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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만난 화순 백아산 대판골 산나물공원 풍경. 산나물이 지천인 산길을 따라 하얀 산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지난 18일 만난 화순 백아산 대판골 산나물공원 풍경. 산나물이 지천인 산길을 따라 하얀 산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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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물소리가 상쾌하다. 마음속까지 시원해진다. 간간이 들려오는 산새소리도 귀를 간질인다. 편백과 삼나무 숲을 휘감는 바람소리는 청량하다.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음으로부터 독립된 청정지대다. 아니, 한 가지 더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내 발에 낙엽 밟히는 소리다.

지난 18일 찾아간 백아산 대판골이 그랬다. 백아산은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 전 빨치산과 토벌대 사이의 전투가 치열했던 곳이다. 그만큼 산이 깊다. 남도에서 보기 드문 산간 오지다. 지금은 산나물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백아산이 키운 산나물들이다. 평지는 물론 경사 가파른 곳에도 산나물이 자라고 있다. 바위와 돌 틈에서도 새싹을 틔워 올렸다. 정확히 얘기하면 절반은 자생이고, 나머지는 씨앗을 뿌려 가꾼 것이다. 씨앗을 뿌렸을 뿐 부러 가꾸지는 않았다. 비료 한 줌, 농약 한 방울 치지 않았다. 백아산의 맑은 공기와 바람이 돌봤다. 산의 깨끗한 물과 흙, 따스한 햇볕이 키웠다.

곰취와 비슷하게 생긴 곤달비. 곰취보다 쌉싸래한 맛이 조금 덜하다.
 곰취와 비슷하게 생긴 곤달비. 곰취보다 쌉싸래한 맛이 조금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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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산 산나물공원의 곰취 군락. '나물의 제왕'들이 모여 산나물왕국을 이루고 있다.
 백아산 산나물공원의 곰취 군락. '나물의 제왕'들이 모여 산나물왕국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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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개미취 군락. 백아산 대판골 산길에 벌개미취가 빼곡하다. 발걸음을 어디에 내디뎌야 할 지 망설여질 정도다.
 벌개미취 군락. 백아산 대판골 산길에 벌개미취가 빼곡하다. 발걸음을 어디에 내디뎌야 할 지 망설여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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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골 길섶에는 이 산나물이 지천이다. 종류가 수백 종에 이른다. 가장 흔한 게 곰취다. 이파리가 곰의 발바닥을 닮았다고 그리 이름 붙었다. 이파리가 크다. 아주 큰 것은 밀짚모자의 양태만큼 넓다. 줄기에 골이 나 있다. '나물의 제왕'이라 불린다. 맛은 쌉싸래하다. 그러면서도 은은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곤달비도 흔하다. 생김새가 곰취와 비슷하다. 크기가 다르다. 손바닥보다 조금 크게 자란다. 곰취와 달리 줄기에 골이 없다. 곰취보다 쓴 맛이 덜하다. 쓴 맛을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이파리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산마늘도 널려 있다. 단군을 낳은 웅녀가 먹었다는 그 마늘이다.

노란 꽃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피나물도 부지기수다. 줄기를 꺾어보면 피처럼 생긴 붉은 물이 묻어난다. 그래서 피나물이다. 노란 꽃으로 무리를 이룬 군락이 눈길을 끈다. 한편으로는 마음 짠해진다. 은은한 향이 묻어나는 취나물도 널려 있다. 맛이 달큼한 더덕순도 빼곡하다. 뿌리의 성분이 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곤드레, 삼잎국화도 발길에 밟힌다.

노란 꽃을 피운 피나물. 백아산 자락에 여기저기 피어 있다. 노란 꽃이 금방 눈길을 사로잡는다.
 노란 꽃을 피운 피나물. 백아산 자락에 여기저기 피어 있다. 노란 꽃이 금방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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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 줄기. 피처럼 생긴 붉은 물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피나물이다.
 피나물 줄기. 피처럼 생긴 붉은 물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피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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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뿐 아니다. 이파리를 먹는 나무도 부지기수다. 금방 눈에 띄는 게 두릅이다. 참두릅이 여기저기 솟아 있다. '산채의 왕자'로 불린다. 개두릅도 흔하다. '봄나물의 귀족'으로 통한다. 나무에서 자라는 두릅과 달리, 땅에서 크는 두릅도 많다. 땅두릅이다.

줄기 속이 국수가락처럼 생긴 국수나무도 있다. 가을에 빨간 팥을 닮은 열매를 맺는 팥배나무도 보인다. 이파리에서 홑잎나물을 얻는 화살나무도 있다. 고춧잎나물을 주는 고추나무도 있다. 가지가 층층이 돋아나는 병꽃나무도 있다. 모두 이파리를 식용으로 주는 나무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산길에서 만나는 풀은 십중팔구 산나물이다. 길이 산나물 밭에 다름 아니다. 나뭇잎은 이파리 나물이다. 백아산이 보듬고 키운 것들이다. 산의 향기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 청정한 자연의 맛도 오롯이 담겨 있다. 

