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가 폭발한 날, 한화가 기분 좋은 승리를 쟁취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를 치렀다. 한화는 선발 안영명의 호투와 김태균의 맹타에 힘입어 10-6으로 승리했다.

7승 8패가 된 한화는 여전히 8위에 머물러 있지만,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3경기로 유지하며 촘촘한 순위싸움에서 뒤쳐지지 않고 있다. 특히 김태균은 자신의 시즌 최다타점인 4타점을 폭발시키는 등 최근 3경기에서 10타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4번 타자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3년 평균 타율 .35-평균 타점 72개, 두 얼굴의 김태균?

연장전서 솔로 홈런포 날린 김태균 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연장 11회초 한화공격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태균이 솔로 홈런포를 날리고 있다.

▲ 연장전서 솔로 홈런포 날린 김태균 지난 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연장 11회 초 한화공격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태균이 솔로 홈런포를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2011년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은 지난 3년 동안 무려 .351의 타율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이 기간 동안 김태균보다 높은 평균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손아섭 .340). 일본에서 뛴 2년을 제외하면 김태균은 지난 2008년부터 한 번도 3할 타율을 놓쳐 본 적이 없다.

지난 3년 동안의 출루율 타이틀 역시 언제나 김태균의 몫이었다. 사실 출루율은 테이블세터에게 더욱 중요한 덕목이지만, 실제로는 각 구단의 중심타자들이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어려운 승부를 하다 보면 투수들의 제구력이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화에는 김태균을 보좌할 만한 장거리포가 드물다. 최진행과 김태완은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도 거포형이라기 보다는 호타준족형 타자에 가깝다. 한화를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굳이 껄끄러운 김태균과 승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태균의 압도적인 타율과 높은 출루율은 한화의 득점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자고로 4번 타자라 함은, 차려진 밥상에서 타점을 쓸어 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김태균은 스스로 밥상을 차리는 유형의 4번 타자였다.

실제로 김태균은 지난 3년 동안 평균 72개의 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파괴의 신' 박병호(넥센 히어로즈)가 같은 기간 평균 115.3개의 타점을 쓸어 담았음을 고려하면 김태균의 타점 생산력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물론 투수들이 승부를 꺼려 왔기 때문에 김태균의 적은 타점을 김태균의 책임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3년 동안 리그 최고 연봉을 받으면서도 타점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김태균에게는, 어느덧 '타점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4번 타자'라는 이미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최근 3경기 10타점으로 단숨에 타점 공동 5위로 점프

김성근 감독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김태균에게 120타점이라는 미션을 내렸다. 적극적인 스윙을 통해 투수들의 정면 승부를 유도하라는 뜻이었다. 사실 팀의 4번 타자라면 높은 출루율보다는 많은 타점을 올려 주는 게 더욱 이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한화의 여건은 올해도 썩 좋지 못했다. 이용규와 함께 밥상을 차려야 할 정근우는 턱관절 부상으로 개막 후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최진행, 송광민 등의 방망이도 신통치 않다.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 역시 자신에게 맞는 타순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2군으로 내려갔다.

결국 김태균은 개막 후 10경기에서 13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본의 아니게 지난 3년 동안 보여주던 '김볼넷 모드'를 재가동했다.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피하다 보니 김태균의 방망이도 덩달아 힘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김태균은 팀이 빈볼시비에 휘말려 구설수에 오른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계기로 각성을 시작했다. 빈볼시비가 일어난 6회 말부터 경기에서 빠졌던 김태균은, 이후 3경기에서 10타점을 올리는 무시무시한 '해결사 본능'을 뽐내며 한화 타선을 이끌고 있다.

특히 17일 NC전에서는 타점 부문 1·2위를 달리고 있는 에릭 테임즈, 이호준이 보는 앞에서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김태균은 현재 3경기 연속 멀티 타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회 말 깨끗한 좌전 적시타로 선제 2타점을 올린 김태균은, 팀이 5-2로 앞선 5회 말에도 김경언을 불러 들이는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김태균은 8회 말에도 NC의 마무리 김진성으로부터 승부에 쐐기를 받는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하루 동안 타점 4개를 적립한 김태균은 시즌 15타점으로 이재원, 최정(이상 SK와이번스)과 함께 타점 부문 공동 5위로 뛰어 올랐다. 김태균은 이번 시즌 득점권 타율도 무려 .417에 달한다. 김성근 감독이 주문했던 '타점 먹는 4번'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한화는 이날 선발 안영명이 5이닝을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막고 '좌완 듀오' 박정진과 권혁이 남은 4이닝을 책임지며 승리를 챙겼다. 이 밖에 이용규와 이시찬으로 구성된 테이블 세터도 5안타 5득점을 합작하며 중심타선을 위한 '진수성찬'을 차렸다.

반면에 NC는 선발 손민한이 23.1이닝 연속 무사사구 행진을 이어갔지만 9피안타 6실점의 난타를 당하며 시즌 첫 패를 당했다. 마운드에서 10점을 허용하면서, 7회에 터진 테임즈의 3점 홈런(시즌 8호)도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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