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에게 '야신'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사람은 널리 알려진 대로 작년까지 한화를 이끌던 김응용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이 LG트윈스를 이끌고 김응용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를 지휘하던 2002년, 삼성은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 이승엽의 동점 홈런과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시리즈가 끝난 후 김응용 감독은 인터뷰에서 다소 약한 전력의 LG를 이끌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괴롭힌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을 칭찬하며 "마치 야구의 신과 경기하는 거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물론 그 속에는 '물론 야구의 신을 이긴 나는 더욱 대단하다'는 뜻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때부터 야구팬들에게 '야신'이라 불리기 시작한 김성근 감독은 13년이 지나 한화의 사령탑이 된 지금까지도 야신이라는 별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야신' 김성근 감독은 2015년 4월19일 드디어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 비를 내리게 하는 기적(?)을 행했다.

NC와의 주말 3연전, 이틀 연속 이어진 대접전

16일까지 6승8패로 8위에 머물러 있던 한화는 17일부터 8승6패의 NC다이노스와 홈에서 주말 3연전을 치러야 했다. 안영명-미치 탈보트-배영수로 예정된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은 손민한-에릭 해커-이재학이 준비하고 있는 NC에 비해 결코 나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한화는 17일 경기에서부터 방망이가 살아나며 '회춘한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을 괴롭혔다. 1회 김태균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은 한화는 5회 4연속 안타로 3점을 추가했고 6회에는 김회성의 마수걸이 홈런까지 터졌다.

6회까지 7-2로 앞서 나가던 한화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7회 NC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NC는 7회초 공격에서 손시헌과 에릭 테임즈의 홈런으로 4점을 따라잡으며 순식간에 경기를 1점 차 승부로 만들었다.

7회 무사 상황에서 등판한 권혁은 꼬박 3이닝을 던지면서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경기 후반 한화가 3점을 추가했지만 막판까지 접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김성근 감독은 권혁을 마운드에서 내리지 못했다. 권혁은 17일 경기에서 45개의 공을 던졌다.

18일 경기는 전날과 반대양상으로 이어졌다. NC타선이 한화의 선발 탈보트를 착실히 공략하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고 나갔다. 특히 NC의 정신적 지주 이호준은 4회초 2루타에 이어 6회초에는 투런홈런(시즌 4호)을 터트렸다.

NC는 이호준, 그리고 5.2이닝을 3실점으로 막은 선발 해커의 활약에 힘입어 6회까지 6-3으로 앞서 있었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올 시즌 8경기 3.1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이혜천이 있었다. 하지만 한화의 드라마는 7회말에 시작됐다.

연승 후 기분 좋은 휴식, 김성근 감독의 계산에 있었을까

한화는 7회말 공격에서 김경언의 적시타와 김회성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따라 잡은 후 최진행이 백스크린을 때리는 130m짜리 역전 투런 홈런(시즌 3호)을 때려내며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선수들의 팀배팅과 희생정신, 그리고 해결사 본능이 한꺼번에 폭발한 7회말이었다.

짜릿한 역전에 성공했지만 한화로서는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앞으로 남은 2이닝을 막을 투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 결국 김성근 감독은 다음 날 선발로 예정된 배영수 카드를 꺼내 들었고 9회에는 또 다시 권혁이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배영수는 공6개로 1이닝을 막아냈지만 불펜 등판을 위한 워밍업 과정까지 생각하면 선발 투수의 불펜 등판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틀 동안 4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62개의 공을 던진 권혁의 체력소모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매 경기 총력전을 선언한 김성근 감독은 19일 선발 투수로 배영수를 예고했다. 프로야구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투수 운용이다. 하지만 '야신의 바람'대로 19일 이글스 파크엔 비가 내렸고 NC와의 3차전은 그대로 취소됐다.

휴일을 맞이해 야구장을 찾을 예정이었던 대전의 야구팬들에게는 다소 허탈한 일이겠지만 19일의 우천 취소는 한화에게 엄청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배영수가 '불펜 등판 다음 날 선발 등판'이라는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되고 권혁을 비롯해 지친 불펜진도 이틀의 휴식일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는 마무리 윤규진과 정근우도 시간을 벌 수 있고 연승분위기를 이어가며 다음 주 LG와의 원정 3연전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용규와 김태균이 한껏 올라간 타격감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지만 이들은 한 경기 취소됐다고 타격감이 떨어지는 레벨의 선수들은 아니다.

물론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친 투수진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비를 내리게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다음날 비 예보를 미리 파악하고 첫 2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쳤고 덕분에 대전의 야구팬들은 만원관중 속에서 시즌 첫 연승의 기쁨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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