백아산 대판골에서 만난 병꽃나무. 새잎이 층층을 이뤄 나오고 있다.
 백아산 대판골에서 만난 병꽃나무. 새잎이 층층을 이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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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철을 맞은 참두릅. '산채의 왕자'로 통한다. 쌈으로 먹고 무쳐도 먹는다.
 제 철을 맞은 참두릅. '산채의 왕자'로 통한다. 쌈으로 먹고 무쳐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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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이 지천인 여기 백아산 대판골에서 힐링축제가 준비되고 있다. 화순 백아산 산나물축제다. 올해 일곱 번째를 맞는다.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 동안 열린다. 26일 이후엔 5월 말까지 주말에 소규모 축제를 이어간다.

축제라고 해서 그렇고 그런 마당이 아니다. 그저 먹고 마시며 노는 축제가 아니다. 일반적인 축제와 다르다. 어찌 보면 재미없는 축제다. 여흥거리가 없다. 산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반가운 자리다. 나른한 몸과 마음을 살포시 깨워줄 축제다. 때맞춰 하얗게 피어난 산벚꽃도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보통의 축제에서 볼 수 있는 공연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다. 행사장에서 마이크는커녕 전선 자체를 빼놓지 않는다. 대중가수들의 노래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음악을 틀지도 않는다. 노래는 산새들이 대신 해준다. 눈으로 산나물을 보고, 입으로 즐기는 축제다.

백아산 대판골을 흐르는 계곡물. 산나물이 흐드러진 산길을 따라 계곡이 이어져 있다.
 백아산 대판골을 흐르는 계곡물. 산나물이 흐드러진 산길을 따라 계곡이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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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을 피운 피나물 군락. 산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노란 꽃을 피운 피나물 군락. 산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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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프로그램도 소박하다. 산나물이 지천인 산길을 따라 걸으며 산나물과 들꽃을 구경하는 것뿐이다. 그 길을 새들이 지저귀며 동행한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도 분위기를 잡아준다. 평소와 다른 게 있다면 해설이 곁들여지는 것뿐이다. 산나물에 대한 해설은 산나물공원(산채원)의 촌장이 맡는다.

산나물 뜯기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하루 두 차례 유료로 진행된다. 산나물떡 만들기도 해볼 수 있다. 산나물과 약초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은 도서 전시회와 산나물 사진 콘테스트는 덤이다. 삼림욕과 산나물욕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다. 산나물이 필요하면 사갈 수 있다. 산나물 씨앗과 모종도 마찬가지다.

개복숭아꽃과 어우러진 백아산 자락. 하얀 산벚꽃과 연녹색의 숲이 조화를 이뤄 아름답다.
 개복숭아꽃과 어우러진 백아산 자락. 하얀 산벚꽃과 연녹색의 숲이 조화를 이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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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의 왕자' 참두릅. 김규환 씨가 산나물축제 때 쓰려고 채취해 놓은 것이다.
 '산채의 왕자' 참두릅. 김규환 씨가 산나물축제 때 쓰려고 채취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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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는 산나물 쌈밥과 산채비빔밥이 차려진다. 산나물 도시락과 김밥도 준비된다. 곰취와 곤드레, 산마늘, 참나물, 고춧잎나물, 두릅 등 백아산이 키운 산나물을 재료로 한다. 산나물비빔밥은 밥에 산나물을 넣고 고추장에 버무려 쓱싹쓱싹 비벼서 먹는다. 모두가 산나물로 꾸며지는 식단이다.

"산나물축제 때 구경 한 번 오세요. 마음 아픈 일들이 많은 요즘인데요. 오셔서 산나물을 보면서 힘들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힐링해 보십시오. 산나물도 많이 드시고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몸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도 밝아지고요."

백아산 산나물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산나물공원 김규환(49) 촌장의 말이다. 김씨는 서울에서 살다가 9년 전 귀농했다. 지금은 백아산에 의지해 산나물을 키우고 있다. 이곳이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백아산에서 산나물공원을 가꾸고 있는 김규환 씨. 서울에서 살다가 9년 전 귀농했다.
 백아산에서 산나물공원을 가꾸고 있는 김규환 씨. 서울에서 살다가 9년 전 귀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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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백아산 산나물 축제장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옥과나들목으로 나가 우회전, 15번 국도를 타고 화순 북면 방면으로 간다. 곡성군 오산면 소재지를 지나서 송단리·대광사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한다. 북면 원리, 방리, 강례리를 차례로 지나면 산나물공원(산채원)으로 연결된다.



태그:#산나물, #산나물축제, #백아산, #김규환, #피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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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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