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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 근처의 타짜도로는 로마에서 손꼽는 유명한 카페 전문점이다.
▲ La casa del caffe tazza d'oro 판테온 근처의 타짜도로는 로마에서 손꼽는 유명한 카페 전문점이다.
ⓒ 박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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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는 250년 전통의 '카페 그레코 (Caffe Greco)', 황금 찻잔 '카페 타짜도로 (Caffe Tazza D'oro)', 로마의 아침 이슬이라 불리는 '에우스타끼오 (Sant' Eustachio)' 등 3대, 4대 카페로 손꼽히는 곳이 많지만 사실 이탈리아 커피는 어디에서 마셔도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단, 주문하는 방법을 제대로 안다면 말이다. 이탈리아에 살기로 결심하고 처음으로 커피를 경험했을 때 무지했던 나는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져 진정한 '커피 한 잔'을 얻기까지 늘 마음 속으로 외쳐야만 했다.

'아… 나에게 제발 커피 한 잔을 주세요!'

바람이 쌀쌀하게 느껴진 아침, 고소한 커피와 따뜻한 우유가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 주문을 했다.

이탈리아의 바리스타들은 '바'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과 안부를 주고 받고 대화를 나눈다. 대다수 바리스타들은 훈훈한 외모를 자랑한다.
▲ 친절한 이탈리아의 바리스타 이탈리아의 바리스타들은 '바'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과 안부를 주고 받고 대화를 나눈다. 대다수 바리스타들은 훈훈한 외모를 자랑한다.
ⓒ 박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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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 한 잔 주세요~"
그러나 잠시 후 내 앞에 놓인 건 새하얀 우유 한 잔!

"저기… 나 커피를 주문했는데?"
"그래? 너 '라테' 라고 했잖아."

이탈리아어로 라테(Latte)는 그저 '우유'라는 명사이다. 내가 마시고 싶던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커피는 반드시 '카페라테'라고 해야하는 것이었다.

"카페라테라고 해야지! 여긴, 이탈리아야."

훈훈한 외모의 친절한 바리스타가 웃으며 에스프레소 한 잔을 부어준다. 라테에 대한 아픈 기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어가 미숙했던 초창기에는 발음에 자신이 없어 단어의 끝만 강조했더니 라테(Latte, 우유)를 주문하고는 비슷한 발음의 떼(Tè, 차)를 받기도했다.

이탈리아에서 '라테'는 말 그대로 하얀 우유이다.
▲ 이탈리아의 '라테' 이탈리아에서 '라테'는 말 그대로 하얀 우유이다.
ⓒ 박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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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에스프레소와 부드러운 우유의 조화가 일품인 카페라테
▲ 카페라테 고소한 에스프레소와 부드러운 우유의 조화가 일품인 카페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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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원하는 커피 얻기'에 분노가 솟구쳐 달콤한 무언가가 필요함을 느낀다.

'아… 달콤한게 먹고싶다! 이럴 때 필요한건 마키아토?'

이번에도 아니었다. 마키아토(Macchiato)는 그저 얼룩진, 더렵혀진 의미였다. 카페 마키아토는 에스프레소 한 잔 위에 우유를 살짝 부어 얼룩을 만든 것이고 반대로 라테 마키아토는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로 얼룩을 만든 고소하고 담백한 커피였다. 내가 한국에서 "마키아토 주세요~"라고 이야기하고 받은 커피는 '캐러멜 마키아토'였기 때문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곳의 마키아토에서는 카라멜 시럽이 듬뿍 올라간 달콤함을 기대할 수 없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우유를 조금 넣은 오리지널 카페 마키아토
▲ 이탈리아 카페 마키아토(Caffe Macchiato) 에스프레소 한 잔에 우유를 조금 넣은 오리지널 카페 마키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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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커피를 달콤하게 해주는 것은 '설탕'이다. 맛있는 나라, 이탈리아에 살면서 점점 늘어나는 체중을 고려하며 설탕 섭취를 지양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커피와 설탕은 아주 중요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의 이탈리아 친구 린다(Linda)와 커피 한잔을 하러갔을 때 일이다.

"린다~ 커피 나왔다."
"응, 너는 카페(에스프레소) 주문했지? 자~ 여기 설탕."
"난 설탕 안 줘도 되~ 살쪄…!!"
"오~ 노! 설탕 없이 마시겠다고? 아니야~ 커피에는 설탕이지!"
"괜찮아, 그냥 먹어도 맛있는걸~"
"음… 생각해봐~ 설렁탕 먹을 때 소금을 안넣으면 어때?"
"에이~ 원래 설렁탕 국물엔 소금을 넣어야 제맛이지!"
"바로 그거야! 이탈리아에서 커피와 설탕의 관계는 한국의 설렁탕과 소금의 관계라구!"

