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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세월호참사 1주기를 하루앞둔 15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교조가 세월호참사 1주기를 하루앞둔 15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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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4시 10분 제주로 가는 크루즈 세월호에 타고 있던 476명의 탑승객들은 무얼하고 있었을까? 단 한 명이라도 4시간쯤 후 이 큰 배가 기울어 침몰할 것이라 짐작이나 했을까?

단원고 친구들 중 몇몇은 선생님 몰래 가방에 숨겨온 소주 한 병을 뚜껑에 나누어 마시며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에 설레거나 시덥잖은 수다에 박장대소하며 소리죽여 깔깔깔 웃고 있지는 않았을까. 트럭에 가득 실은 화물들을 내려놓고 받은 대금으로 카드값 메꾸고 딸아이 줄 초콜릿 살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선내 식당 조리사 아저씨는 반찬거리를 손질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을까. 아르바이트 청년들은 하릴없이 꾸벅꾸벅 졸거나 휴대전화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을까.

선장도 조타수도 3등 항해사 그 청년도 무슨 일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못하고 그냥 평범한 또 한 번의 새벽을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수천 수만 번의 아침 중에 왜 하필 꼭 1년 전 그 아침에 그 참담한 일이 일어났을까.

304명의 세계가 사라지고, 그 몇 배 되는 가족들의 일상이 무너졌다. 살아남은 172명은 당대의 시인 브레히트보다 훨씬 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뼛속 깊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침몰하는 304개의 우주를 지켜보면서도 손발이 꽁꽁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목격자가 되야 했던 수천만의 사람들은, 내 가족도 아닌 이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며 1년을 하루처럼 살아왔다.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과 그 이전이 달라지지 못한다면 우리의 지난 1년은 허송세월이다. 대통령이 도둑처럼 팽목항에 갔다 콜롬비아로 날아가든, 비타 500 한박스에 너덜너덜해진 총리가 안산합동분향소에 아무도 몰래 아침 일찍 국화 꽃 한 송이 두고가든, 이제는 화내고 소리칠 일도 아니다.

그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음을 진작 알았으니, 이제는 우리 힘으로 해내야 한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 사죄를 받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슴 속 깊이 맺힌 한을 풀어 눈물이 마르기를 기다려 제대로 된 배상을 하고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한다. 그리고 나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거리에서 만나자. 함께 손잡고 눈물을 흘리든,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시를 쓰든, 그림을 그리든, 목구멍에서 피 나도록 구호를 외치든, 노란 종이배를 접든, 서울에서 전국 방방곡곡, 거리로 나서자. 그리고 만나자. 만나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기억은 행동의 이유다.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행동하자. 살아남은 자들이 기꺼이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겠는가.


태그:#세월호, #거리,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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