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믿는 좌완 선발 장원준이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팬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지난 5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해 5피안타(1피홈런) 5볼넷 6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에도 썩 좋지 않은 내용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두산은 최주환의 끝내기포로 극적인 승리를 만들었고, 연승 행진을 이어나갔다.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4차전에서 최주환이 9회말 2사 1, 2루에서 끝내기 홈런을 작렬하며 두산이 두 점 차 승리를 거뒀다. 9회말에만 6점을 뽑은 두산의 어마어마한 응집력이 분위기를 바꿨고, 여기에 6회부터 마운드를 책임진 두산 불펜이 9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해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우-함덕주-김강률 18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 4차전에 등판해 무실점을 기록한 불펜 3인방. 위 사진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해 사용하였으며,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이재우-함덕주-김강률 18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 4차전에 등판해 무실점을 기록한 불펜 3인방. 위 사진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해 사용하였으며,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박중길


4이닝 무실점, 롯데 타선 꽁꽁 묶은 불펜 3인방

이 날 마운드에 오른 구원투수는 총 네 명이었다. 이현호, 이재우, 함덕주, 김강률이 차례로 등판해 역할을 분담했다. 이현호가 딱 두 타자만을 상대하며 마운드에 내려갔고 이재우가 6회 1사부터 7회까지 총 1.2이닝을 책임졌다. 8회는 함덕주, 9회는 김강률이 등판해 임무를 수행했다. 시범경기부터 위력을 발휘했던 계투진은 이 날도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5-1로 뒤진 상황에서 6회초 장원준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현호는 선두타자 짐 아두치에게 3루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4회말 한 점을 뽑아내며 추격을 시작하던 시점이었기에 추가 실점을 내줄 경우 자칫 분위기가 롯데 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도 후속 타자 손아섭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았다. 큰 산을 하나 넘은 셈이었다.

​두산 불펜의 힘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1사 3루의 위기를 맞이한 두산의 세 번째 투수로 올라온 이재우는 첫 타자 황재균을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고비를 넘어가더니 4번 타자 최준석에게 또 한 번 삼진을 솎아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대개 무사나 1사 3루일 땐 한 점을 주되 희생플라이를 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하지만, 두산 불펜은 추가 실점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7회에도 이재우는 멈추지 않았다. 선두타자 강민호와의 승부에서 안타를 허용한 뒤 정훈의 희생번트로 득점권 상황에 몰렸음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장성우를 삼진, 김민하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베테랑다운 투구를 보여주며 두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승리했고 1.2이닝 1피안타 3K, '무사사구'투를 펼쳤다.

​8회 마운드에 오른 함덕주는 시즌 초반에 비해 들쑥날쑥한 기복 때문에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올시즌부턴 필승조로 합류하면서 부담감은 배가 되었다. 이현승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장원준과 유희관이 선발진을 지키고 있어 사실상 필승조에서 좌완 투수는 함덕주가 전부다.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에겐 아직 필승조라는 자리는 버겁기만 하다.

​그런데 18일은 좀 달랐다. 선두타자 문규현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린 그는 짐 아두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까다로운 좌타자 손아섭을 7구 승부 끝에 바깥쪽 루킹 삼진으로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17개의 공을 던진 그의 표정에선 떨림보단 자신감이 가득해보였다. 평소 필승조로 올라올 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보니 심적으로 편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9회초 '셋업맨' 김강률이 등판해 역시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무력화했다. 선두타자 황재균을 땅볼로 처리하고 최준석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강민호를 헛스윙으로 돌려세운 이후 대주자 임재철의 견제사로 위기를 넘겼다. 득점권을 포함해 위기가 몇 차례 있었던 두산 불펜은 4이닝 동안 3피안타 무볼넷 무실점, 극강의 모습이었다.

롯데와는 대조됐던 불펜, 뚝심이 살아났다

​​반면 롯데는 불펜이 패배의 화근으로 작용했다. 9회말 무사 1루까지 선발로 등판한 조쉬 린드블럼은 단 1실점만 내주며 최근 리그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다는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큰 위기 한 번 맞이하지 않고 속구와 변화구를 골고루 섞어가며 주축 타자들을 봉쇄하는 데에 성공했다.

​실제로 이 날 두산 타선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선수는 정수빈과 오재원 단 두 명뿐이다. 9회말이 시작되기 전까진 완전히 롯데의 분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은 롯데였지만 반대로 두산으로서도 추격을 할 기회를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투구수가 100개에 다다랐어도 조쉬 린드블럼의 구위는 경기 초반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분위기를 바꾼 것은 9회말, 선두타자 정진호였다. 풀카운트 승부로 끈질기게 린드블럼을 압박했고 결국 정진호가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한계 투구수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롯데 벤치는 곧바로 불펜에서 대기하던 홍성민의 등판을 지시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 교체가 대역전극을 암시한 순간이었다.

​홍성민은 올라오자마자 민병헌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줘 주자만 한 명 더 쌓았다. 그리고 롯데 벤치에선 곧바로 이명우를 마운드에 올렸는데 정수빈-김현수, 두 명의 좌타자를 승부하기 위한 교체였다. 그러나 2번 타자 정수빈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린드블럼이 남겨둔 한 명의 승계주자가 있다고 해도 두 투수는 테이블세터를 상대로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모습만 남겼다.

​김현수마저 우전 안타를 때려 1실점을 내주는 동시에 무사 만루의 위기는 계속되었다. 투수가 이정민으로 바뀌면서 불이 꺼지나 싶었는데 양의지의 희생플라이, 오재원의 1타점 적시타로 다시 잠실구장이 뜨거워졌다. 한 점 차, 그리고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주환이 이정민의 3구째 실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5점 차 대역전극의 마침표가 끝내기 홈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결론적으로 아웃카운트 세 개만 잡으면 승리할 수 있었던 롯데의 불펜이 흔들렸고, 두산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또한 4이닝을 묵묵히 버텨준 불펜의 힘은 숨은 일등공신이었다.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보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지고 멘탈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두산 불펜이 극적인 대역전극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까. 화요일 kt전부터 4연승 질주, 지난해 두산은 잊혀진 지 오래다. 특유의 '뚝심'이 살아난 곰들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 이재우 함덕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