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격언을 증명하며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9회 2사 후에 터진 최주환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 7-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4연승 행진을 달린 두산은 10승6패로 SK와이번스와 함께 공동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8회까지 1-5로 뒤지던 두산은 9회말 대거 6점을 뽑아내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주인공은 당연히 경기를 끝내는 역전 홈런을 터트린 최주환이었다.

퓨처스 휘어 잡은 타격 재능에도 주전 입성 힘들었던 최주환

광주 동성고 시절 에이스 한기주(KIA타이거즈)와 함께 팀을 이끌던 최주환은 2005년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하지만 불안한 수비와 미숙한 주루플레이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서 지명 순위가 2차 6라운드(전체46순위)까지 떨어졌다.

두산 입단 후에는 3루에 김동주(은퇴), 2루에 고영민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어 1군에서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입단 후 4년 동안 1군에서 32경기 출전에 그친 최주환은 2009 시즌이 끝나고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경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최주환에게 상무 입대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최주환은 2010년 타율(.382), 홈런(24개), 최다안타(151개), 득점(104개), 출루율(.460), 장타율(.686) 타이틀을 휩쓸며 말 그대로 퓨처스리그를 휘어 잡았다. 당시 최주환이 기록한 퓨처스리그 홈런 기록(24개)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2012년 두산에 복귀했을 때 최주환은 거포형 내야 유망주로 신분(?)이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3루에는 이원석, 2루에는 오재원이라는 넘기 힘든 벽이 존재했고 최주환은 그저 두산의 '화수분야구'를 대표하는 유망주에 머물러야 했다.

한정된 기회 속에서도 최주환의 꾸준한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2013년에는 부상으로 4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3할에 육박하는 타율(.297)을 기록하며 타격재능을 뽐냈다. 특히 그 해 LG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교체 선수로 출전해 생애 첫 포스트시즌 안타와 타점을 신고하기도 했다.

주전 3루수 이원석이 손부상에 시달린 작년 시즌에는 허경민과 함께 3루수로 번갈아 출전하며 타율 .280 4홈런 31타점이라는 쏠쏠한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최주환의 주전입성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이원석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했다.

생애 첫 역전 끝내기 홈런, 김현수보다 타점 많은 공포의 7번타자

김태형 감독은 작년 마무리캠프를 통해 백업 내야수였던 최주환과 허경민에게 3루 주전 경쟁을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허경민과의 주전경쟁은 최주환에게도 썩 나쁠 것이 없었다. 수비나 주력은 허경민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타격 솜씨와 장타력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두산이 외국인 타자로 빅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3루수 잭 루츠를 영입한 것. 풀타임 주전의 꿈에 부풀어 있었던 최주환은 졸지에 다시 백업 내야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루츠는 개막전부터 4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루츠의 기량은 두산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타율 .136 1홈런 3타점으로 부진하던 루츠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지난 8일 1군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마침 허경민마저 햄스트링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상황. 김태형 감독은 루츠 영입 후 잊고 있던 '3루수 최주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최주환은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두산의 핫코너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5타수 5안타로 시즌을 출발한 최주환은 공수에서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다가 18일 롯데전에서 마침내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며 백업의 설움을 훌훌 날렸다. 최주환은 두산이 4-5로 지고 있던 9회말 2아웃 주자 1,2루 상황에서 이정민의 시속 143km짜리 속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경기를 끝내는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최주환의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최주환은 올 시즌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되지만 .364의 높은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며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9개의 타점은 팀 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중심 타자인 김현수(8개), 홍성흔(7개)보다도 많다.

두산은 선발 장원준이 친정 롯데를 만나 5이닝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지만 4명의 불펜 투수가 남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6회 1사3루 상황에서 등판한 이재우는 롯데의 중심타자 황재균과 최준석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반면에 롯데는 중심 타자 황재균, 최준석, 강민호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도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3명의 불펜 투수가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지지 못하며 뼈 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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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최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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