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아래 한국시각) 2014-2015 NBA 정규 리그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시즌은 마지막 날,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에야 양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최종 진출팀이 결정됐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이제 NBA는 오는 19일부터 양대 컨퍼런스의 파이널 진출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NBA는 1라운드부터 7전4선승제의 시리즈를 하기 때문에 최종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16승을 거둬야 한다. 플레이오프가 워낙 빡빡한 일정 속에서 치러지다 보니 당연히 평균 연령이 적은 팀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체력의 열세를 경험과 노련함으로 극복하는 팀도 있다. 이들은 작년 시즌에도 젊은 팀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통산 5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바로 NBA 파이널 2연패에 도전하는 '시스템 농구의 달인' 샌안토니오 스퍼스다.

로빈슨의 원맨팀, 포포비치 감독 부임 후 명문팀으로 급부상

국내에 NBA가 본격적으로 알려지던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샌안토니오는 '해군제독' 데이비드 로빈슨이 이끄는 팀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로빈슨의 원맨팀이었던 샌안토니오는 한계가 분명했다.

물론 로빈슨을 비롯해 숀 엘리엇, 에이브리 존슨 등이 전성기를 보내던 1994-1995 시즌에는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하며 우승의 꿈을 꾼 적도 있다. 하지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하킴 올라주원과 클라이드 드렉슬러가 이끄는 휴스턴 로케츠에게 패하며 파이널 진출이 좌절됐다.

샌안토니오는 로빈슨의 부상으로 7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1996-1997시즌 팀의 운명이 바뀌는 계기를 만난다. 팀의 몰락으로 얻은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통해 '미스터 기본기' 팀 던컨을 영입한 것이다.

던컨의 2년 차 시즌이던 1998-1999시즌 뉴욕 닉스를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샌안토니오는 이후에도 4번의 우승컵을 더 들어 올리며 NBA를 대표하는 명문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빌리가 합류하며 던컨과 '빅3'를 형성한 2000년대에는 16년 연속 50승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06-2007 시즌 생애 처음으로 파이널 무대를 밟은 '킹'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4연패의 수모를 안긴 샌안토니오는 지난 시즌 파이널에서도 제임스가 이끄는 마이애미 히트를 4승1패로 꺾었다. 제임스가 마이애미를 떠난 원인을 제공한 팀이 바로 샌안토니오였다는 뜻이다.

샌안토니오의 장점은 특정 스타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엔트리에 포함된 모든 선수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시스템 농구'에 있다. 이는 NBA의 전설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과 포포비치 감독의 지시에 따라 코트에서 효율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는 선수들의 뛰어난 조직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주전들의 노쇠화와 레너드의 부상에도 정규리그 55승 달성

이번 시즌 샌안토니오의 '빅3'는 또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었다. 작년 시즌 파이널 MVP이자 노장들 몫까지 더 뛰어야 할 만23세의 카와이 레너드는 손목 부상으로 18경기나 결장했다. 만32세가 된 핵심 식스맨 보리스 디아우는 항상 체중관리가 문제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여러 악재 속에서도 이번 시즌 55승 27패(승률 .671)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워낙 강호들이 몰려 있는 서부 컨퍼런스에 속해 있다 보니까 6위에 머물렀지만 동부 컨퍼런스에 있었다면 2위에 올랐을 성적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샌안토니오가 시즌 마지막 12경기를 무려 11승1패로 끝냈다는 점이다. 샌안토니오는 전통적으로 시즌 후반에 컨디션을 끌어 올려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도 후반기 성적을 보면 포포비치 감독의 계산대로 흘러간 셈이다.

샌안토니오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상대는 서부 컨퍼런스 3위를 차지한 LA클리퍼스. 어시스트 1위를 차지한 무결점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이 팀을 이끌고 블레이크 그리핀과 디안드레 조던으로 구성된 골밑의 힘이 돋보이는 팀이다.

반면에 부상 복귀 후 물이 오른 스윙맨 레너드의 폭발력과 지노빌리, 디아우를 중심으로 하는 벤치 멤버들의 경험과 힘은 샌안토니오가 한 수 위다. 양 팀은 정규리그에도 2승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는 양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로 꼽힌다.

'샌안토니오가 예전 같지 않다', '던컨이 늙었다'는 지적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이번 시즌에도 당당히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임한다. 던컨과 포포비치 감독의 마지막 목표인 2년 연속 우승을 향한 샌안토니오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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