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성근 감독의 '믿을맨'은 권혁(32)이었다. 올시즌 사자 우리를 벗어나 독수리군단의 마당쇠로 거듭난 권혁이 김성근 감독 부임후 한화의 올시즌 첫 연승을 이끌었다.

한화는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와 홈경기에 접전 끝에 8-6로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첫 연승을 달린 한화는 8승8패로 5할 승률을 회복하며 KIA와 공동 5위로 올라섰다.

권혁은 이날 9회 구원등판하여 안타 1개를 맞았지만 탈삼진 1개를 곁들어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전날 17일 NC전에서 2012년 삼성 시절 이후 3년만의 세이브를 기록했던 권혁은 이틀 연속 세이브를 추가하며 한화의 수호신으로 제 몫을 다했다.

권혁은 올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배영수와 함께 한화로 둥지를 옮겼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3년간 삼성 유니폼만을 입고 통산 512경기에서 37승 24패 11세이브 113홀드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삼성 불펜의 핵심이었다. 권혁의 이적은 배영수만큼이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팀내 입지가 점차 줄어들었다. 삼성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4년에는 38경기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선전했으나 중요한 상황에는 투입되지 못하며 필승조 경쟁에서 밀린 모습을 드러냈다. 권혁은 "더 많은 등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으로 가겠다"며 삼성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때마침 마운드 보강이 절실하던 한화가 4년 32억의 조건으로 권혁을 품에 안았다.

한화와 권혁의 만남은  결과적으로 '윈윈'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한화와 권혁의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권혁을 불펜의 전천후 계투로 중용하며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권혁은 올시즌 한화에서 벌써 11경기에 출전하여 1승 2패 2세이브 3홀드 자책점 5.17을 기록중이다.

자책점이 높은게 아쉽지만 불펜투수로서 보직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상황마다 등판한다. 팀 공헌도는 눈에 보이는 기록 그 이상이다. 올시즌 그야말로 원없이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권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도 있는게 사실이다. 팀당 16~17경기씩을 소화한 현재 전 구단을 아울러 10경기 이상을 등판한 불펜투수는 권혁을 포함하여 총 14명이다. 권혁은 최다등판으로는 NC 임정혁(12경기)에 이어 공동 2위지만 이닝 소화로는 15.2이닝으로 전체 불펜투수중 단연 1위다.

임정혁이 등판 횟수는 더 많지만 고작 7.1이닝을 소화한 것과 비교할 때 무려 두 배가 넘는다. 권혁의 팀동료인 박정진이 역시 11경기에 등판했으나 이닝수는 9.2이닝으로 권혁에 크게 못미친다. 올시즌 권혁이 얼마나 자주 마운드에 올라 오래 던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잦은 등판도 등판이지만 빈번한 연투와 과도한 투구수도 걱정을 자아낸다. 시즌 초반이지만 2일 연투가 세 차례, 3일 연투도 한 차례 있었다. 연장접전을 치렀던 10일 롯데전에서는 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패전투수가 될 때까지 무려 2.2이닝간 51구를 던지기도 했다.

이틀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던 NC전에서도 17일 3이닝간 45구를 던지고 다음 날 다시 마운드에 올라 1이닝간 17구를 던졌다. 원래 주전 마무리로 낙점됐던 윤규진이 어깨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면서 권혁에게 임시 마무리 역할까지 주어졌기 때문이다.

권혁의 빈번한 등판은 한화의 팀사정과 김성근 감독 특유의 마운드 운용과 무관하지 않다. 한화는 올시즌 초반부터 마운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화가 유난히 접전을 많이 치르면서 이기든 지든 버릴수 없는 경기가 대부분이다보니 자연히 믿을수 있는 몇몇 주축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과거부터 선발보다는 많은 투수들을 기용하는 '벌떼야구'에 강하다. 올시즌 한화에서도 배영수나 송은범같은 선발투수들이 종종 불펜으로 기용되는 일이 흔하다. 쌍방울 시절 김현욱이나 SK 시절 정우람, 송은범처럼 다양한 보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천후 '마당쇠'들은 김성근 야구의 핵심이었다. 올시즌 한화에서는 권혁이 그러한 역할을 맡고있는 셈이다.

하지만 마운드 분업화라는 현대야구의 흐름에 역행하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변칙적인 투수기용은 필연적으로 혹사 논란에 대한 우려도 안고 있다. 권혁도 어느덧 30대를 넘긴 베테랑이다. 삼성 시절에도 팀사정에 따라 다양한 보직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선수층이 두텁고 역할분담이 명확했던 삼성 불펜에서는 무리한 연투나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하는 부담은 없었다.

아직까지는 호투하고 있지만 계속 이런 식의 불규칙한 등판을 소화해도 괜찮을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미 이태양, 윤규진 등이 전열에서 이탈해있는 현재의 한화 마운드에 권혁까지 만일 부상이나 구위 저하로 흔들리기라도 한다면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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