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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벽에 주저 앉은 세월호 유가족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열린 국민총력행동을 마친 시민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던 중 경찰벽에 가로막혀 대치를 하다 바닥에 앚아 있다.
▲ 경찰벽에 주저 앉은 세월호 유가족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열린 국민총력행동을 마친 시민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던 중 경찰벽에 가로막혀 대치하다 바닥에 앉아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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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불과 5일 앞둔 토요일.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다시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사람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문화제를 진행하고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행진은 청와대를 향해 진행됐다.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 경로를 잡은 데에는 전날 국무총리와의 면담이 무산된 데 따른 것이었을 것이다.

전날인 10일 금요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완구 총리와 면담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동하던 유가족들을 막아섰다. 총리와 약속이 잡혀 있는데 왜 막느냐는 질문에 경찰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나중에는 유가족 전부는 못가고 11명만 선별해서 총리공관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결국 유가족들은 그 자리에서 눌러앉았다. 총리와 만나기로 했는데 경찰이 못 가게 하니 총리가 와서 만나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는 유가족들이 있는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총리와의 면담이 무산되니, 다음 순서는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통령이 되었다.

1년이 지나도 변치 않은 '가만히 있으라'

이날 행진에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한 유가족들은 출발한 후 경복궁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찰 차벽에 막혔다.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평화롭게 행진을 하려던 행진 대열과 경찰은 충돌했다. 유가족을 막아선 경찰은, 정말 새카맣게 많았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진을 하려던 사람들은 종로-을지로 서울 시내로 행진경로를 바꾸었다. 그렇게 종로-을지로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청와대로 향했다.

광화문광장 북쪽 끝에서 마주친 경찰 벽은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아마 경찰의 비장의 무기였을 것이다. '┴' 모양으로 생긴 플라스틱 경찰 벽에 가로막힌 유가족들은 그 경찰벽을 두드리며 눈물을 흘렸다. 사람의 키 정도 되는 높이의 플라스틱 경찰벽은 참 높고 커 보였다. 말 그대로 '통곡의 벽'이었다.

캡사이신에 고통스러워하는 영석아빠  세월호 유가족 오병환씨가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열린 국민총력행동을 마치고 시민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던 중 경찰병력이 뿌린 캡사이신에 맞아 고통 스러워하고 있다.
▲ 캡사이신에 고통스러워하는 영석아빠 세월호 유가족 오병환씨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열린 국민총력행동을 마치고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로 행진하던 중 경찰병력이 뿌린 캡사이신에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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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찰벽을 시민들과 유가족들이 하나씩 들어서 바깥으로 빼내자 경찰은 캡사이신(최루액)을 꺼내들었다. 경찰은 시민뿐만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들의 얼굴에 최루액을 직사했고,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여기저기서 "물 좀 주세요!"라는 외침과 함께 비명이 터져나왔다.

최루액으로 눈물을 흘리고 비명을 지르는 유가족들 너머로 "유가족들에게는 최루액 쏘지마!"라는 경비과장의 방송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유가족들에게 직사로 뿌려지는 최루액은 멈추지 않았다. 전쟁을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마치 전쟁터 같았다. 정부가 유가족을 상대로,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놀라움도 잠시, 곧 작년 생각이 났다. 약 1년 전, 5월 18일 나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하다가 이곳 광화문광장에서 10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연행됐다. 면담을 요구하며 행진하던 유가족들과 시민들에게 최루액을 무차별적으로 쏘아댄 오늘처럼, 경찰은 작년 5월 18일에 국화꽃 한송이와 피켓을 들고 있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가뒀다.

그렇게 머리털 나고 처음 경찰서 유치장을 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TV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눈물 흘리는 시민들을 잡아 가두더니... 공중파 TV에 나와서 눈물을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유치장 안에 있던 나는 과연 진심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저 눈물이 진심일까, 아니면 100여 명을 잡아 가두는 것이 진심일까.

1년 전 함께 추모하는 시민들을 잡아가두는 것을 보면서 304명을 죽게 만든 단 한마디 '가만히 있으라'라는 사회적 명령을 우리에게도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1년이 지난 이날 새카맣게 많은 경찰병력을 보면서 여전히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롬비아가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럼 유가족은

1년이 지났다. 유가족들을 막아서고, 최루액을 얼굴에 직사하고, 막무가내로 연행하는 경찰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에선 시민들을 잡아 가두고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던 1년 전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에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의 여론이 모아지자 정권은 '세월호 인양'과 '배·보상금 문제'를 꺼냈다. 언제나 그랬듯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유가족들의 본질적 문제제기를 교묘하게 피해갔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4월 16일, 콜롬비아로 떠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콜롬비아가 4월 16일에 만나자고 간곡히 부탁해서 4월 16일에 남미에 방문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1년간 박근혜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간곡히 부탁해 왔다. 목숨을 걸고 단식을 했고, 농성을 했고, 노숙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만나주지 않았다. 그리고 11일에도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최루액을 맞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요청했다.

콜롬비아의 간곡한 부탁에 박근혜 대통령이 4월 16일 남미행을 결정했듯이,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할 차례다.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추모는커녕 길거리에서 잠을 자야 하는 유가족들을 만나 대화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시행령을 폐기하고, 세월호 인양을 결정하고, 이 사회를 바꾸겠다고 약속할 차례다.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은 이윤보다 인간이 더 중요한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곧 다가올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함께 이윤보다 인간인 사회로 바꾸기 위해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편집|박순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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