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리버풀 팬들의 꿈 같은 바람은 여기서 멈추고 말았다. 정들었던 주장 스티븐 제라드와의 아름다운 이별의 자리를 그의 생일에 벌어지는 FA컵 결승전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냉정한 그라운드는 이들을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팀 셔우드 감독이 이끄는 아스톤 빌라가 한국 시각으로 지난 19일 밤 11시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준결승 리버풀 FC와의 맞대결에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고 대망의 결승전에 올라 아스널 FC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투게 됐다.

전반전, 장군 멍군

스티븐 제라드와의 이별을 앞둔 리버풀 선수들이 결승 진출에 대한 열망을 역시 강하게 드러냈다. 경기 시작 후 30분 만에 리버풀이 선취골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몸을 내던지는 스티븐 제라드의 투혼도 빛났다.

리버풀의 공격을 차단한 아스톤 빌라의 수비수 오코네가 어설프게 공을 몰고나갈 때 스티븐 제라드가 달려들어 공 소유권을 다시 가져왔다. 여기서 스털링이 밀어준 공을 몰고 들어간 필리페 쿠티뉴가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성공해낸 것이다.

그러나 리버풀 팬들의 기쁨은 6분을 넘기지 못했다. 아스톤 빌라와의 미드필드 맞대결에서 밀리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36분에 동점골이 나왔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파비앙 델프가 밀어준 공을 간판 골잡이 크리스티앙 벤테케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비록 15위까지 내려가 있는 아스톤 빌라지만 강등권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FA컵에 전념하는 것이 느껴지는 동점골이었다.

아쉬웠던 스티븐 제라드의 헤더

추가골이 필요한 리버풀의 브렌단 로저스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마르코비치를 빼고 골잡이 마리오 발로텔리를 들여보내며 결승 진출에 대한 열망을 뜨겁게 드러냈다.

그러나 54분에 역전골까지 얻어 맞으며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중원 싸움에서 버텨주지 못하는 것이 드넓은 웸블리 그라운드에서 확실히 보였다. 아스톤 빌라의 유망주 미드필더 그릴리쉬의 찔러주기를 받은 파비앙 델프가 리버풀 수비수 로브렌과 골키퍼 시몽 미뇰레를 앞에 두고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성공했다.

결국 두 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린 파비앙 델프의 이 골이 역전 결승골이 된 셈이다. 그 이후에 공교롭게도 리버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에게 동점골 기회가 두 차례나 찾아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80분, 스티븐 제라드가 오른발로 찬 직접 프리킥은 아스톤 빌라 수비벽에 맞고 방향이 슬쩍 바뀌어 골키퍼 셰이 기븐 정면으로 날아갔다. 86분에 오른쪽 코너킥을 받아 스티븐 제라드가 솟구치며 이마로 돌린 공은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지만, 문지기를 대신해 왼쪽 기둥 옆을 지킨 수비수 리처드슨이 이마로 걷어냈다.

리버풀 벤치에서는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표시되는 것과 동시에 골잡이 리키 램버트까지 들여보냈지만, 2분 뒤 마리오 발로텔리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 하늘을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아스톤 빌라는 디펜딩 챔피언 아스널 FC를 상대로 오는 5월 30일(토)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의 결승전을 준비하게 됐다. 반면 리버풀 FC는 다음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기 위해 남아 있는 프리미어리그 일정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5위 리버풀(32경기 57점)이 4위 맨체스터 시티 FC(33경기 64점)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한 경기도 허술하게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는 25일(토) 오후 11시 더 호손스에서 벌어지는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의 원정 경기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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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2015 잉글리시 FA컵 준결승 결과(19일 오후 11시, 웸블리 스타디움)

★ 아스톤 빌라 2-1 리버풀 FC [득점 : 크리스티앙 벤테케(36분,도움-파비앙 델프), 파비앙 델프(54분,도움-그릴리쉬) / 필리페 쿠티뉴(30분,도움-라힘 스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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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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