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 나온 빈볼 논란은 며칠간 야구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화 투수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에 던진 위협구에서 비롯된 신경전은 양 팀의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경기 후에도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왜 그 상황에서 위협구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논란부터, 위협구를 지시한 '배후'가 누구인지, 야구의 불문율과 매너를 둘러싼 갑론을박까지 다양한 논쟁적 화두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관심의 초점은 한화의 사령탑이자 이번 빈볼 논란의 열쇳말을 쥐고 있는 김성근 감독에게 쏠렸다.

사실 당일의 해프닝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번 빈볼 사건이 이 정도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오른 데는 역시 김성근 감독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백전노장인 김 감독은 야구계의 대표적인 이슈메이커이다. 공교롭게도 그가 이끄는 팀은 과거에도 상대팀과의 신경전과 벤치 클리어링, 위협구 논란 등으로 자주 논란의 중심에 오른 바 있다.

"지시한 적 없다"는 김 감독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

빈볼시비 사직구장 벤치클리어링 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대 롯데경기. 5회말 2사 2루에서 한화 구원투수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를 맞추면서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 빈볼시비 사직구장 벤치클리어링 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대 롯데경기. 5회말 2사 2루에서 한화 구원투수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를 맞추면서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 연합뉴스


김성근 감독은 빈볼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투수 이동걸에게 이를 지시한 배후로 지목됐다. 정황상 벤치의 지시나 묵인 없이 투수가 스스로 빈볼을 던질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경기 후, 이번 사건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김성근 감독을 빈볼의 배후로 겨냥한 듯 한 인터뷰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작 김성근 감독 본인은 "야구 인생동안 빈볼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정했다. 많은 야구전문가들도 1980~1990년대라면 몰라도, 요즘 시대에 감독이 투수에게 빈볼을 던지라고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팬들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성근 감독을 의심하는 팬들은, 그가 타 구단 사령탑이었던 시절의 행적을 거론한다. 김 감독은 지난 2002년 6월 24일 LG-KIA전 등 과거에도 투수에게 빈볼을 지시했다는 의구심을 산 바 있다. 심지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선수에게 문책성 2군행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거론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번 빈볼 사건에 대하여 김성근 감독에게 책임을 물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KBO는 지난 1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한화-롯데전에서 일어난 빈볼 퇴장에 대해 심의한 결과, 빈볼성 공을 던진 이동걸(한화)은 벌금 200만 원과 5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김성근과 한화 구단에도 선수단 관리 소홀을 이유로 각각 300만 원과 5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보통 위협구 사건과 관련하여 직접 빈볼을 던진 투수에게 징계가 내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감독까지 처벌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KBO가 공식적으로 내린 해석은 이동걸의 사구가 명백한 빈볼이었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투수뿐 아니라 벤치도 져야한다는 결론이다.

물론 김성근 감독과 한화 구단 측으로서는 불만이 생길 만하다. 김성근 감독은 빈볼 사태 이후 일관되게 고의성을 부정하고 있다. 당시 이동걸의 제구가 좋지 않았고, 포수 허도환이 무리하게 몸 쪽 승부를 요구하다가 벌어진 우발적 사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롯데 선수들이 맞은 사구만 4개나 됐다는 점, 벤치 클리어링 직후인 6회 한화가 간판타자 김태균을 김회성으로 교체한 것 등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많다. 롯데의 보복을 의식하여 제 발이 저린 게 아니었냐는 의혹을 사는 부분이다.

장·단점과 호불호 뚜렷한 김성근 야구... 그는 '신'이 아니다

 7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 한화 경기. 김성근 한화 감독이 9-3으로 승리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7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 한화 경기. 김성근 한화 감독이 9-3으로 승리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최근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 빈볼 사태만이 전부는 아니다. 한화가 시즌 초반부터 무리할 정도의 총력전을 펼치면서 '선수 혹사 '논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선발투수들이 짧은 휴식일만 가지고 등판하거나 불펜을 겸업하는 일은 예사다. 불펜 투수들은 하루가 멀다고 자주 등판하다. 연투도 비일비재하다. 이 역시 김성근 야구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벌떼 마운드'에서 비롯됐다.

한화가 시즌 초반부터 워낙 접전을 자주 치른 탓에 부득이한 면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는 무려 세 번이나 4일 휴식 이후 선발 등판을 강행해야했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떨어지며 난타를 당했다. 이적생인 불펜투수 권혁은 올 시즌 팀이 치른 14경기 중 무려 9경기에 등판하여 11.2이닝을 소화했다.

마무리로 낙점된 윤규진은 아직 시즌 초반임에도 컨디션 난조로 2군행을 지시받았다. 지난해 신데렐라로 각광받았던 선발 유망주 이태양이 최근 수술대에 오르게 된 사실까지 알려지며, 과도한 강훈련과 불규칙한 선수기용으로 대변되는 '김성근식 야구'의 부작용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편으로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김성근 야구를 바라보는 양극단의 여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계 원로이자 백전노장으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동시에 자신만의 색깔이 워낙 뚜렷한 탓에, 김성근의 야구에 거부감을 느끼는 팬들도 적지 않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겨울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3년 만에 프로 현장에 귀환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김 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스프링캠프부터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한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관심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한동안 야신으로 통할만큼 김성근 감독과 그의 야구에 대한 지나친 '신격화'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팬들 입장에서는, 때마침 이번 빈볼 사건과 혹사 논란 등이 잠재되어있던 비판 여론에 도화선을 당긴 셈이었다.

김성근 감독도 결국은 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고, 치밀한 면이 다면 실수도 있을 수 있다. 백전노장이나 야구계 원로라도 비판의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야구 역시 존재할 수 없다. 김성근 야구를 바라보는 양극단의 시선은 김 감독이 현장에서 활약하는 한 계속 안고 가야할 그림자와 같다.

다만 한화를 둘러싼 일련의 화제들은 결국 팬들을 위하여 무엇이 더 좋은 야구인가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다. 김성근 감독 개인의 호불호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치우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김 감독 역시 자신의 야구스타일을 포기하거나 타협할 것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팬들이 무엇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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