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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계, 생활, 도구, 생필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체가 과학입니다. 닮은 모습으로 대를 이어가는 인간 자체가 과학이고, 인간의 삶이 과학이고, 인간들이 살아가는 수단과 방법에 활용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과학과 무관하지 않으니 과학 아닌 게 없습니다.

오늘도 대개의 사람들은 스마트폰, 자동차, 컴퓨터, 텔레비전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가전제품들을 사용합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온통은 전자제품이고 과학과 무관하지 않은 현상들입니다. 부모를 닮은 아이들을 보며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얼마 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궁금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알고 사용하는 거냐?"고 물어 봤습니다. 열이면 열사람 모두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냥 쓰면 되지 뭐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그냥 쓰기만 하면 되지 뭐 작동 원리까지 알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왕 매일 수족처럼 사용할 거라면 원리쯤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누군가가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알고 사용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 "어" 하면서 스마트폰에 스며있는 과학적 원리 등을 막힘없이 설명해 나간다면 정말 멋져 보일 것 같습니다.   

<과학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유럽에서 근대 자연과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물질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태초의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명이란 무엇인지, 진화론이 지구상의 생명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 과학과 예술과 문학이 어떤 관계인지 등 다양한 주제를 체계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풀어 나가고 있다.
- <과학한다는 것> 501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

교양인을 위한 <과학한다는 것>

<과학한다는 것> (지은이 에른스트 페터피셔 / 옮긴이 김재영 신동신 나정민 정계화 / 펴낸곳 반니 / 2015년 3월 28일 / 값 2만 3000원)
 <과학한다는 것> (지은이 에른스트 페터피셔 / 옮긴이 김재영 신동신 나정민 정계화 / 펴낸곳 반니 / 2015년 3월 28일 / 값 2만 3000원)
ⓒ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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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한다는 것>(지은이 에른스트 페터피셔, 옮긴이 김재영 신동신 나정민 정계화, 펴낸곳 반니)은 편식된 지식이 교양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알아두면 좋을 최소한의 과학이자 과학의 기원을 내용으로 한 책입니다. 

살다보면 궁금한 게 참 많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사방에 거미줄처럼 걸린 게 온통 궁금한 것들입니다.

하기야 살아있다는 그 자체, 생명이라는 그 자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그 무엇인지가 궁금한 것이니, 본질적 의문꺼리인 생명과 함께하고 있는 모든 것들 또한 당연 궁금할 수밖에 없는 대상입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과학'은 학창시절 물리나 과학시간에 배웠던 복잡한 공식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가 과학이라고 하는 그것들이 정착되기까지의 과정과 배경을 더듬어 가는 논리의 여정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공식 하나로 뚝딱 외우는 어떤 법칙이나 원리가 정착되기까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대적 배경이자 과학사적 자취들입니다.    

괴테는 연금술이란 단지 납을 금으로 변형하는 허황된 것이 아니고, 값어치 없는 종이를 지폐같이 값나가는 것으로 변형하는 작업이 그 본질이라고 정확하게 파악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인공적으로 금을 생산해 내려는 연금술의 기본 사상은 어두운 골방에서 금을 만드는 행위라는 제한적 의미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더 가치 있는 것을 만드는 방법을 발견하려고 한다는 확장된 의미가 된다. -<과학한다는 것> 103쪽-

우매한 미신 정도로만 치부되고 있는 연금술이나 점성술에 담긴 배경이나 의미까지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변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하다 곤두박질을 치는 이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엄청 아프고 쪽팔리는 순간이지만 구경꾼 입장에서는 재미있습니다. 매년 추석을 전후한 가을날, 적지 않은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마을잔치가 벌어집니다. 마을잔치 프로그램 중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게 동네별 이어달리기입니다.

동네별 이어달리기는 마을잔치가 거반 끝날 때쯤 벌어집니다. 초등학교 시절, 나름대로 뜀박질 좀 했다는 사람들이 동네별 선수로 뽑혀 나옵니다. 마을의 명예를 걸고 나온 선수들은 먹은 나이쯤 깜박하고 죽을 힘으로 달립니다.

그러다 보면 매번 달리는 사람 중 누구 하나는 빠지지 않고 곤두박질을 치듯 넘어지는 광경이 벌어집니다. 왕년의 실력을 뽐내듯, 쭉쭉 잘 치고 나가는가 싶지만 어느 순간 발이 꼬이는가 싶으면 한두 걸음 비틀거리다 영락없이 곤두박질을 하듯 처박힙니다.   

곤두박질하듯 처박힌 사람들이 하는 핑계 중 십중팔구는 "마음은 초등학교 시절인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늙어가는 속도가 다름에서 오는 부조화 노화속도에 따른 현상쯤이라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달리기를 해 본 사람이면 다들 핑계가 아니라 사실이라는 걸 인정할 것입니다.

달리기를 하다 곤두박질을 치는 건 누구나 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노화속도의 부조화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에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끝없는 식욕, 진화의 부조화

바로 이런 현상과 다르지 않은 게 오늘날 사회적으로 문제로 대등하고 있는 비만 등과 관련된 식탐입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식탐은 음식산업의 발전과 진화속도의 부조화에서 야기되는 현상임을 아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대 인류가 안고 있는 비만이나 음식 조절 문제들은 일종의 잘못된 적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원시시대 식량 부족 상태와 현대의 물질적인 풍요 사이에 있는 조건의 변화에 진화론적으로 체질화된 섭생의 습관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문제들이다. 인류의 생존을 보장해 주던 원시시대의 섭생 습관이, 분명 우리 입맛을 유혹하는 제품들이 슈퍼의 선반을 가득 메우고 있는 현재의 상태와는 맞지 않는 것이다. -<과학한다는 것> 384쪽-

책에서는 분명 여러 과학을 설명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선입견처럼 갖고 있을 수도 있는 어떤 과학의 공식처럼 어렵지도 않고, 어떤 과학의 원리처럼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삶에서 가늠해 볼 수 있고, 사용하고 있는 생필품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 과학사입니다.

과학에 스며있는 논리적 배경을 무대로 한 원리 설명이기에 읽다보면 새기게 되고, 새기다 보면 어느새 일상생활에서 소화시킬 수 있는 교양의 토대가 마련됩니다.

그동안 누군가가 '근대 자연과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물질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태초의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명이란 무엇인지' 등등을 물어 왔을 때, 어쩌면 아주 멋쩍은 표정으로 '잘 모르겠는데'하고 답을 해야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특정 분야에만 해박한 전문분야 과학종사자에게는 과학에 대한 지식을 넓혀줄 멍석이 되고, 과학을 전공하지 않을 걸 과학을 모르는 핑계로 삼던 편 지식 교양인에게는 그동안의 교양을 한층 돋보이거나 튼실하게 해줄 주춧돌 같은 과학이 쉽게 읽혀질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과학한다는 것> (지은이 에른스트 페터피셔 / 옮긴이 김재영 신동신 나정민 정계화 / 펴낸곳 반니 / 2015년 3월 28일 / 값 2만 3000원)



과학한다는 것 - 세상과 소통하는 교양인을 위한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김재영 외 옮김, 반니(2015)


태그:#과학한다는 것, #김재영, #신동신, #정계화, #나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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