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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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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운명을 가를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된다.

20일 오전 배심원 선정이 이뤄진 뒤,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 법정에서 재판이 시작된다. 나흘 동안 진행된 뒤, 오는 23일 오후 선고가 내려진다. 만약 유죄가 나올 경우, 재판 결과를 둘러싼 논란으로 서울 교육은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잃는다.

조희연의 운명을 가를 국민참여재판

당시 상황을 잠시 복기해보자. 조 교육감은 2014년 5월 25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그리고 '고승덕 후보는 미 영주권 문제를 즉각 해명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조 교육감은 "이 자리에 선 것은 고승덕 후보에게 자신과 두 자녀의 미 영주권 보유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촉구하기 위해서"라면서 "조희연 캠프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고 후보는 두 자녀를 미국에서 교육시켜 (자녀들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 후보 자신 또한 미국에서 근무할 때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 후보가 지금 즉시 이 문제를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해 오늘 이 자리 섰다"면서 "만약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고 후보는 대한민국 서울의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자신의 자녀는 미국에서 교육시켰으면서도 대한민국 서울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고 후보는)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자녀를 키우고 계신 미국에 가셔서 교육을 담당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취재진을 향해 "인터넷에서 논란이 뜨겁다, 저희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만큼 취재를 정식으로 해서 정확한 사실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그날 오후 고 전 후보는 '조희연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자녀의 미국교육은 사실이며, 영주권이 아닌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저는 영주권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튿날 조 교육감은 재차 "미국 영주권 보유 문제를 미국 대사관의 객관적 자료를 통해 증명해주시길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선거 기간 고 전 후보는 이를 외면했다.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 해명요구일까? 허위 사실 공표일까?

6.4지방선거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해 6월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유세 도중, 자신을 향해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편지를 작성해 공개한 이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거론하며 "딸아 미안하다!"를 외치고 있다.
 6.4지방선거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해 6월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유세 도중, 자신을 향해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편지를 작성해 공개한 이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거론하며 "딸아 미안하다!"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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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에서 법리적으로 다툴 쟁점은 단순하다. 조 교육감이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둔 5월 25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고 전 후보에게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되느냐다. 더 정확히 말하면 조 교육감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2항을 위반했느냐가 쟁점이다. 조항은 다음과 같다.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허위사실 공표 위반과 관련한 대표적인 대법원 판례는 2003년 2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후보자에게 위법이나 부도덕함을 의심케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허용되어야 하며, 공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고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의혹사실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한 허위사실 공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반면, 제시된 소명자료 등에 의하여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이를 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의 기자회견은 고 전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의 트위터 글에서 출발했다. 이 글의 내용은 온라인 공간에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조 교육감 쪽은 최경영 기자 등에게 확인하고 여러 법률가들에게 자문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 교육감 쪽은 "고승덕 전 후보에게 사실 확인과 그 객관적 증빙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최소한의 검증요구였다"면서 "후보자 간 상호 의혹 제기와 해명을 통해 투명하게 후보 자격을 검증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공직선거법의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조 교육감) 기자회견에서 '해명하라'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취지와 표현을 고려할 때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면서 "또한 (기자회견) 발언 근거에 대한 신빙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 기소를 둘러싼 '뜨거운' 정치적 논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와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사진 왼쪽부터)이 6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서 만나 서로 손을 맞잡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지난 선거에서 서울교육의 미래를 위해 경쟁했지만 서울교육의 혁신과 학생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뜻을 밝혔다.
▲ 조희연-문용린-고승덕 "서울교육 발전 위해 협력"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와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사진 왼쪽부터)이 6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서 만나 서로 손을 맞잡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지난 선거에서 서울교육의 미래를 위해 경쟁했지만 서울교육의 혁신과 학생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뜻을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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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 교육감 기소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뜨겁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일 조 교육감을 기소한 것을 두고 "진보교육감을 흔들기 위한 정치적인 기소"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논란①] 경찰은 혐의 없다는데, 검찰은 왜?

이 사건을 처음 조사한 서울지방경찰청은 '혐의 없음' 의견을 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14일 "특별히 (고승덕) 후보자에 대한 비방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 수사 서류를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고승덕 후보에게 미 영주권 문제를 해명하라고 요구한 점', '교육감 선거의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발생한 점',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 보유와 관련한 개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없어 사실인지 허위인지 판단할 수 없는 점' 등을 언급한 뒤 "(조 교육감의 기자회견은) 검증차원의 행위에 불과하고 후보자의 인지도를 하락시키고 지지를 떨어트려 그 당선이나 선거에 불리하게 하기 위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후 경찰 수사 결과를 비판하면서 기소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경찰에서는 고승덕 후보 등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조사가 충분하지 못했다"면서 "경찰 조사 결과 이후 검찰의 보강조사 등으로 결론이 바뀌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므로 경찰의 '혐의 없음' 의견이 조 교육감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논란②] 검찰은 왜 조희연 교육감만 기소했을까

선거에서 조 교육감과 고 전 후보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두 후보에게 경고를 하기도 했다. 

고 전 후보는 진보 후보 단일화 과정에 당시 통합진보당 경기 동부 인사들이 연루됐다고 주장하면서 조 교육감의 통합진보당 당원설을 언급하는 등 '색깔론'을 제기했다. 또한 조 교육감 장남의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했고, 있지도 않은 특목고 폐지 공약을 비판했다.

고 전 후보가 의혹을 제기한 내용은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조 교육감은 고 전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 서울시선관위에 고발했다. 서울시선관위는 공직선거법 250조 2항을 위반했다며 경고했다. 이 조항은 검찰이 조 교육감이 기소한 근거 조항이기도 하다.  

조 교육감은 검찰에 의해 기소됐지만, 고 전 후보는 기소되지 않았다. "형평성 어긋난 기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이를 두고 "고승덕 후보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를 두고 공소권 남용을 운운하는 것은 수사기관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금껏 허위사실 공표 위반 사건은 상황에 따라 유무죄가 갈렸다. 과연 배심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태그:#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국민참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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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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