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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16 대참사가 발생하고 나서 달포쯤 지났을까?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갔다. 분향소 앞에서 상복을 입은 여성이 집기가 들어 있는 상자들을 옮기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도 옮기려고 했더니 "혼자 옮길게요. 손대지 마세요"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손부끄러워 당황한 채 서 있는 내게 그분은 "마음은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표지
 <금요일엔 돌아오렴> 표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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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전부 '왜'라는 물음에서 시작해서 '왜'라는 물음으로 끝납니다. 왜 한 아이도 살리지 못했을까, 왜 안개 낀 인천항에서 배는 떠났을까, 왜 배는 급선회했을까…. 왜 왜 왜. 왜 아직도 아이들이 바닷속에 있는데 안 건지냐고 묻고 싶어."(p. 187)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 13명의 부모가 겪은 240일간의 기록이다. 내일은 사고 발생 일 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제서야 아이가 이 세상에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부모들의 육성에서 깊은 슬픔과 절망을 본다. 희망을 말하기엔 세상의 관심이 너무 빨리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창현 학생의 어머니, 최순화씨가 한 말이다. 창현군을 포함해 이번 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 아이들만 250명이다. 아이들 수가 250명이라면 부모들의 수만 500명이고 형제들, 친인척들을 합하면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만 몇천 명 될 것이다.

아이들이 다니던 단골 가게들, 음식점 주인들, 친구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떠난 아이들의 죽음과 함께 남은 사람들의 삶도 처참하다. 유가족들의 뻥 뚫린 가슴에 어떻게 온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의 진상규명과 위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1인 시위한다고 청와대에 갔는데 눈물밖에 안나요. 유가족이 청와대에 들어가려고 하면 신분증 검사를 세 번이나 해요. 두 명도 같이 못 들어가게 하고 한 사람만 들여보내줘요. 그런데 중국 관광객들은 안에까지 버스로 씽씽 들어가요. '무슨 돈을 얼마나 더 벌려고 저러나.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자식 잃은 부모가 진실을 밝혀달라고 이렇게 나와서 울고있는데…" (p. 127)

이렇게 정부는 언론과 함께 유가족들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유족을 외면한 박근혜 대통령이나 유가족이 무릎을 꿇었는데도 무심히 지나친 김무성 대표를 따라 많은 시민들도 유가족들을 방치하고 있다. '왜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냐고'했던 목사나 '세월호 사건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가게 주인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사는 이 땅에 희망은 있는가 묻고 싶다.

"내가 서해 훼리호 사고를 의경을 하면서 옆에서 지켜본 사람인데 21년 후 세월호 사건을 겪은 거지. 유가족들을 보면 진짜 슬펐어요. 어떤 심정일까 싶은 거지. 21년이 지났는데 사람 구조하는 면에서 바뀐 게 전혀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때 만일 특별법이 제정됐더라면 세월호 참사가 났을까?" (p. 274)

'416TV'는 세월호 유가족 방송이다. 유가족들도 알고 있다. 이 정권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세월호 참사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그래서 유가족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방송을 이용해서 모든 자료와 증거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으는 중이다. 광주항쟁이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밝혀질 날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참사 일 주기가 내일(16일)이다. 국민 모두가 제사를 지내도 시원찮을 것 같은데 대부분은 어제처럼 오늘처럼 내일도 맞이할 것만 같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이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서 힘겨워하는 날들이 계속될 것이다.

작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 "정의를 위해 물러서지 마라"를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진상규명을 약속했던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유가족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친 어른들의 무능과 무책임이 단죄되어야 한다. 상자나 날라주고 박카스나 내미는 연민의 정 따위는 유가족들의 분노와 절망을 더욱 깊게 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 기록단 씀, 2015년 1월 16일 초판 발행, 4월 7일 11쇄 발행.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창비(2015)


태그:#세월호, #416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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