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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봄(1)
 청산도의 봄(1)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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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와 가족이 매달 함께 하는 정기산행 날이다. 이날 산행은 아시아 최초 슬로우시티인 완도 청산도. 동문 산악회 회장인 나는 이번 산행에 특별한 손님(?) 두 명을 모셨다.

바로 아들과 딸이다. 아들은 11일이 스물여덟 번째 생일여서 생일 축하 산행이고, 딸은 8개월간 외항선에서 2항사로 무사히 근무하고 휴가 나온 기념으로 떠난 여행 겸 산행이다.

아들, 딸 '모시고' 청산도 여행

청산도의 봄(2)
 청산도의 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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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은 그럴싸하지만 설득도 하고, 압박도 했다.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은 곳이어서다. 광주에서 새벽 4시에 출발. 아침 8시 30분에 하늘도 산도 바다도 푸른 청산도(靑山島) 도청항에 도착했다.

40명 회원 중 A조 12명은 청산중학교에서 대선산~ 고성산~보적산~서편제 길을, 나머지 B조 28명은 슬로우 길 1코스~3코스를 돌아오기로 했다. 딸과 아들 나는 A조. 처음에는 아들딸과 같이 출발했지만, 산행거리를 조정해서 오후 2시 완도행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나는 서편제 길 앞에서 읍리마을을 지나 보적산을 가는 코스를 만들어 혼자 걸었다.

청산도 장례풍습인 꽃상여 행렬
 청산도 장례풍습인 꽃상여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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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갔을까. 읍리마을을 지날 즈음 청산도에서 정말 보기 힘든, 청산도 풍습 중 하나인 꽃상여 행렬을 만났다. 상여 좌우 5명 앞 뒤 2명이 상여를 메고 소리꾼의 구슬픈 소리 대신 카세트에서 녹음된 소리꾼의 소리에 맞춰 북수(북을 치는 사람)가 상여 앞에서 북을 치며갔다.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인 상여를 메고 마을 앞을 돌아 장지로 가는 장례 문화는 요즘 거의 볼 수 없다. 화장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더욱 그렇다.

본래 이탈리아 조그마한 마을에서 시작된 슬로우시티는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통한 '느리지만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자연 환경과 고유 음식, 전통 문화 등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지역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꽃상여 사진 몇 컷을 찍고 읍리재에서 보적산(330m)정상에 올랐다. 바다 위에 마치 나뭇잎이 떠 있는 모양의 섬들, 산과 바다가 봄빛으로 가득 찬 청산도는 눈과 마음을 더 푸르게 했다. 허약하고 기력이 약한 사람이 찾아가면 건강해진다는 범바위도 눈에 넣고 오전 11시 점심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읍리재로 하산했다.

허약하고 기력이 약한 사람이 찾아가면 건강해진다는 범바위
 허약하고 기력이 약한 사람이 찾아가면 건강해진다는 범바위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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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길
 서편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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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3시간이 지나 읍리재에서 만난 아들, 딸은 입이 많이 나와 있었다. 배도 고프겠지만,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100만 관객을 동원한 서편제 촬영 길, 드라마 '봄의 왈츠'와 '여인의 향기' 촬영장, 돌담길 유채꽃밭 등 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는 청산도의 백미를 보지 못하고 비탈진 산길만 5km를 걸었으니 그럴 만하다.

꿀맛 점심을 먹고 조금 입이 들어간 아들, 딸과 곧바로 서편제 길로 갔다. 배 시간에 늦을 것 같아 A조는 보적산 산행을 포기한 것이다. 산과 바다, 노란 유채꽃 돌담길은 봄을 찾아 설레며 청산도로 달려오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봄의 왈츠'촬영장 가는 길
 '봄의 왈츠'촬영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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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길 입구 벽에 쓰여진 글.
 슬로길 입구 벽에 쓰여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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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내 카메라에 모델이 돼 준 아들, 딸은 봄 햇살과 함께 어우러져 청산도에 푹 빠졌다.

"딸, 아빠한테 8만 원 줘야겠지."
"아뇨. 그냥 그래요."
"청산도에 오기를 잘했다고 말해도 돈 주라고 안 했을 텐데."
"정말요. 멋진 산행 아니 여행이었습니다."

행복한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우리가족
 행복한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우리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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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당 산행비 4만 원. 산행이 만족스러우면 산행비 두 배를 주기로 했는데 딸이 슬쩍 피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도청항으로 오는 길, 벽에 쓰여 있는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라는 글귀가 눈에 크게 들어온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첨단정보라인 5월호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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