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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꽃을 통해 새 기운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7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진달래꽃으로 소문난 여수의 영취산에 다녀왔다.

영취산은 고향의 뒷산 같은 진례봉(높이 510m)과 영취봉(높이 436.6m)이 축을 이룬다. 까마득히 높거나 산세가 아름다운 산은 아니다. 하지만 4월이면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산 전체가 붉게 타오르는 우리나라 3대 진달래꽃 군락지로 변한다. 이곳의 진달래는 키가 작은 나무들끼리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는 게 특징이다.

산불처럼 번진 영취산 진달래 군락지

돌고개 진달래축제장에서 진달래군락지까지
 돌고개 진달래축제장에서 진달래군락지까지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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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차창 밖으로 만개한 무심천의 벚꽃을 보여주며 중간에 몇 번 정차했다. 회원들을 태운 버스는 여수로 향한다. '이웃 사촌'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정을 나누기에, 산악회만큼 좋은 게 없다. 늘 그렇듯 운영진들이 송편과 시루떡은 물론 커피까지 타서 자리로 배달한다.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와 순천완주고속도로 황전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렸다. 차 안에서 달콤 회장님의 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일정 안내, 예스맨님의 생일 떡과 그대로님의 아들 개업 기념 뒤풀이 찬조 감사 박수, 첫 참여자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동순천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17번 국도를 달려 10시 40분경 돌고개 진달래축제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후 짐을 꾸리고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 돌고개 진달래축제장, 가마봉, 개구리바위, 진례봉, 봉우재, 시루봉, 봉우재, 흥국사로 이어지는 산행을 시작했다.

보름 남짓 수술한 아내의 병간호를 하다가 답답한 가슴 풀어내려고 따라나선 산행이었다. 찔끔찔끔 내리는 비가 얄미웠다. 등산로는 발이 빠질 만큼 질퍽하고, 우비를 입어 더웠다.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을 지나면서 한참 동안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능선에 올라서니 갑자기 진달래군락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가마봉까지
 가마봉까지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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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표하는 꽃이 진달래다. 진달래꽃에는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겨있다. 진달래 꽃잎으로 목을 축이고, 화전으로 허기를 달래던 가난한 시절도 있었다.

만개한 진달래꽃이 보는 사람의 탄성을 자아낸다. 분홍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온산이 진달래 꽃밭이다. 구부러진 밭고랑처럼 진달래꽃이 만든 터널에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비가 그친 것만도 참 다행이다.

진달래와 철쭉은 생태적 기능이 비슷하지만 척박한 산지에서 자라는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반면 철쭉은 잎과 꽃이 거의 동시에 핀다. 진달래꽃은 먹을 수 있고, 철쭉꽃은 독성이 있다는 것도 다르다.

능선따라 펼쳐진 붉은 카펫, 지나가는 발길 붙잡는다

개구리바위까지
 개구리바위까지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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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례봉까지
 진례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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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군락지가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 능선을 이으며 곱게 펼쳐져 있다. 특히 멀리서 바라보는 진례봉은 붉은 기운이 하늘로 향하는 것 같다. 진달래 꽃밭이 정상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 진례봉에 서면 발아래로 붉게 물든 산과 탁 트인 바다, 여천공단과 광양제철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진례봉 정상 표석은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정상에서 가까운 비구니 암자 도솔암은 시간 때문에 들르지 못했다. 침목을 가지런히 놓아 만든 계단을 내려오면 제법 넓은 공터 봉우재다. 봉우재 앞으로 보이는 봉우리 시루봉(서래봉)에도 진달래가 가득 피어 있다. 시루봉에 올라 진례봉과 영취봉 방향의 풍경을 바라보고 다시 봉우재로 내려와 왼쪽 길로 접어들어 흥국사로 내려간다. 봉우재에서 흥국사까지 1.8km 거리에 맑은 물이 흐르는 원동천계곡이 이어진다. 이곳에 개인이 사비를 들여 만들고 있는 돌탑들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봉우재에서 시루봉까지
 봉우재에서 시루봉까지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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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마무리하기 전에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흥국사를 만난다. 흥국사(興國寺)는 화엄사의 말사로 고려 시대인 1195년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하였고 나라가 흥하면 절도 흥하고, 이 절이 흥하면 나라도 흥할 것이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사찰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호남 지방 의병과 승병 항쟁의 중심지로 경내에 대웅전(보물 제396호)·팔상전·원통전 등의 목조건물이 있고, 대웅전 후불탱화(보물 제578호)·흥국사 홍교(보물 제563호) 등 많은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중생을 고통이 없는 피안의 세계로 건네주는 배가 대웅전이라고 생각하는 법화신앙에 의해 흥국사의 대웅전을 받치고 선 돌계단에 거북, 게 등이 새겨져 있다. 대웅전 앞 석등은 장난기 가득한 거북 받침 위에 사각형 돌기둥이 놓여 있다.

봉우재에서 흥국사로
 봉우재에서 흥국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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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사와 홍교
 흥국사와 홍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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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을 나서 흥국사 중수사적비와 부도 밭을 지나면 일주문이 서 있다. 1639년에 축조되었고 다리의 전체 길이가 40m나 되어 지금까지 알려진 홍예석교 가운데 가장 높고 길다는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 흥국사 홍교(보물 제563호)를 건너 3시 10분경 주차장에 도착해 물가에서 뒤풀이를 했다.

오후 3시 40분 주차장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왔던 길을 되짚어 순천완주고속도로 황전휴게소와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에 들르며 예정시간보다 빨리 청주에 도착했다. 그래서 집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마음이 맞는 일행들과 어울리며 행복 찾기를 이어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변종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달래꽃, #영취산, #진례봉, #봉우재, #흥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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