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하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양 팀 모두 아쉬움이 남는 경기를 펼쳤다. 충분히 승패를 가릴 수 있는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에서의 단조로움과 집중력의 부족으로 인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경기에서 인천과 울산이 나란히 한 골씩을 주고받은 가운데 1-1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두 팀은 자신들이 치른 최근 3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거두며 무의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시즌, 1승 1무 1패로 호각세를 보이며 자웅을 겨루지 못했던 인천과 울산은 이번 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분명 우세에 있는 울산이었으나 최근 경기에서 수비조직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천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였다.

한 번의 찬스를 살린 인천과 스스로 자멸한 울산

홈팀 인천은 전반 초반, 울산의 강력한 전진 압박과 활발한 측면공격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며 수세에 몰렸다.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대경은 울산의 김태환과 임창우를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며 많은 찬스를 허용하고 말았다. 김태환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초반에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보였는데, 특히 제파로프와 수시로 2대1 패스플레이를 펼치며 인천의 수비진을 당황시키는 움직임은 압권이었다.

선제골도 김태환의 몫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제파로프가 구본상에게 짧게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받아 측면으로 파고들던 구본상을 인천의 수비가 적절히 마크를 하지 못하며 크로스를 내주고 말았는데, 이것을 인천의 수비들이 완벽히 걷어내지 못하며 김태환에게 볼이 흘렀고, 이 볼을 가로챈 김태환이 선제골을 득점한 것이다. 인천은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측면 수비로 인해 다시 한 번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선제골을 실점하고 고전하던 인천은 전반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경기력이 올라오며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인천 특유의 측면을 이용한 공격과 조수철로부터 시작되는 패스가 살아나며 울산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양 측면의 이천수와 김인성의 공격이 번번이 울산의 협력수비에 막히며 효과적인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울산진영에서 세밀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며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후반전에 들어서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반전이 끝난 후 부진했던 김동석을 빼고 안진범을 투입한 김도훈 감독은 전반 막바지에 잡았던 주도권을 계속 잡아가고자 했다. 수비라인을 최대한 끌어올려 울산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인천의 공격에 울산의 수비진은 라인을 한껏 끌어내려 수비를 펼치는 상황이 계속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울산의 윤정환 감독은 왼쪽 측면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안현범을 빼고 수비수인 정승현을 투입시키며 5-3-2 전술로 전환하였다. 오른쪽 측면공격수 김태환을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게 하며 아래쪽의 수비는 강화하였고, 인천의 공격을 적절히 방어하고 있다가 한 번의 역습으로 골을 노리겠다는 노림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교체가 악수(惡手)가 되고 말았다. 인천은 최근 치른 4경기에서 2실점밖에 하지 않을 정도로 수비조직력이 탄탄한 팀이다. 이러한 인천이 한 번 주도권을 잡기 시작하자 울산의 역습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공격수를 빼고 수비수를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한 교체 때문에 더욱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 때 인천은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41분 울산의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를 인천의 박세직이 직접 프리킥으로 연결하였고, 이것이 울산의 수비벽을 넘어 김승규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동점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울산으로써는 경기 종료시간이 다 돼 가는 상황에서 순간의 집중력 부족으로 인해 내준 프리킥이 골로 연결되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울산의 역습을 노리겠다는 노림수는 결국 박세직의 프리킥 동점골 앞에 무너지고 말았고, 교체돼 들어간 김신욱을 활용해 다시 한 번 골을 만들고자 노력한 울산이었지만 인천의 효과적인 수비 앞에 결국 무승부를 허용하고 말았다.

단조로웠던 두 팀의 오른쪽 측면에서의 공격

인천과 울산 모두 오른쪽 측면 공격을 활발히 펼친 경기였다. 하지만 너무나 단조로웠다. 오른쪽 측면에서의 공격이 막히자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던 두 팀이다.

울산은 오른쪽의 김태환을 이용해 전반전부터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김태환이 인천의 왼쪽 풀백인 김대경을 적절히 공략하며 울산에게 많은 찬스를 만들어줬고, 스스로 득점까지 올리며 울산의 공격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환이 측면에서 인천의 수비진을 흔들어놓자 울산의 공격진은 마음 놓고 인천의 수비를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활발하던 김태환이 전반전 막바지에 이르러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실점 이후 인천이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전방압박을 효과적으로 가하기 시작하자 울산의 수비진이 뒤로 후퇴하기 시작하였고, 전체적인 라인이 아래로 내려가며 김태환이 전진동력을 잃게 된 것이다.

활발하게 인천의 수비진을 뒤흔들어주던 김태환이 잠잠해지자 울산의 공격 또한 잠잠해졌고, 공격에서의 다른 패턴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인천 또한 김인성을 이용한 오른쪽 측면공격을 활발히 펼쳤는데 계속해서 울산의 왼쪽 풀백인 이재명에게 막히며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한 가지 차이점은 울산이 그나마 전반 중반까지는 김태환을 이용한 공격에서 재미를 봤었다면, 인천은 경기내내 오른쪽 측면에서의 공격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크로스는 계속해서 차단됐고,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다 공을 빼앗겨 오히려 역습 찬스를 내주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때 인천은 다양한 공격패턴을 이용해 활로를 모색해야 했는데 결국 그러지 못하고 계속해서 오른쪽에서의 단조로운 공격만을 펼치며 스스로 공격 작업에서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울산과 인천 모두 오른쪽에서의 공격이 막히자 다른 공격패턴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는데, 이는 앞으로 리그 경기가 진행됨에 있어 두 팀의 상당한 약점으로 지적될 우려가 있다. 조금 더 다양한 공격패턴을 만들지 못하다면 순위싸움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Match Point

울산에게 있어서 이번 경기는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앞선 두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1위 전북과의 승점차가 벌어진 관계로 이번 경기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인천을 잡고 반드시 선두추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또 다시 무승부를 거두며 3위에 머무르게 됐는데 윤정환 감독의 후반전 교체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정환 감독은 앞서 얘기했듯이 후반전에 수세에 몰리자 왼쪽 윙어인 안현범을 빼고 수비수인 정승현을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차라리 넓은 활동반경으로 수비를 뒤흔들어 줄 수 있는 따르따와의 교체를 통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천은 후반 17분, 이천수가 먼 거리에서 시도한 직접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골로 연결되지 않았던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이후에도 후반 36분에 김원식이 시도한 프리킥이 아쉽게 빗나가며 역시 골로 연결되지 않았는데, 인천은 프리킥에서의 결정적인 두 번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결국 무승부에 만족하게 됐다.

공격에서의 세밀함 부족과 다양한 공격패턴을 만들어가지 못하던 인천에게 있어서 이러한 프리킥 찬스는 놓쳐서 안 되는 것이었다. 이 기회만 살렸다면 오늘 경기는 인천이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Match Result

인천 유나이티드 1-1 울산 현대, 4월 19일 일요일 오후 2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관중 2,352명

인천 출전자 명단 : 조수혁(GK) - 김대경, 김대중, 요니치, 권완규 - 김원식, 이천수(66' 진성욱), 조수철, 김동석(45' 안진범), 김인성 - 케빈(78' 박세직)

울산 출전자 명단 : 김승규(GK) - 이재명, 김근환, 이재성, 임창우 - 하성민, 구본상 - 안현범(71' 정승현), 제파로프(75' 마스다), 김태환 - 양동현(83' 김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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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저의 개인 블로그, '축구가 좋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vcxznnnn
축구 울산현대 인천유나이티드 K리그 인천축구전용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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