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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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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농성을 하던 중 이를 제지하는 경찰 경비과장에게 '저 무식한 저놈. 뒷문으로 들어온 거 아니야, 저 나쁜 놈', '무식한 경찰이 (이런 식으로 하는데) 어떻게 과장까지 됐을까'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폭언을 퍼부은 혐의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를 기소한 사유라며 이같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검찰이 박석운 대표에게 적용한 법률은 형법 311조 모욕죄다.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당사자가 처벌을 요구해야 성립되는 친고죄다. 검찰은 왜 손쉬운 공무집행방해죄가 아닌 모욕죄라는 생소한 법조항을 들고 나왔을까. 혹시 그날의 상황이 정당한 공무집행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 아닐까.

국정원의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던 지난 2014년 봄, 시국회의 소속단체 회원들은 집시법 절차에 따라 집회신고를 하고 3월 29일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 인도에서 '특검도입 촉구 캠페인' 집회를 하고 있었다. 시국회의는 4월 3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캠페인을 했다.

그런데 오전 10시경 많은 비가 내릴 듯한 조짐이 보여 주최측이 비닐 조각(가로 약1.5미터, 세로 약 1.5미터 정도)으로 비가림막을 설치하려 했다. 그러자 갑자기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 수십 명이 행사 장소에 난입,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집회를 중단 시키고 비가림막을 빼앗아갔다. 또한 이들은 무대배경막 지지용 트러스를 훼손 시키고, 홍보용 입간판을 가져갔다. 이 과정에 집회참가자 여러 명이 다치기도 하였다.

시국회의 공동대표 중 한사람인 박석운 대표는 경찰에게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를 방해하고, 영장도 없이 비가림막 등을 압수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영장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온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등은 딴청만 부리면서 영장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박 대표가 영장을 제시 못하면 불법압수라고 따지자 계속 동문서답하다가 "법정에 가서 따지세요"라고 억지를 부렸다. 또,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를 방해했다고 항의하면 "이게 무슨 집회냐, 집회라고 볼 수 없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또 비가 오는데 비가림막은 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 "비가 오는데 왜 여기 앉아 있냐? 집에 가야지"라고 말했다. 게다가 비가림막 강탈에 저항하는 집회 참가자 2명을 강제 연행했다.

왜 공무집행방해죄가 아니라 모욕죄일까

당시 집회장에는 폭력이나 방화, 손괴 등 집회금지 또는 집회해산 사유가 되는 행위는 전혀 없었다. 캠페인도 평온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등 경찰들은 자진해산요청이나 해산명령 등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집회를 방해했다. 그리고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물품을 강탈했다. (관련기사: 경찰의 시국회의 집회탄압, 도를 넘었다) / (관련 현장 동영상)

모욕죄가 보호하려는 것, 즉 보호법익은 사람들의 명예감정이다. 그런데 불법 탈법행위에는 보호되어야 할 명예가 있나. 혹 당시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등의 행위가 적법하지 않았기에 검찰도 박석운 대표에게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지 못한 것 아닐까. 오히려 상대의 명예감정을 훼손한 죄, 모욕죄는 공권력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비야냥거린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검찰은 앞뒤 사정은 다빼고 마치 박석운 대표가 정당한 업무 중인 경찰에게 욕을 한 것처럼 묘사했다. 이미 검찰은 삼성반도체 사망 노동자 유족들과 함께 시위를 하던 노무사 이아무개씨가 강제연행을 하겠다는 경찰관에게 "삼성에서 돈을 받았나 보다"라고 말했다며 모욕죄로 기소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상대방을 항의·비난하려는 의도로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모욕죄 억지 적용은 검찰이나 경찰 등 공권력이 국민과 법 위에 존재하는 특수한 존재처럼 생각하는 특권의식, 사법제도를 자신의 사유물처럼 대하는 비뚤어진 가치관에서 나온다. 국정원 시국회의 박석운 공동대표에 대한 모욕죄 첫 재판이 지난 4월 17일 시작됐다.


태그:#박석운, #경찰, #집회와시위, #모욕죄,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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