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스티브 우

DJ 스티브 우 ⓒ DJ 스티브 우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대중음악계에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EDM)이 메인 장르로 자리 잡아 유행음악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30대 연령층이 주로 찾는 서울 및 대도시 클럽은 물론 다양한 규모의 EDM 콘서트와 페스티벌이 개최될 만큼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EDM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DJ를 꿈꾸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고, 사설 아카데미는 물론 대학에서도 전문DJ를 양성하는 교과과정을 개설할 정도라고 하니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DJ 스티브 우(Steve Wu)는 일렉트로닉 음악만을 다루는 가장 큰 규모의 해외 음악 사이트에서 많은 작품을 발표, 외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10년차 베테랑이다. 현재 국내 및 국외 클럽 무대에서 DJ로 활약을 펼치고 있고, 작곡가 겸 프로듀서이자 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 대표로도 바쁘게 살고 있는 스티브 우를 주말 공연을 펼치기 몇 시간 전, 그의 작업실에서 만나 보았다.

"힙합 클럽에서 청소부터 시작...일렉트로닉 DJ로 전향"

- EDM을 좋아하는 음악 팬들이 많다. 현역 DJ로서 실감하고 있나?
"힙합 DJ를 거쳐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전향해서 활동한 지 약 10년이 되었다. 당시보다는 저변이 확대된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마니아층이 즐기는 음악에서 보다 많은 음악팬들이 즐기게 되어서 무척 기쁘고 반갑다. EDM이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약자인데, 저는 일렉트로닉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알앤비, 소울 등 여러 장르 음악에서도 일렉트로닉 음악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에 댄스 음악으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대형뮤직 페스티벌, 해외 DJ들의 내한 공연, 국내 DJ들의 음반 및 음원 발매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본인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해외 유명 DJ들 위주로 페스티벌, 클럽 공연, 앨범 및 음원이 소개되었다. 다수의 대중들 역시 일렉트로닉 음악은 클럽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이란 인식을 가졌었다. 하지만 제가 들려드리고 한국의 많은 DJ분들이 소개하는 음악은 여러 다양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고, 제가 드린 의견에 공감하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에서 대중의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 스티브 우는 언제부터 DJ에 대한 꿈을 꾸었고, 어떤 활동을 해왔나?
"대학교 때 힙합 동아리 가입, 랩을 배워나갔다. 아쉽게도 소질이 없는 것을 깨달았고(웃음), 힙합 DJ에 대한 꿈을 품고 무작정 힙합 클럽에 찾아가 청소부터 시작했다. 2년 정도 힙합 DJ로 활동한 후, 일렉트로닉 음악 DJ로 전향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영국의 한 음악 레이블에 10개가 넘는 데모를 보냈는데, 그 중 하나의 데모가 발탁이 돼서 영국에서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운이 좋게도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내 테크 하우스(Tech House) 분야 차트에서 그 곡이 2위까지 올라 대학 졸업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 요즘 하루 일과는 어떤가?
"평일에는 저와 함께 음악 레이블(회사)를 운영하는 두 분과 함께 DJ아카데미를 오픈해서 주 2회 수업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음악에 관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고, 주말에는 DJ로서 무대에 선다."

- 지금까지 발매한 작품이 얼마나 되나?
"세계 최대의 일렉트로닉 음악 사이트인 비트포트(beatport)에는 약 60곡 정도가 발표되어 올라 있다. 국내에서는 제 음악이 발표된 적이 거의 없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주로 언더그라운드 계열 작품 활동을 해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로 해외 음악 사이트 위주로 발매해 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음반사에서 제 곡을 발매한 적이 있는데, 좀 더 대중친화적인 작품들을 많이 발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작년에 발표했던 '블랙 슈즈(Black Shoes)'란 곡이 동영상 조회 5만 회를 넘은 것도 발상을 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 그렇다면 지금 운영 중인 회사에서 새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나? 
"아니다. 지금 운영 중인 레이블에서는 재능 있는 DJ(음악인)들의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소개될 수 있도록 일종의 검증 단계를 거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능성 있는 곡을 만들고 찾아 온 분들에게는 해외 사이트에서 먼저 낼 것을 추천하고, 보다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우선시한다. 내 음악과 음반은 작년에 발매했던 회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디제이 톱 100, 우리나라 DJ 없어...좋은 여건 필요해"

- 우리나라 DJ들은 어떤 시스템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나?
"해외의 경우 소속 회사나 에이전트를 통해서 DJ들이 공연을 한다거나 음반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보다 나은 환경과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좋겠다."

- 해외 및 연예인 DJ에 비해 전문 DJ들의 개런티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클럽이나 페스티벌에서도 손님, 관객을 모으기 위해서는 분명 '킬링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극소수분들이 제대로 공연 준비를 안 하고 무대에 선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들도 '프로 DJ'로 나온 것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   

- 무리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현재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고 보나?
"이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신념은 DJ분들과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정도를 걷고 있어서 다행스럽다.(웃음)" 

-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댄스 음악 잡지에서 해마다 가장 인기 있는 100명의 DJ를 뽑는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DJ들도 이 랭킹에 올라간 적이 있었나?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많이 아시겠지만 <디제이 맥(DJ Mag)>이란 잡지에서 10여 년 전부터 '디제이 톱 100(DJ Top 100)'을 팬들의 투표로 그 순위가 결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00위 안에 오른 DJ는 아무도 없다."

- 어떻게 하면 '한국의 DJ'도 세계적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보나?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실력을 갖춘 DJ' 발굴과 더불어 '우리만의 일렉트로릭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영국의 '유케이 개러지(UK Garage)', 스웨덴의 '멜로딕 하우스(Melodic House)', 독일의 '테크노(Techno)', 네덜란드의 '트랜스(Trance)', 일본의 '시부야 케이(Sibuya K)'와 같이 세계인이 즐겨 듣는 특화된 사운드가 있지 않은가?

작년에 발표한 '블랙 슈즈(Black Shoes)'와 '네버 굿바이(Never Goodbye)'란 곡, 그리고 최근에 발표한 리믹스 앨범 <툴룸 코리아 2015(Toolroom Korea 2015)>를 통해 한국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려고 음악적 시도를 해왔다. 계속해서 발전시키다 보면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는 '한국의 일렉트로닉 사운드' 창시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웃음) 개성과 실력을 갖춘 대한민국 DJ분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제반여건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충분히 월드랭킹에 들 수 있다고 본다."

- 해외 음악인들과 작업을 할 기회가 있다면?
"워낙 훌륭한 분들이 많다. 그래도 지금 당장 기회가 생긴다면 스웨덴 출신 작곡가 겸 프로듀서 맥스 마틴(Max Martin)과 작업하고 싶다. 잘 아시는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엔 싱크(N Sync),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마룬5(Maroon 5),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등 팝 스타를 키워 낸 맥스 마틴을 가장 존경한다. 그분의 작업실에 앉아있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웃음)"

- 상반기 어떤 계획을 갖고 있고, 10년 뒤 스티브 우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이번 주 홍콩과 베이징에서 열릴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ltra Music Festival)> 전야제 공연에 참가한다. 6월 12일과 13일에 서울에서 열리는 본 공연 무대에 설 예정이고, 싱글 및 음반 발매 등 여러 계획들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

음악 작업을 할 때 혼자 하는 것보다 각자 빼어난 능력이 있는 동료들과 서로 상의하고 좋은 점을 찾아 만들어 나갈 때, 결과물 역시 가장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10년 뒤에도 뜻이 맞는 음악인들과 협업을 통해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훌륭한 공연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할 숭 있는 '음악인 스티브 우'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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