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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낸 대형 사고였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며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지진, 원전 등 재난의 나라 일본.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1995년 1월 한신·아와지 대지진, 그리고 2011년 3월의 동경 대지진은 일본인들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아픔으로 남아 있다. 이들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재난 이후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지난해 10월 방문한,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일본 고베시의 '인간과 방재미래센터'와 일본의 심장부인 동경의 '다찌가와 도민방재교육센터'의 사례를 2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기자말-

'인간과 방재미래센터'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당시 피해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 1995년 1월 17일 5시 46분 피해 모습 그대로 '인간과 방재미래센터'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당시 피해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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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었다. '인간과 방재미래센터'에 도착해 가장 먼저 체험한 1·17영화관 안. 유명감독의 연출로 대지진 당시의 충격적인 실제영상을 오버랩해 입체 영상으로 재탄생된 영상은 함께 센터를 방문한 수십 명의 일본 어린이들이 눈물을 보일 정도로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건물이 부서지고, 지하철과 고속도로를 운행하던 열차와 버스가 전복됐다. 철길은 엿가락 구부러지듯 땅에서 솟아올랐고, 지진과 함께 발생한 화재로 인해 평온하기만 했던 삶의 보금자리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10분이 채 안 되는 영상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엄청난 파괴력을 대형영상과 실감나는 음향으로 고스란히 가슴 속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감동이었다.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할 무렵 눈앞에는 당시 지진 피해 직후의 도시를 모형으로 리얼하게 재현한 도시의 모습이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황급히 빠져나가 다다른 '대지진 재해홀'. 당시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1인칭화하여 대지진 당시 뉴스를 생상하게 재구성한 15분의 영상은 한 편의 드라마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옆집 언니는 부서진 벽의 틈에 끼여 있었다"는 내레이션은 또 다시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산산히 부서진 건물,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폐허로 변해 버린 도시는 복구가 시작되면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구호의 손길로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갔다. 그 모습에서 다시 희망을 봤다. "많은 분들이 이 도시를 다시 찾아주길 우리는 기대한다"는 마지막 멘트에서는 가슴이 뭉클하며 그들의 호소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봤다.

영상을 지켜보는 동안 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의 구호 손길이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진도 팽목항으로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 또 기름유출사고 이후 태안 지역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기름때를 닦던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센터 내에는 전 세계에서 관람오는 외국인을 위한 다국적번역기를 비치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 외국인을 위한 다국적번역기 센터 내에는 전 세계에서 관람오는 외국인을 위한 다국적번역기를 비치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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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두 개의 영상관을 거치면서 인간과 방재미래센터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준비한 음성번역기는 우리가 기념관이나 박물관 건립 시 참고해야 할 교훈으로 다가왔다.

여섯 가지 기능을 간직한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유리벽으로 된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외관. 동관과 서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서관(오른쪽)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상흔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고 동관은 쓰나마에 대비한 예측도 등이 전시되어 있는 물 테마 전시공간이 위치해 있다.
▲ 일본 고베시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유리벽으로 된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외관. 동관과 서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서관(오른쪽)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상흔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고 동관은 쓰나마에 대비한 예측도 등이 전시되어 있는 물 테마 전시공간이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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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일본 고베시 쥬오구 와키노하마카이간도오리에 위치한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1995년 1월 17일.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태안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2007년 12월 7일, 그리고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이다. 사상 최악의 재난이 발생한 점은 같지만 고베는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의 엄청난 위협을, 우리나라는 두 사건 모두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예고된 인재라는 차이가 있다.

올해로 고베시는 대지진이 발생한 지 20년을 맞는다. 20주년을 맞아 '인간과 방재미래센터'에서는 심포지움을 비롯해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하야시 미요카쥬(林 三四和) 사업부운영과장은 "2015년 1월 17일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지 20주년이 되는데 센터에서는 20주기 추모식을 센터 광장에서 개최하는 한편 전시회와 심포지움도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내의 모든 시스템에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로도 번역된 화면을 볼 수 있다.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내의 모든 시스템에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로도 번역된 화면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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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We don't forget 1995.1.17.'을 모티브로 지난 2002년 4월 건립된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기점으로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마련되었다.

