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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65000명(경찰 추산 10000명)이 모였다.
▲ 시청광장에 운집한 시민들 이 날 65000명(경찰 추산 10000명)이 모였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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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추모열기가 거센 가운데 16일 서울시청에서도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특히 서울시청과 광화문에는, 6만 5천명의 많은 시민들이 모여 세월호를 추모하고 기억했다. 

이날 일기예보에는 비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지난해 같은 날 배가 막 침몰했을 시각인 오전 10시 전후부터 오후 1시까지 쉬지 않고 쏟아지던 비는 추모제 시각이 다가오자 거짓말처럼 그쳤다. 다행히 추모제를 할 때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아직도 한을 지니고 있던 희생자들이 쌓인 눈물을 보는 듯했다.

16일의 추모제가 열린 서울시청,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가장 돋보였던 사람들은 세월호의 희생자들과 동년배였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었다. 세월호 추모제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교복을 입은 사람들과 같이 교복을 입고 활동했던 세 시간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추모제 뒤편 학생들의 캠페인, 모두에게 호응

서울도서관 옆은 학생들의 캠페인 독려로 왁짜지껄했다.
▲ 대안예술 캠페인을 진행중인 이우고등학교 학생들 서울도서관 옆은 학생들의 캠페인 독려로 왁짜지껄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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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제가 열리던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는 예술 캠페인이 열리고 있었다. 캠페인을 기획한 사람들은 시민도, 단체도 아닌 성남의 이우고등학교 대안예술동아리의 2학년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왁자지껄하게 "캠페인을 참가해 주시고 가세요!", "잊지 말아주세요!" 등의 구호를 외쳤고,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캠페인에 동참했다. 어느 새 이곳은 사람들이 줄을 설 정로고 정도로 가득 찼다.

학생들의 목적은 새끼손가락으로 노란색 스탬프를 찍어 세월호의 상징물인 종이배 모양의 우드락에 날인하여 노란 종이배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우드락 전체에 노란 빛이 가득했을 정도로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던 이우고등학교 이재하군은 "세상에 어떤 예술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예술가가 될 것인지, 예술로 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동아리가 대안예술동아리다"면서 "이번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나 고민해왔다가, 사람들에게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은 새끼손가락으로 배 위에 노란 지장을 채우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다같이 만들었다는 의미, 그리고 사람들에게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아 기획하게 되었다"라며 "세월호를 시민들이 잊지 않고, 같이 행동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화 든 교복으로 하얗게 물든 광화문광장

광화문광장에는 시민들, 그 중에서도 교복 입은 학생들이 가득했다.
▲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광화문광장에는 시민들, 그 중에서도 교복 입은 학생들이 가득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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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는 여느 때보다 많은 학생들이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찾아왔다. 이로인해 세월호 침몰로 인하여 죽어간, 얼굴 한 번 못 본 또래친구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바로 앞의 서명운동에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 차 어른 못지않은 추모열기를 볼 수 있었다.

인근의 고등학교에서 방문한 한 남학생은 "세월호가 1주기를 맞았다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찾았다"며 "어쩌면 대학이나 사회에서 만날 수 있었던 친구들인데, 이렇게 사진으로만 있다는 것이 슬프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인천에서 추모를 위해 광화문을 방문한 우혜원양은 "헌화하면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사망자들을 가슴에 안고 사는 유가족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라며 "몇몇 사람들이 국화꽃을 기념품이라며 가져오기도 했었는데,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학생들이 이곳을 찾은 덕분에 시민들의 눈길만 주며 지나친 이 곳은 고 이보미양이 부른 거위의 꿈을 비롯한 여러 추모곡으로 가득찼고, 진상규명, 인양 서명운동도 활기를 띠었다.

서명대를 지키던 자원봉사자인 김수창씨는 시민과 학생들에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질문에 "세월호 진실규명은 한국 사회의 비리와 부패가 만연해있고,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더 벌기 위한 삶에 빠진 우리를 아이들의 죽음으로 깨우치게 한 큰 경종이다"라며 "그리고 제대로 된 진실규명만이 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고, 적절한 처벌만이 이 잘못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니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찰의 최루액 진압에서도 지지 않은 노란 꽃

길을 막은 경찰버스에 올려진 국화꽃
 길을 막은 경찰버스에 올려진 국화꽃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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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시가행진이 있을 때까지도 추모열기를 지우지 않았다. 경찰은 동화면세점부터 종로 삼일교까지, 종로를 빙 둘러, 광화문과 세종로 한가운데까지 버스와 차량을 세워놨다. 학생들은 SNS에 현재의 상황을 올리고, 먼저 귀가한 학생들과 같이 토론하는 등 SNS에서도 열성적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학생을 우선해서 연행시키거나, 학생들이 운집한 곳에 캡사이신 최루액을 살포하는 등 진압을 이어나갔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학생들은 의연하게 평화시위를 이어나갔다. 광화문에서는 한 고등학교의 학생 여러 명이 경찰의 버스 앞에 연이어 앉아 폭력이나 욕설이 아닌 간단한 행동으로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세월호의 1주기 추모제는 경찰의 캡사이신 최루액으로 인해 부끄럽게 마무리됐지만, 학생들과 시민들은 노란 리본 아래에서 부끄럽지 않은 시민이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더 험난하고 어려운 길이 놓여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들, 그리고 정치가들이 올바른 길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행동하고, 모두가 상처를 씻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2014년 4월 16일 슬픈 영혼의 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태그:#세월호,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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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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