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교체 선수 진성욱이 역습 과정에서 기습적인 패스를 시도하는 순간

인천의 교체 선수 진성욱이 역습 과정에서 기습적인 패스를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전북 현대를 최고의 팀으로 이끌고 있는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에 이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으로서 K리그 클래식 감독 첫 해를 보내고 있는 김도훈 감독이 재활공장장의 별명을 물려받고 있다. 이번에도 이적생이 귀중한 골을 터뜨려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기 때문이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9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87분에 터진 박세직의 그림같은 프리킥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울산 김태환의 침착한 선취골

역시 비가 내리는 축구 경기는 프리킥, 코너킥 세트 피스같은 의외의 장면에서 승부가 갈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가르쳐주었다. 먼저 활짝 웃은 팀은 원정 팀 울산이었다.

 울산 김태환의 침착한 선취골 순간

울산 김태환의 침착한 선취골 순간 ⓒ 심재철


19분, 제파로프가 왼쪽에서 코너킥 세트 피스를 짧게 처리한 울산은 혼전 중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렸다. 공격에 가담한 키다리 수비수 김근환의 왼발에 맞고 떨어진 공을 잡은 측면 미드필더 김태환이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인천 선수들이 주변에 7명이나 몰려 있었지만 효율적으로 수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반격에 나선 인천은 31분에 조수철이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밀어준 공을 김동석이 달려들며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비 때문에 그라운드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김도훈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김동석을 빼고 울산에서 데려온 미드필더 안진범을 들여보내며 보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주문했다. 그러다보니 인천 유나이티드에 좋은 프리킥 기회가 많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북, 수원과 함께 시즌 초반 리그 선두권을 형성하는 강팀 울산을 상대로 아직 승리가 없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었다. 63분에 얻은 이천수의 장거리 프리킥이 그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후반전, 인천의 주장 이천수가 오른발로 찬 장거리 프리킥이 울산 골문 왼쪽 기둥에 맞는 순간

후반전, 인천의 주장 이천수가 오른발로 찬 장거리 프리킥이 울산 골문 왼쪽 기둥에 맞는 순간 ⓒ 심재철


울산 골문으로부터 약 33미터쯤 떨어져 꽤 먼 거리였지만 이천수의 과감한 오른발 프리킥 실력은 여전했다. 울산 골키퍼 김승규는 깜짝 놀라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막아내지 못했고, 그 공은 왼쪽 기둥에 맞고 오른쪽으로 흘러나갔다. 인천의 골잡이 케빈이 이 공을 다시 소유하며 날카로운 찔러주기를 시도했지만 발을 내뻗은 김승규의 선방에 막혔다.

인천의 교체 선수 박세직, 9분만에 천금의 동점골

인천 유나이티드는 82분에도 좋은 위치에서 직접 프리킥 기회를 얻어냈고 수비형 미드필더 김원식이 위력적인 오른발 인스텝 슛으로 울산 골문을 위협했다. 아쉽게도 김원식의 발끝을 떠난 공이 왼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지만 김승규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슛이었다.

결국 울산은 프리킥으로 골을 내주며 승점 3점을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비 오는 그라운드며 원정 경기라는 까다로운 조건이었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 것이 화근이었다.

76분에 공격형 미드필더 제파로프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마스다를 들여보낸 것이 승리를 놓친 이유이기도 하다. 시즌 6경기를 치르며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하위권 인천을 상대로 이른바 잠그기 축구로 겨우 1골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절묘하게도 인천의 동점골(87분)은 이적생들이 만들어냈다. 울산에서 데려온 안진범이 좋은 위치에서 직접 프리킥 기회를 만들어냈고 이것을 전북에서 데려온 박세직이 왼발로 기막히게 감아넣었다. 수비벽을 넘은 공은 왼쪽으로 몸을 날린 김승규가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간 것이다.

 87분, 박세직의 왼발 프리킥 동점골이 울산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87분, 박세직의 왼발 프리킥 동점골이 울산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김도훈 감독이 들여보낸 지 단 9분만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골이어서 박세직의 기쁨은 더욱 컸다. 2012년부터 2년간 전북에서 26경기를 뛰면서 1득점 1도움을 올린 것이 공격 포인트의 전부였는데 인천으로 온 뒤 5경기만에 큰 기쁨을 누렸다.

귀중한 동점골의 주인공 박세직은 추가 시간이 흐르고 있는 종료 직전에도 번뜩이는 왼발 중거리슛으로 역전승을 노렸다. 하지만 울산 골키퍼 김승규가 왼쪽으로 넘어지며 가까스로 그 공을 쳐내고 말았다.

인천은 박세직 말고도 이적생 새얼굴들이 올 시즌 팀의 기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남과 전북에서 뛰던 김인성이 '소닉붐'이라는 별명을 달고 측면을 신나게 달리며 2골을 터뜨린 바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전과 전북에서 1년씩 뛰면서 무려 30골을 터뜨린 바 있는 키다리 골잡이 케빈이 아직까지 1도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드필더들의 패스와 크로스 수준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리그 10위에 머물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오는 25일(토) 오후 3시에 4위 포항 스틸러스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불러 8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울산도 같은 날 오후 4시에 11위 부산 아이파크를 호랑이굴로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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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결과(19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1-1 울산 현대 [득점 : 박세직(87분) / 김태환(19분,도움-김근환)]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케빈(78분↔박세직)
AMF : 이천수(67분↔진성욱), 김동석(46분↔안진범), 조수철, 김인성
DMF : 김원식
DF : 김대경, 김대중, 요니치, 권완규
GK : 조수혁

◎ 울산 선수들
FW : 양동현(83분↔김신욱)
AMF : 안현범(72분↔정승현), 제파로프(76분↔마스다), 김태환
DMF : 구본상, 하성민
DF : 이명재, 김근환, 이재성, 임창우
GK : 김승규

◇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순위표
1 전북 현대 19점 6승 1무 11득점 4실점 +7
2 수원 블루윙즈 14점 4승 2무 1패 14득점 7실점 +7
3 울산 현대 13점 3승 4무 11득점 5실점 +6
4 포항 스틸러스 12점 4승 3패 11득점 8실점 +3
5 제주 유나이티드 11점 3승 2무 2패 9득점 4실점 +5
6 전남 드래곤즈 10점 2승 4무 1패 6득점 6실점 0
7 성남 FC 9점 2승 3무 2패 6득점 6실점 0
8 광주 FC 8점 2승 2무 3패 10득점 11실점 -1
9 FC 서울 7점 2승 1무 4패 6득점 12실점 -6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5점 5무 2패 5득점 7실점 -2
11 부산 아이파크 4점 1승 1무 5패 5득점 10실점 -5
12 대전 시티즌 1점 1무 6패 2득점 16실점 -14
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FC 울산 현대 K리그 클래식 박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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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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