특히,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 재해 없는 사회실현 ▲ 생명의 소중함 ▲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통해 재해없는 사회실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세계적인 방재연구의 거점으로서 거듭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전시, 자료수집과 보존, 재해대책 전문직원 육성, 교류 및 네트워크, 재해대처의 현지지원, 실천적인 방재연구와 젊은 방재전문가 육성 등의 여섯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재민과 시민, 자원봉사자 등과 협력 및 연계를 통해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경험과 교훈을 알기 쉽게 전시하고 있다.
▲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 이재민과 시민, 자원봉사자 등과 협력 및 연계를 통해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경험과 교훈을 알기 쉽게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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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벽’이라 명명한 이 공간에 전시된 전시물 모두는 일반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들로, 전시된 물품마다 번호를 부여해 스마트폰이나 PC에서 해당 번호를 누르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 일반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전시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하야시 과장 ‘기억의 벽’이라 명명한 이 공간에 전시된 전시물 모두는 일반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들로, 전시된 물품마다 번호를 부여해 스마트폰이나 PC에서 해당 번호를 누르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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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특히 전시기능이 주를 이루는데 이재민과 시민, 자원봉사자 등과 협력 및 연계를 통해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경험과 교훈을 알기 쉽게 전시하고 있다. 센터 내에 전시된 20만 점의 전시물이 협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간과 방재미래센터'에는 무려 20만 점에 이르는 전시물이 전시돼 있는데 '기억의 벽'이라 명명한 이 공간에 전시된 전시물 모두는 일반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들로, 전시된 물품마다 번호를 부여해 스마트폰이나 PC에서 해당 번호를 누르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영상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모두 시청이 가능하다.

센터 방문객들에게 대지진 당시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고 있는 자원봉사자. 이들은 교통비도 안되는 1일 800엔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들의 열정은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부심으로 자원봉사에 임한다.
 센터 방문객들에게 대지진 당시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고 있는 자원봉사자. 이들은 교통비도 안되는 1일 800엔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들의 열정은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부심으로 자원봉사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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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간과 방재미래센터'에는 당시 사고를 겪은 이들의 경험담을 영상에 담아 생생한 체험기를 전하는 한편, 고령임에도 15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면서 센터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사고 당시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에게는 교통비도 안 되는 800엔(한국돈 8000원) 정도가 지원되고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열정만은 센터 정직원들의 그것보다 우월해보였다.

하야시 운영과장은 이들 자원봉사자들에 대해 "센터에 자원봉사 등록한 분이 150명으로 당시 대지진을 경험한 분들이 많아서 고령자분들이 많고, 중국어 영어, 한국어를 하시는 분들이 50명 정도 있는데 당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며 "어린이들에게 설명하는 전시해설사도 구역마다 배치돼 있어 효과적인 정보전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관과 동관이 합쳐야 비로소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예측도에는 인명, 재산피해 등 피해예측을 공개해 항시 지진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이뿐만아니라 산사태 위험지역, 하천 범람지역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에게는 지가(地價)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까지 공개하고 있다.
▲ 국가에서 공개하고 있는 지역별 쓰나미 예측도 예측도에는 인명, 재산피해 등 피해예측을 공개해 항시 지진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이뿐만아니라 산사태 위험지역, 하천 범람지역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에게는 지가(地價)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까지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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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에서는 거대지진 피해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 국가에서 공개하고 있는 피해예측자료 일본 정부에서는 거대지진 피해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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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서관과 동관으로 이어져 있는데, 서관이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면 동관은 쓰나미 등 물을 테마로 한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동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코너는 국가에서 공개하고 있다는 지역별 쓰나미 예측도였다. 이뿐만 아니라 산사태 위험지역, 하천 범람지역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에게는 지가(地價)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까지 공개하고 있었다.

