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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유명산에 가는 길에 5일장이 열린다는 양평의 재래시장, 물맑은시장을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지난 주말에 바로 우리 가족한테 일어난 일이다. 휴양림으로 직행하기에는 뭔가 아쉬웠는데, 가족들과 재래시장 구경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봄이 와서일까요? 양평 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 양평 재래시장 봄이 와서일까요? 양평 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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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을 마주하다

양평 재래시장은 3과 8이 끝자리인 날에 서는 5일장이다. 경기도 내에서도 큰 재래시장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그 규모가 상당했다. 가족들과 시장의 중심이려니 하고 걸었는데, 중간에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다시 커다란 시장이 나타나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니면서 넓은 시장을 다 둘러보는 일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골목 골목으로 이어지는 시장이 재미있었습니다.
▲ 양평 재래시장 골목 골목으로 이어지는 시장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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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시장을 구경하다가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다. 바로 코뚜레인데, 아이들은 이 물건을 볼 일이 없었으니 신기해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를 쉽게 다루기 위해 어린 소의 코를 뚫어 줄을 매는 물건인데, 다시 생각해보니 소에게는 엄청난 고통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시장에서 짚으로 만든 달걀꾸러미도 발견했는데, 꾸러미로 싼 달걀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서 정겨웠다.

소코뚜레도 오랜만에 보는 물건인데, 소에게는 공포의 물건이었을 것이 틀림 없습니다.
▲ 양평 재래시장 소코뚜레도 오랜만에 보는 물건인데, 소에게는 공포의 물건이었을 것이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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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으로 만든 달걀꾸러미는 오랜만에 봅니다.
▲ 양평 재래시장 짚으로 만든 달걀꾸러미는 오랜만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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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파는 물건들은 다른 전통시장에서 파는 것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양평이 친환경 농사를 많이 짓는 곳이라서 그런가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노점들도 제법 보였고, 시장 내에 로컬푸드직매장이 위치해 있는 것도 특색이 있었다. 

봄이라서 그런지 시장에는 두릅을 비롯해 봄나물들이 제법 많이 나와 있었다. 봄나물들은 주로 아주머니들이 여기저기 좌판을 벌여놓고 팔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다닐 때 채소나 고추, 잡곡 같은 것을 장에 내다 파시던 어머니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할머니도 예전에 돈이 필요하면 이렇게 장에 나와서 농사지은 것을 팔았다고 이야기해줬더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로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것을 봐온 아이들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긴 하다.  
제철 봄나물들이 시장 여기저기에 가득 합니다.
▲ 양평 재래시장 제철 봄나물들이 시장 여기저기에 가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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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어머니의 모습을 만난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 양평 재래시장 30여 년 전 어머니의 모습을 만난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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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양평 시장표 족발이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유혹이 많았다. 특이 아이들에게는 여기저기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아이들이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길래 얼른 어묵을 튀겨주는 노점으로 향했다. 한 개에 천 원인 꼬치어묵을 하나씩 들려 줬더니, 갑자기 기운들이 펄펄 났다. 가끔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는 것이 뭔가 먹고 싶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에는 군것질 할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참기 힘든 유혹 입니다.
▲ 양평 재래시장 시장에는 군것질 할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참기 힘든 유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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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두 바퀴쯤 돌고 나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점심 메뉴로 고민하다가 시장에 왔으니 시장다운 음식으로 순대국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딸이 순대국밥은 싫다고 했는데, 맛 없으면 아빠가 다 먹고 다른 것을 사주겠다고 했더니 순순히 순대국밥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순대국밥을 맛본 딸, 눈이 동그래지더니 국물도 안 남기고 해치웠다. 딸은 뭔가를 처음 도전하기가 어려운데, 일단 시작만 하면 끝을 본다. 먹는 것도 그런가 보다. 그런데 순대국밥이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다.

뜨끈한 순대국밥은 시장에서 먹어야할 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 양평 재래시장 뜨끈한 순대국밥은 시장에서 먹어야할 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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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유명산자연휴양림으로 출발하면서 먹을 거라고는 쌀과 김치만 갖고 나왔다. 아이들이 시장에서 파는 족발을 먹고 싶다고 해서 집에서는 장을 대강만 보고 출발했다. 밥을 먹은 후 로컬푸드매장에서,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온 지평막걸리를 한 병 샀다. 그리고 시장 족발집으로 가서 2만3천 원을 주고 대(大)자로 하나를 샀다.

점심을 먹은 순대국밥집에서도 족발을 팔았지만, 미리 찜해 놓은 곳이라서 일부러 찾아가 족발을 샀다. 조금 우습지만 시장에 왔으니 왠지 여러 곳에서 장을 봐야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저녁에 먹은 시장표 족발은 정말 맛있었다.
  
일부러 찾아가 족발을 샀습니다.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습니다.
▲ 양평 재래시장 일부러 찾아가 족발을 샀습니다.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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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래시장다운 재래시장을 구경했다. 가족들도 모두 재미있어 해서 다행이었는데, 아내는 다음에 양평 쪽으로 나들이 올 일이 있으면 아예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고 이곳에서 장을 다 보자고 했다. 앞으로는 그래야 할 것 같다. 사람 냄새 나고, 푸짐하기도 한 양평 재래시장을 자주 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태그:#양평,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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