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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태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석태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권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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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304명이 사망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단 1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유가족과 국민들은 왜 구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진상조사를 위해 유가족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독립기구를 요구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법 체계 붕괴'를 운운하며 완강히 거부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 동안 단식했고 지난해 11월 겨우 특별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기소권과 수사권 모두 빠졌다. 그래도 위원회 구성이 곧 진행되어,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가 무난하게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행령(안)에 가로 막혀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까지도 출범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을 지난 13일 특조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특조위, 외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이석태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위원장
 이석태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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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위원장께서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예고한 시행령(안)에 의하면 특조위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조위는 정부 등 외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안)에 의해 독립성이 크게 침해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 예로 상임위원 아래 제일 높은 직급인 기획조정실장은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됩니다.

또 그가 특조위의 전반을 기획·조정·관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건 특조위의 독립성을 크게 침해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겁니다."

- 정부가 그렇게 한 이유를 뭐라고 보세요?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에 대해 뚜렷한 의지가 없고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의심이 듭니다. 그래서 이런 시행령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 시간 끌기란 견해도 있습니다.
"특조위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일부러 늦추려 하고 있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시간을 갖고 지켜보며, 다른 사항을 함께 고려해야 할 상황입니다."

-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반대나 지적에 대해서 합리적인 부분이 있으면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공무원이 일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에 대해서 불신을 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공무원 자체를 불신하는 건 전혀 아닙니다. 저희 특조위 시행령(안)의 경우도 공무원을 상당수 파견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특별법에 따라 저희 위원회가 필요하면 공무원 파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공무원이 특조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인데, 저희는 공무원이 행정이나 예산 문제에 대하여 특조위 활동을 도와주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공무원을 불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예고한 시행령(안)에서의 공무원 역할은 특조위(안)과 다르거나 오히려 반대되기 때문에 현재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 의원의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 특조위(안)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저희 안에 따르면 행정지원 기능을 하는 기획행정담당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예산팀, 인사와 위원회 사무를 지원하는 운영지원팀, 홍보 기능을 하는 대외협력팀이 있습니다. 이들 부서에는 적지 않은 공무원 파견을 받아야 할 겁니다. 특조위(안)은 이들의 활동을 특조위 지원에 한정하도록 설계했습니다."

- 해수부가 조사대상인데 해수부 공무원이 파견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해수부가 잠재적으로 조사대상인 건 맞습니다. 왜냐하면 구조·구난 초기에 정부에 관계된 주요 부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수부가 조사대상인 것과 거기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희가 공무원 파견을 요청하는 분야는 주로 행정지원 분야에 국한되기 때문에 큰 문제로 보진 않습니다.

또한 저희 일부 업무와 해수부는 어느 정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보완과 지원은 필요합니다. 다만, 정부의 시행령(안)처럼 해수부 공무원이 와서 저희 업무를 좌지우지하는 건 커다란 문제여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 현재 청와대 정무특보로 있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도 특조위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의원의 세금 도둑 발언과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의 위원회에서의 의견 표명이 똑같이 연결된 것이라고 보는 건 분명치 않습니다. 김 의원은 저희 안에 대해 커다란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도 저희 안에 반대 의견을 표출합니다만, 이를 무력화라고 보고 싶지 않습니다.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의 활동을 무력화 시도라고 본다면, 이는 스스로 특조위에 선출된 의미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입장은 아닐 것으로 봅니다. 위원장으로서 의견 차이들을 좁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는 "수정 안 되면 개정안 낼 것"이라고 하셨는데 수정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세요?
"그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4월 9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은 저희 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해수부 시행령(안)을 그대로 확정한다면, 그것과 관계없이 저희 특조위(안)을 중심으로 개정안을 낸다는 뜻입니다. 저희는 부분적인 수정으로는 정부의 시행령을 바로 잡을 수 없다고 봅니다. 내용 한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전체가 문제입니다. 시행령이 철회되거나 거의 새로 제정해 저희 안을 존중하는 수준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1주기 되도록 특조위 출범 못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

