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살의 '불꽃 하이킥'은 없었다. 하지만 크로캅의 설욕전은 충분히 화끈했다.

프라이드의 격투 영웅 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비치(이하 크로캅)은 12일(아래 한국시각) 폴란드 크라쿠프 아레나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64' 대회의 메인이벤트에서 가브리엘 곤자가를 3라운드 TKO로 제압했다.

2라운드까지 자신보다 크고 무거운 곤자가에게 눌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크로캅은 3라운드에서 팔꿈치 공격으로 전세를 뒤집은 후 상위 포지션에서 연속 파운딩을 퍼부으며 곤자가를 잠재웠다. 돌아온 전설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8년 만에 옥타곤에 돌아온 크로캅, 체중 핸디캡 가지고 재대결

크로캅은 지난 2007년 4월 UFC70에서 곤자가를 상대로 1라운드 하이킥에 의한 실신 KO패를 당했다. 그라운드와 타격의 조화가 중요한 UFC 무대에서 타격 일변도의 크로캅이 한계를 드러낸 경기였다.

세계 최강의 타격가로 승승장구하던 크로캅은 곤자가전 패배를 시작으로 평범한 파이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크로캅은 이후 UFC에서 4승5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2011년 10월 옥타곤을 떠났다.

2012년 고향과도 같은 K-1으로 돌아간 크로캅은 2012년 월드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작년까지 일본 격투단체에서 활동하며 격투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크로캅은 지난 1월 만40세의 나이에 UFC와 재계약하며 옥타곤 컴백을 알렸다.

UFC에서는 곧바로 크로캅과 곤자가의 재대결을 추진했다. 곤자가전 패배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크로캅으로선 설욕의 무대를 기다려 왔고 최근 2연패를 당한 곤자가 입장에서도 승리가 절실한 상황.

크로캅은 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계체 행사에서 105.23kg을 기록했다. 헤비급의 한계 체중은 120kg으로 많은 헤비급 파이터들은 파워를 극대화하기 위해 120kg에 가깝게 체중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곤자가 역시 115.56kg으로 계체를 통과했다).

하지만 크로캅은 무리하게 몸을 불리기 보다는 본인이 최대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는 체중을 선택했다. 이로써 크로캅은 자신보다 5살이 어린 상대와 10kg이 넘는 체중의 핸디캡을 가지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입장이 됐다.

2라운드까지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3라운드 대역전승

8년 전 크로캅은 곤자가의 하이킥에 쓰러졌지만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은 그라운드에서의 팔꿈치 공격이었다. 팔꿈치 공격이 금지된 프라이드FC에서 활동하던 크로캅으로서는 곤자가의 날카로운 팔꿈치 공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8년 만의 재대결에서도 크로캅은 곤자가와의 그라운드 싸움을 경계해 쉽게 접근전을 벌이지 못했다. 주짓수 블랙벨트인 곤자가는 경기 초반 원거리에서 타격전을 벌이다가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승리가 절실한 곤자가는 서두르지 않았다. 상위 포지션을 점유하며 크로캅을 압박하던 곤자가는 1라운드 종료 1분 20초를 남겨 두고 기습적인 하체 관절기를 시도하며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나갔다.

2라운드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곤자가는 2라운드 2분 경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고 강력한 파운딩과 팔꿈치 공격을 크로캅의 안면에 적중시켰다. 2라운드가 끝났을 때 크로캅의 얼굴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곤자가의 승리가 눈 앞에 있었던 경기는 3라운드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3라운드 중반 옥타곤 구석에 몰려 있던 크로캅은 왼쪽 찰꿈치 공격을 곤자가의 관자놀이에 적중시켰고 상위포지션에서 위력적인 왼손 팔꿈치 공격과 파운딩으로 대역전 TKO승을 따냈다. 큰 충격을 받은 곤자가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 동안 옥타곤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8년 만에 설욕전에 성공한 크로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팔꿈치 공격을 집중적으로 훈련한 것이 적중했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크로캅과 곤자가의 경기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로 선정돼 크로캅은 5만 달러의 보너스를 추가로 챙기게 됐다.

크로캅은 곤자가와의 경기를 앞두고 로이 넬슨,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마크 헌트 등 비슷한 연배의 헤비급 파이터들과 경쟁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8년 만에 곤자가라는 산을 넘은 '불꽃 남자' 크로캅의 다음 상대는 누가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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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64 미르코 크로캅 가브리엘 곤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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