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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치권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 문제로 논란이 있다.

헌법상 해임건의의 절차를 살펴보면, 헌법 제63조 제1항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또는 일괄적으로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이것은 내각 전체 또는 수상에 대하여 불신임하는 의원내각제의 불신임제도와 구별되는 점이다.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헌법 제63조 제2항).

이처럼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일반의결표수(헌법 제49조)에 비하여 의결표수가 가중되어 있는 것은 잦은 해임건의로 인한 정국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때에는 국회의장은 그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않은 때에는 그 해임건의안이 폐기된 것으로 본다(국회법 제112조 제7항).

2003년 김두관 장관 해임안 의결 때도 비슷한 논쟁

만약 국회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가결된다면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해임할 법적 의무가 있는가? 헌법 제63조는 국회가 국무총리 등의 해임을 '의결'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의도적으로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건의의 효과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 건의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지 아닌지에 관하여 논쟁의 소지가 있다.

2003년 9월 3일 국회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결의안을 의결하였음에도 노무현 대통령 이를 즉시 수용하지 아니한 사례가 있다. 당시 김두관 장관은 노 대통령에게 부담주지 않기 위해 자진사퇴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해임건의권의 법적 구속력을 판시한 사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해임건의는 대통령을 기속하는 해임결의권이 아니라,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해임건의에 불과하다. 우리 헌법 내에서 '해임건의권'의 의미는, 임기 중 아무런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통령 대신에 그를 보좌하는 국무총리·국무위원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대통령을 간접적이나마 견제하고자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헌법 제63조의 해임건의권을 법적 구속력 있는 해임결의권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문과 부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 현행 헌법상의 권력분립질서와도 조화될 수 없다"(2004헌나1)고 밝혔다.

결국 당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건의를 수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대의기관인 국회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존중할 것인지의 문제이지 법적인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는 헌법이 규정하는 권력분립구조 내에서의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행사에 해당하거나 또는 헌법규범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밝힌 셈이다.

하지만 국회가 지닌 권한인 국무총리 해임건의권의 법적 구속력의 인정 여부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해임건의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의 독선과 전제를 간접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통제권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태그:#헌법재판소, #해임건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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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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