하야시 운영과장은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부터 위험지역에 대해 조금씩 공개를 하기 시작했는데, 예측도가 공개되면서 지가에 영향을 미쳐 부동산에서는 공개하지 말라는 이의도 있었지만 점차적으로 공표를 하고 있다"면서 "결국 위험 예측도 공개는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야시 과장은 '인간과 방재미래센터'의 역할에 대해 "일본은 재해가 엄청 많은 곳으로 도쿄에서 도시직하형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된 바와 같이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정부기관의 예측에 따라 구체적으로 앞으로 어떠한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를 알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인터뷰]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하야시 미요카쥬 사업부운영과장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하야시 미요카쥬(林 三四和) 사업부운영과장.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하야시 미요카쥬(林 三四和) 사업부운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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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어떤 곳인가.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앞으로의 미래와 세계에 전하고자 만들어졌다. 개관한 지 올해(2014년)로 13년째가 된다. 이제까지 600만명이 찾아왔다. 연간 50만명, 해외에서는 2만명 정도가 방문했다.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는 6개의 역할이 있는데 주로 전시 기능이다."

- 운영관리 주체는 어디이고,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센터 운영은 재단에서 한다. 재단은 효고현에서 만든 공익재단이고 국가에서도 보조금이 나온다. 운영금에 대해서도 국가에서 보조금이 나오고 있다.
입장료(대인 600엔, 대학생 450엔, 고교생 300엔, 초중학생 무료)와 주차비를 받고 있지만 이로써 충분한 운영은 어렵다. 도저히 운영이 되지 않는다.
연간 운영비가 5억엔(50억원 정도) 정도 소요되는데, 국가지원과 효고현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 2015년이면 한신·아와지 대지진 20주년인데 특별히 기획하고 있는 행사가 있다면
"2015년 20주년에는 심포지움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전시물에 대해서는 특별전시를 준비 중에 있다. 20년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자는 취지이고, 복구, 부흥, 오늘날의 의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의도다. 또 동일본 대지진과의 비교도 하고, 특징있는 재해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재해에 대비하자는 의미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일본은 재해가 엄청 많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고도로 발달된 대도시에서의 직하형 지진(지진의 진동이 좌우가 아닌 상하로 흔들려 파괴력이 큰 직하형(直下型) 지진)으로 땅속 얕은데가 진원지여서 피해가 컸다. 대도시가 그렇게 휩쓸렸을 때 어떻게 부흥해야 하는가도 중요한 과제다. 동일본은 강도 9.0 한신은 강도 7.3이었다. 규모가 다르지만 한신은 대도시의 바로 다리 밑에서 일어난 것이라서 대도시적인 피해가 일어났다. 대신 동일본은 지진보다 쓰나미 재해가 엄청 컸다. 양쪽에서 연구를 함께 함으로서 앞으로를 대비하자는 의미가 있다."

- 자원봉사자들이 많은데 자원봉사자는 어떻게 모집했고 그들의 역할은
"자원봉사 등록한 분이 150명. 당시 경험한 분들이 많아서 고령자분들이 많다. 중국어 영어, 한국어 하시는 분들 50명 정도 있는데 당시 경험을 전달하시는 분들이 50명 정도 된다.
전시해설사도 어린이들에게 설명하는 구역마다 배치돼 있다. 단체로 방문할 때는 1층 교실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갖는다."

- '인간과 방재미래센터'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의 역할은
"고베에 컨벤션 협회가 있는데 쉽게 이야기하자면 관광협회다. 고베에는 여러 가지 관광시설이 있는데 항구가 있고, 수족관, 고베의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협회와 함께 '인간과 방재미래센터'도 PR한다.

'인간과 방재미래센터'가 즐거운 관광시설은 아니지만 고베에 오신 분들이 배움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협회와 함께 홍보하고 있다.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역할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를 전해가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기관의 역할에 따라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얼마나 피해를 입게 되는가에 대해서 알려가는 것이 역할이라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취재는 2014년 10월 9일 일본 고베시에 위치한 '인간과 방재미래센터'에 공문을 보내 직접 방문했고, 센터장을 대신해 센터의 사업과 운영을 맡고 있는 하야시 미요카쥬 사업부운영과장을 만나 인터뷰와 센터에 대한 브리핑 및 견학으로 진행됐습니다.



태그:#세월호, #인간과 방재미래센터, #일본, #한신아와지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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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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