이택근과 김하성에게 1번 자리를 맡겼다. 결과는 18타수4안타(타율 .222) 1득점으로 시원치 않았다. 무엇보다 기존 주전 선수들의 타순을 변경하면서 타선 전체의 균형마저 미묘하게 깨지고 말았다.

결국 염경엽 감독은 서건창 대신 퓨처스리그에서 올라온 선수를 1번에 배치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그리고 그 선수는 지난 3경기에서 무려 7안타를 폭발시키며 넥센의 반등을 이끌었다. 프로 5년 차 외야수 고종욱이 그 주인공이다.

뛰어난 타격재능에도 4년간 1군 62경기 출전에 그친 무명 외야수

우투좌타 외야수 고종욱은 한양대 시절 '슈퍼소닉' 이대형(kt위즈)보다 발이 빠르다고 알려질 정도로 폭발적인 주력을 자랑하던 선수다. 타격 재능 역시 탁월해 대학 시절 내내 고타율을 유지했고 4학년 땐 무려 4할이 넘는 타율로 대학야구를 호령했다.

고종욱은 전면 드래프트로 실시된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로 넥센에 지명됐다. 기대보다 아주 높은 순번은 아니었지만 전체 19순위는 투∙포수를 제외한 그 해 대졸 야수 중 가장 높은 지명 순위였다.

고종욱은 입단 첫 해부터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수비와 선구안에서 크게 약점을 보이면서 한 달도 채 버티지 못하고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이후에도 1,2군을 오르내린 고종욱은 54경기에 출전해 타율 .248 1홈런9타점7도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5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26개의 삼진을 당할 정도로 볼넷과 삼진 비율이 엉망이었다. 결국 고종욱은 아쉬움과 가능성을 한꺼번에 남긴 루키 시즌을 끝내고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고종욱은 상무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2012년에는 67경기에 출전해 타율 .327 3홈런 14타점을 기록했고 2013년에는 장타력이 부쩍 상승하며 타율 .319 7홈런41타점14도루라는 호성적을 올렸다.

2013년 9월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고종욱은 곧바로 오른쪽 어깨 습관성 탈구 수술을 받으며 작년 스프링캠프를 함께 하지 못했다. 뒤늦게 팀에 합류했지만 넥센은 이미 유한준, 이택근, 비니 로티노, 문우람, 박헌도 등으로 외야진을 꾸린 상황.

고종욱은 9월 엔트리 확대 때 1군에 올라갔지만 8경기에 출전해 1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넥센은 작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7명의 외야수를 엔트리에 포함시켰지만 그곳에 고종욱의 이름은 없었다.

시즌 7안타 중 5개가 왼쪽으로... 1번타자로서 삼진은 줄여야

고종욱은 올 시즌에도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타격 재능에 상무에서의 실전경험, 그리고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훈련량을 통해 자신감이 올라간 고종욱에게 퓨처스리그 무대는 너무 좁았다.

고종욱은 퓨처스리그 8경기에 출전해 타율 .552(29타수16안타) 10타점 8득점 5도루를 기록하며 퓨처스리그에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남아 있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결국 고종욱은 지난 10일 부상을 당한 서건창 대신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1군 진입 후 4경기에서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활약하던 고종욱은 16일 SK와이번스전부터 1번타자로 투입됐다. 1번으로 나선 첫 경기에서 사사구 2개를 골라낸 고종욱은 KIA타이거즈와의 주말 3연전에서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폭발시키며 넥센의 시리즈 스윕(3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5경기에서 7안타를 때려낸 고종욱의 타격에는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바로 7개의 안타 중 71.4%에 해당하는 5개가 좌측방향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19일에 나왔던 시즌 첫 홈런도 밀어서 좌측담장을 넘긴 것이다.

이는 고종욱이 노골적으로 밀어치는 타격을 하기 때문이다. 좌타석은 우타석에 비해 1루까지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송구거리가 긴 3루수나 유격수 쪽으로 땅볼이 갈 경우 내야 안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대학시절부터 준족으로 유명했던 고종욱이라면 밀어치기의 효과는 더욱 크다.

물론 고종욱이 '서교수'가 돌아올 때까지 넥센의 1번 타자로 활약하려면 극복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신인 시절부터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되던 많은 삼진 수다. 7안타 활약에 가려지긴 했지만 고종욱은 KIA와의 3연전에서도 4개의 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넥센은 21일부터 목동에서 두산과 홈 3연전을 벌인다. 공교롭게도 첫 경기 선발은 넥센에 노히트노런의 수모를 안긴 마야.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활약으로 넥센의 반등을 이끌고 있는 고종욱은 두산을 상대로 한 설욕전에서도 영웅들의 '돌격대장'으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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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고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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