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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1쌍이 결혼하고 4쌍이 이혼하는, OECD 이혼율 1위 국가 대한민국. 10년 넘게 OECD 자살률 1위 자리를 지키는 대한민국. 국제기구가 규정하는 최저출산국(Lowest Low Fertility) 기준 1.5명에도 못 미쳐 10년 넘게 1.3명 언저리에 있는 저출산율 1위 국가 대한민국. 지난 60년 동안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누적 인구 1위 국가 대한민국.

'최고'를 좋아하고 '1등'만을 기억하는 대한민국이라 청소년 안경 착용률도 세계 최고에 가까운 모양이다. 보건복지부의 '2013. 아동종합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12~17세 학생들의 안경착용률은 45.3%, 9~11세 아이들은 32.8%라고 한다. 미국수면재단(NSF)이 발표한 권장 수면 시간은 7시간이지만 고등학생들은 평균 5.6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고 한다. 또한 OECD 회원국 평균 성인 흡연율이 24.9%인데 비해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이미 흡연율 25%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행복과 건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심신이 건강하지 못한 인간과 그 사회는 불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건강하지 못함을 깨닫고 치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순간 앞서 언급한 1위의 멍에를 덜 쓸 수도 있을 것이나 그 노력마저 하지 않으려 하거나 그 노력의 방향이 어떤 곳이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이 사회의 불행한 구조는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이 법은 대한민국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명분을 갖고 있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를 통화해 오는 7월부터 전국의 초중고에서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됐다.

이 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는 국가인성교육진흥위원회와 한국인성교육진흥원을 설립해 5년마다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의 계획에 따라 시․도 교육감은 자체 계획을 세워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각 학교에서는 인성에 바탕을 둔 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 명시한 정의대로 인성교육이라는 것이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중요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 입시로 대표되는 무한경쟁체제나 성적지상주의의 얼개를 그대로 두고 엄청난 묘안을 발견했다는 식으로 졸속적으로 인성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성찰해야 한다. 교사든 학부모든 인성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었을 테고 시급히 회복해야 할 책무임을 좌시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경쟁의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가운데 그들이 나름의 '의무'를 쉽게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성장과 발전만을 도모하고 협력과 상생의 가치를 잃어버려 이혼율 1위,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 등의 성적표를 남긴 기성세대들이 우리 아이들의 인성에 대해 탓할 자격이 있을까? 안경착용 비율이 높고 흡연율이 높으며 수면시간이 적은 데 대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했기 때문인데다 또래 집단에서의 좋잖은 문화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현 시점에서 받아든 성적표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는 별개의 문제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교육의 수월성(秀越性)과 보편성에 대한 흑백논리만으로 특목고를 바라보는 소수의 편협한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경쟁 이데올로기를 버리지 않은 채 교사에게 인성교육을 운운할 수 있을까? 인성교육을 논하기 전에,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기 전에 입시 위주의 교육을 어떤 관점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면 인성교육의 길은 자연스레 열리고 가계 교육비 지출액이 40조를 넘어서는 일 또한 없어질 것이다.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인 이시형 박사는 행복하고 건강하며 정직한 사회를 꿈꾼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세로토닌(Serotonin)적인 삶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세로토닌은 모든 것이 밸런스가 맞아 편안할 때 분비되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로, 많이 분비될수록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세로토닌을 만들기 위해서는 씹기, 걷기, 깊게 숨쉬기, 자세 바로잡기, 자연 즐기기, 명상하기, 우뇌적인 인간되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이 박사는 말한다. 결국 심리적 여유와 올곧은 삶의 태도, 오감이 열린 감성적 사고가 낱낱의 인간으로부터 대한민국 전역으로 체화되면 행복한 국가를 이뤄낼 수 있는 셈이다.

이 박사는, 무한경쟁 시대에 대한 피로감으로 폭행이나 각종 사건․사고, 묻지마 범죄와도 같은 극단적 행동 등 강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른 해결책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어린아이나 학생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바탕으로 건전한 생활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해야 하고 친자연적인 환경에서 자라나게 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 구조를 가지도록 해야 하는 사회의 몫이 생긴 것이다.

인성 교육 진흥법의 취지는 모두 공감할 것이나 그 법이 온전히 작용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시스템의 혁신을 먼저 이루어 내야 한다. 또한 선행학습이 유일한 살 길인 듯 아이들의 감성적 요소를 배제한 채 지식 쌓아주기에 바쁜 부모들의 인식 개선도 수반되어야 인성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세계 최초로 인성 교육을 법제화한 것이라며 자랑하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공감과 배려의 협력 문화 속에서 전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태그:#이시형, #인성교육진흥법,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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