이석태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위원장
 이석태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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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을 맞이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으로써 1주기를 맞이하는 심정이 어떠세요?
"현 시점에는 적어도 특조위가 정식으로 출범해서 여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진상규명 작업도 어느 정도 진척되었어야 하는데... 출범도 못한 상태이다 보니 매우 안타깝고 유가족과 국민들께 송구스런 마음입니다. 하루빨리 제대로 출범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세월호 특조위가 결국 출범하지 못한 채 1주기를 맞이했습니다. 특조위 출범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는 시행령이 제대로 확정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저희는 이미 2월에 시행령을 마련하여 정부에 제출했고, 그것이 수용되었다면 이미 출범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정부가 해수부 주도로 새로 시행령(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안이 너무 문제가 많아 특조위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출범이 늦어지는 겁니다."

- 위원장에 임명된 지 한 달 조금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시행령을 제대로 마련하여 출범을 앞당기기 위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지난 3월 26일, 정부가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후부터는 시행령(안) 철회를 위해 사무실 밖에서 사회 원로와 종교계 등 각계각층을 만났습니다. 저희 입장을 설명 드리며 도움을 부탁했고, 여러 언론들도 만나 특조위 입장을 설명해 왔습니다."

- 언제쯤 출범할 것으로 예상하세요?
"1주기를 넘기지 않기를 바랐으나, 어렵게 됐습니다. 언제라고 속단하긴 어렵지만, 시행령이 제대로 마련돼서 하루빨리 출범하길 바랍니다. 저희도 빨리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인원과 재정이 논란인데, 제대로 조사하려면 어느 정도나 필요할까요?
"저희가 산출한 자료에 의하면 최소 120명은 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현재 특별법상 직원의 한도는 120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120명을 우선적으로 모두 선발해야 국민들이 원하는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특조위가 출범하면 어떤 활동을 하나요?
"저희 특조위 안에는 3개 소위원회가 있습니다. 진상규명 소위원회, 안전사회 소위원회, 지원 소위원회입니다. 각 소위원회 역할은 특별법에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가령 진상규명 소위는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느냐, 왜 구조를 제대로 못했느냐 등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안전사회 소위는 여러 재해·재난을 대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설계하고, 지원 소위는 피해자 지원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합니다."

- 세월호 참사 후 1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평가하세요?
"참사 이후 1년 동안 우리 사회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여러 국민들이 특조위 활동에 큰 기대를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부응하여 저희 특조위가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기반을 갖추는 데 더 나은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시행령부터 삐거덕거리는데 과연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진상 조사가 질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시행령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과 세월호 침몰 진상조사는 별개입니다. 온전한 시행령을 마련하게 되면, 공무원 파견도 받고, 민간 전문가도 충원하여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하려고 합니다. 국민들이 성원해주는 한 큰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잘 안 될 것이다'고 단정하는 것은 일종의 기우라고 봅니다."

- 인양 문제도 진상조사하는 데 중요할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도 인양 검토 의사를 밝혔고, 해수부는 기술적으로 인양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조금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해수부는) 불과 며칠 전까지 4월 말에 기술 검토 보고서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발표되니 어떤 경위로 발표된 것인지 의문입니다. 근거자료를 이미 갖고 있다가 발표 시기를 저울질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쨌든 인양을 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다만, 언론 보도를 볼 때, 인양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 특조위 활동의 후반부에 해당합니다. 인양 자체는 반길 만한 일이지만, 특조위로서는 세월호가 중요 증거물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급적 빨리 인양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 앞으로 각오와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가족과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 후 우리 사회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보셨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특조위를 구성하도록 했습니다. 특조위가 제대로 출범을 해서 지금쯤이면 상당한 성과를 낼 걸로 기대하셨을 텐데, 그 점을 저희가 아직 충복시키지 못해 국민과 가족들께 대단히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빨리 출범해서 저희에게 부과된 엄중한 진상규명, 안전사회 대책 마련, 피해자 지원 업무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특조위 출범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석태,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 #세월호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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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세월호 1주기,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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