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 영화 포스터

▲ <위자>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도구를 이용하여 악령을 불러내는 행위는 호러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이블 데드>는 책을 이용하여, <헬레이저>는 퍼즐박스로 악마를 소환하여 관객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근래엔 상자를 썼던 <포제션: 악령의 상자>와 거울을 활용한 <오큘러스>, 인형으로 불안감을 자극했던 <애나벨>이 극장가에 선보였다. <부기맨>과 <포제션: 악령의 상자>의 각본을 쓰며 다른 세계와 존재에 큰 관심을 보였던 스틸즈 화이트 감독은 연출 데뷔작 <위자>에서도 망자와 접촉을 시도한다.

영화 속 소재인 보드 게임 '위자(OUIJA)'는 가공의 산물이 아니다. 14세기 프랑스의 유목민들이 영혼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던 일종의 놀이에서 출발한 걸로 알려진다. 동양의 분신사바처럼 여러 이유로 망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수단이었던 '위자'의 방법은 간단하다.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마주 앉아 위자 말판 위에 손을 얹고 질문을 던지면, 영혼이 말판을 이용하여 "예"와 "아니오"로 답을 가리키는 식으로 진행된다. 절대 혼자 하지 말아야 하고, 15분 이상 하면 안된다는 몇 가지 주의사항도 있다.

<위자> 영화의 한 장면

▲ <위자>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혼자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를 어기고 한 여자가 홀로 위자 게임을 하다 악령을 불러내어 죽게 되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마음에 친구들도 위자 게임에 참여했다가 악령에게 위협을 당한다는 <위자>의 줄거리는 케케묵은 요소로 가득하다. 소재는 앞서 위자 보드를 소재로 삼았던 <위치보드>의 사용설명서와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이야기는 <나이트메어>와 <링>이 친 '저주'의 울타리 안에서 같은 자리를 맴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장르적 변형을 시도했던 <악령의 게임>의 도전도 없다. 그저 인물이 갑자기 등장한다든가, 소리를 확 높여서 놀라게 하는 깜짝쇼를 몇 장면 정도 삽입했을 뿐이다.

큰 실망을 주는 <위자>에서 위안으로 삼고 싶은 것은 두 명의 배우와의 만남이다. 절친했던 친구의 죽음을 밝히고자 동분서주하는 주인공 레인으로 분한 올리비아 쿡은 <더 시그널>과 <콰이어트 원>에 이어 또 한 번 매력을 발산한다. 최근엔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미 앤 얼 앤 더 다잉 걸>이 선댄스 영화제에서 드라마 부문의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니 그녀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위자> 영화의 한 장면

▲ <위자>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인시디어스> 시리즈의 심령술사 엘리즈로 친숙한 린 샤예는 반가운 얼굴이다. 영화에선 위자 게임을 통해 깨어난 존재에 대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잰더 부인으로 출연하는 린 샤예는 짧은 분량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시디어스>처럼 불안함과 신비로움을 교차시키며 독특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흑백으로 영화 속에 나온 과거 사진을 보여주는 <위자>의 엔딩 크레딧에서 마이클 베이, 플래티넘 듄스, 블룸하우스는 눈길을 끄는 이름이다. 자신이 차린 제작사 '플래티넘 듄스'를 통해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13일의 금요일> <나이트 메어> <아미타빌 호러> 등의 유명 호러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언데드>를 내놓기도 했던 마이클 베이는 위자 게임의 제작사 '해즈브로'와 손잡고 <트랜스포머> 때처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한다. 협력자로 참여한 또 다른 이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의 산실인 '블룸하우스'다.

2000년대 초반을 장식했던 <쏘우>와 <데스티네이션>의 잔혹함이 지나간 자리를 대신한 이들은 <인시디어스> <컨저링>,<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초자연적 설정으로 무장한 호러 영화였다. 마이클 베이는 블룸 하우스가 형성한 새로운 조류에 슬쩍 편승하며 <위자>를 띄웠다. 그러나 인물과 이야기는 이번에도 엉성하다. 익숙했던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재가공하여 독창적인 맛을 냈던 <팔로우>를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대충 만들었는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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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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