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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심(心)은 동물의 심장을 나타내는 상형자이다.
▲ 心 마음 심(心)은 동물의 심장을 나타내는 상형자이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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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을 주장하는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착하므로 어릴 적 마음, 적자지심(赤子之心)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순수했던 적자지심을 잃어버린 극악무도한 폭군의 대명사가 있다. 주지육림의 주인공인 주왕이다. 그는 자신에게 끈질기게 간언하는 숙부 비간을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고 들었다(吾聞聖人之心有七竅)"며 그의 심장을 꺼내 살해한다. 전설에 따르면 그의 무덤에는 심장이 없는 것처럼 속이 빈 풀이 자라났는데, 이를 몰심채(沒心菜), 혹은 공심채(空心菜)로 불렀다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미자(微子), 기자(箕子), 비간을 은나라의 삼인(三仁)으로 칭송했으며, 비간은 3000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충신의 전형으로 존경 받는다. 또 비간의 아내는 주왕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숲에서 아들 견(堅)을 낳는데, 목야전투에서 승리하고 주나라를 세우는 무왕(武王)은 아들 견이 숲에서 태어났다고 '림(林)'이라는 성을 내렸다. 견은 림씨 성의 시조로, 비조는 태시조로 불린다.

고대인들은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심장에 구멍이 많고, 털이 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생각과 영혼의 거처로 심장을 주목했는데, 이는 17세기 토머스 윌리스의 뇌 해부 이전까지 동서양이 서로 비슷했던 셈이다. 그래서 생각과 관련된 거의 모든 한자에는 마음 심(心)이 함께 한다.

마음 심(心, xīn)은 동물의 심장을 나타내는 상형자이다. 네 획으로 심장을 형상화한 것인데, 심장이 좌우, 심방과 심실로 나눠진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마음에 방이 여러 개여서 두리번거림이 생겨난다고 믿었는지, 항저우(杭州) 시후(西湖)의 한 정자에는 삼 획으로 된 마음 심(心)이 쓰여 있다. 두 번째 획을 경계로 첫 획은 내 마음, 마지막 획은 네 마음인데, 세 번째 획이 다른 사람에 한 눈을 파는 마음이라 여겨 생략한 것이다.

루쉰(魯迅)은 한 획을 뺀 삼 획의 마음 심(心)을 속이 다 타도록 온갖 궁리를 다해 애쓰는 모양(挖空心思)이라고 한 반면, 샤오싱(紹興)의 한 식당은 한 획이 없는 것이 배가 고픈 모양을 나타내므로 음식으로 그 한 점을 채우라고 광고한다.

저마다 간직한 마음이 제각각이여서인지 간단한 네 개의 점으로 구성된 마음 심(心)에 대한 해석이 다양한 언어유희를 만들어낸 셈이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영혼과 생각은 뇌에 의해 조정된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심장은 곧 영혼의 집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우리 의식과 언어 속에 유전되어 흐른다. 세상사 모든 일이 '마음' 먹기 달렸다(一切唯心造)고 하지, '뇌' 하기에 달렸다고 말하진 않지 않는가.


태그:#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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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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