'아… 어쩐지 이탈리아의 바에는 항상 설탕 봉투가있더라…'

이탈리아의 모든 바에는 설탕이 수북이 쌓여있다. 취향에 따라 설탕의 종류를 고를 수도 있다.
▲ 이탈리아 커피는 설탕과 함께! 이탈리아의 모든 바에는 설탕이 수북이 쌓여있다. 취향에 따라 설탕의 종류를 고를 수도 있다.
ⓒ 박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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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설탕을 붓고 있는 린다. 이탈리아 커피에서 설탕은 아주 중요하다.
▲ 이탈리아 친구 '린다' 커피에 설탕을 붓고 있는 린다. 이탈리아 커피에서 설탕은 아주 중요하다.
ⓒ 박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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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히 보니 흑설탕, 백설탕 심지어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다이어트 설탕까지 종류 별로 수북이 쌓여있다. 어느 정도의 비율을 넣어야 하는지 망설이자 린다가 설탕을 과감하게 부어버렸다.

"으악, 이건 커피에 설탕을 넣는 게 아니라, 설탕에 커피를 넣은 셈이잖아!"
"걱정마~ 이 에스프레소의 온도에는 이 설탕이 다 녹지 않아~"

내 커피에 설탕 한 봉지를 탈탈 모두 털어넣은 린다는 말했다.

"이렇게 마시면 첫 맛은 아쌀하고, 중간 맛은 고소해 그리고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딱 넘기고 나면 입안에 달콤함이 촤악~"

물론 모두가 그렇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인들은 각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커피를 마시기전 초콜릿을 하나 먹기도 하고 조금 더 진하게 내린 리스트레토(Ristretto, 농축된), 에스프레소 투샷인 카페 도피오(Caffè doppio)로 즐기기도한다.

특히 새로웠던 것은 인삼 향이 가득한 카페 알 진생(Caffè al ginseng), 맛 부터 건강함이 가득 느껴지는 보리 커피인 카페 도르조(Caffè d'orzo), 얼음과 에스프레소를 쉐이킹한 차가운 커피 카페 샤케라또 (Caffè shakerato), 술을 첨가하거나 곁들여 먹는 카페 꼬레또(Caffè coretto)등 커피 종류가 무척 많다는 점이었다.

수많은 커피의 종류를 배우고 나서야 커피의 의미를 알게 되었는데 커피 이름의 숨을 뜻을 알게되면서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에스프레소를 의미하는 카페 위에 달콤한 생크림을 얹은 커피
▲ 에스프레소 콘 판나 에스프레소를 의미하는 카페 위에 달콤한 생크림을 얹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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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콘판나 한 잔 주세요!"

여덟자의 이 커피 이름이 뭔가 특별하고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에스프레소 콘 판나는 영어에 with에 해당하는 전치사 콘(con)과 크림을 의미하는 판나(Panna)의 합성어로 말그대로 '크림 올린 에스프레소'일 뿐이었다.

카푸치노(Capuccino)의 뜻도 충격적이다. 카푸치노의 어원은 후드(Hood)란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cappucio'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후드가 달린 갈색의 수도복을 입은 수도사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갈색 수도복 위에 두른 하얀 허리끈 등이 커피와 우유가 섞인 카푸치노의 모습과 비슷하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커피 위에 하얀 우유거품이 후드 덮인 듯해서 카푸치노라고도 했다. 부드럽고 고소한 카푸치노가 '수도사'의 모습이라니…! 한동안 카푸치노를 마실 때 마다 어쩐지 마음가짐이 경건해졌었다.

하루에 세 잔 이상의 '카페(커피)'를 마신다는 이탈리아인들. 나는 이 세잔의 카페를 알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첫 잔은 그들의 문화를 몰라 헤매이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물론 요즘에는 밀라노, 피렌체 등에 미국식 커피집이 많이 생겨 아메리칸식 커피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자리세가 포함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다 계산된 가격에 깜짝 놀라고, 잔돈을 쿨하게 던져주는 계산원의 모습에 불친절하다 느끼는 등 무지했던 쓴 커피였다.

두 번째 잔을 마시면서는 옆에 있는 사람과 인사를 주고받고 바리스타와 안부를 묻는 여유를 갖게 되었고 세 번째 잔을 든 지금에서야 진한 향과 깊은 맛을 즐기며 이탈리아에서의 커피 한 잔이 참으로 '달다!'라고 느끼게 되었다. 뜨거운 커피의 온도만큼 열정적인 이탈리아인들, 그리고 그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탈리아 커피 한 잔을 즐겨보자.

"Un caffè per favore~!"

하루 세 잔 이상의 'Caffe'를 마시는 이탈리아인들의 에스프레소 소비는 연간 약 250억 잔에 달한다고 한다.
▲ 이탈리아 커피 하루 세 잔 이상의 'Caffe'를 마시는 이탈리아인들의 에스프레소 소비는 연간 약 250억 잔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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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즌에 등장하는 타짜도로의 커피 슬러시 '카페 그라니따 콘 판나' 처럼 이탈리아에는 그라니따, 샤케라토 등 차가운 커피를 만날 수 있다.
▲ 차가운 커피 '그라니따(Granita)' 따뜻한 시즌에 등장하는 타짜도로의 커피 슬러시 '카페 그라니따 콘 판나' 처럼 이탈리아에는 그라니따, 샤케라토 등 차가운 커피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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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탈리아커피, #이탈리아카페, #이태리커피, #커피맛집, #카페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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