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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경, 기네스북도전이 시작되자 참가신청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 오후 7시경, 기네스북도전이 시작되자 참가신청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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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행사장에서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참석했다. 내가 이 글을 쓴 것은, 어제 참가한 다른 사람들의 느낌을 댓글로나마 듣고 싶어서이다. 이 기사는 주최측을 비난하기 위해 쓴 기사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진행이 너무 미숙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주변 현장에서 들려오는 불편한 소리들을 간과할 수 없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한 반성도 필요하기에 몇 자 적어본다. - 기자말 

지난 16일,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집회에 이어 17일 오후 6시 서울광장에서는 민주주의국민행동, 4월 16일의 약속국민연대 주최로 집회가 열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이라는 제목의 이 집회는 '세월호 인양·진상규명을 위한 기네스북 도전'을 위해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리 신청을 하고 1만 원의 후원금을 내야 했다. 주최 측에서 발행한 QR코드가 확인되어야만 입장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다. 필자는 이런 방식의 집회는 처음이었지만, 그 방법이 신선하다고 느꼈다. 집회 비용을 충당하는 면에서도 꽤나 좋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신청 후 입금까지 완료했다.

행사 당일까지 도착하지 않은 바코드

시간이 지날 수록 목표로했던 4160명이 채워지고 있다. 행사가 끝날 당시까지 참석인원은 4577명이었다.
▲ 세상에서 가장슬픈 도전 시간이 지날 수록 목표로했던 4160명이 채워지고 있다. 행사가 끝날 당시까지 참석인원은 4577명이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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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 빛들이 모여 바다와 세월호모형과 인양되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
▲ 세상에서 가장슬픈 도전 참가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 빛들이 모여 바다와 세월호모형과 인양되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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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사당일까지도 바코드는 핸드폰이나 이메일로 도착하지 않았다. 그 정도의 착오야 있을 수 있겠다 이해했다. 현장에서 인쇄한 바코드를 받아 입장을 했다. 주최 측은 정확하게 오후 7시부터 참가자들의 입장을 허락했고, 4160명이 되면 입장을 멈추고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많은 인파가 몰리며, 전산망마저 폭주했다. 참석자 인원을 세는 작업 역시 더디게 진행됐다. 그리고 입장을 완료했을 때에는 4160명보다 많은 4577명이 집계됐다.

기다린 지 1시간 20여 분이나 지나서야 입장이 완료됐다. 그 1시간 20여분 동안 사회자 혼자서 '원맨쇼'를 하듯 집회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바닥에 앉아 행사와 관련된 정보와 세월호 관련 영상 등을 몇 차례 반복해서 보고 들었다. 불편했지만, 참가자들은 입장이 늦어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모두가 일어나 사전연습을 한 차례 한 후,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게스트로 초청된 이들은 집회 참가자들을 하나로 묶어 열기를 고양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참가자들은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생소한 노래를 부르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나오는 무대는 좀처럼 참가자들의 열기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미리 참가신청을 하지 못한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다.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 미리 참가신청을 하지 못한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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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행사를 마칠 무렵에는 예행연습 한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다. 행사 종료를 알리고 바깥라인에 있는 이들에게 "합류하라"고 안내했을 때에는, 참가자들도 바깥 라인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끝난 거야? 이게 뭐야?"
"만원이나 내고 왔는데 뭐 이래?"
"뭐래? 왜 이렇게 진행이 미숙해?"

여기저기서 이런 말들이 들려왔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집회이기에 불편함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참가자들 열망 모을 수 있도록... 개선 시급하다

행사에 밝혀진 촛불
▲ 세상에서 가장슬픈 도전 행사에 밝혀진 촛불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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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바같에서 부모와 함께 참여한 어린이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세상에서 가장슬픈 도전 행사장 바같에서 부모와 함께 참여한 어린이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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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도는 좋았다. 지금까지 대규모 집회를 하면서 입장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전에 입금하고 주최한 사례는 드물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주최 측은 진행상의 매끄러움뿐 아니라, 게스트나 발언자들의 발표 내용이나 시간 등도 점검해야 했다. 물론 했겠지만, 집회 시작 전 영상을 통해 몇 차례 반복되었던 내용을 다시 들어야 하고, 리허설하며 연습했던 것과 다르게 행사가 진행되어 참가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일 등이 진행되는 내내 지속되었다.

날은 추웠다.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어린 아이까지 데리고 참석했다. 1시간 30여 분은 맨땅에 앉혀두고, 40여 분은 계속 서 있게 했다. 참가자들의 그 뜨거운 열정을 담아내지 못하는 미숙함. 이것은 단순히 운영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동안 애써 해온 운동의 동력까지도 갉아먹는 일일 수 있다. 주최 측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광장에 밝혀진 촛불
▲ 세상에서 가장슬픈 도전 서울광장에 밝혀진 촛불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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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 일각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문화행사들만 보아도 얼마나 세련됐는가? 청중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관객과 게스트와 진행자가 혼연일체가 된다. 이번 집회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염원하며, 자발적으로 돈을 내가며 열정을 가지고 참가했다. 참석자들에게조차도 큰 박수를 끌어내지 못하는 이런 집회가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에이, 시간 아까웠어. 차라리 어제 하지 못한 헌화나 할 걸 그랬어."
"그나저나 내일 '인간띠 잇기'도 이러는 거 아냐?"

나만 들은 이야길까? 내 개인적으로 심사가 뒤틀려서 이런 생각을 한 것일까? 어제 그곳에 참석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그래야, 소위 '운동'하는 분들도 현장의 소리가 어떤지 듣고 반성할 것 아닌가?


태그:#세월호인양, #가장슬픈도전, #기네스북, #민주주의국민행동, #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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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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