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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청소년들의 노란리본 플래시몹 4월 11일 속초 엑스포 광장에서 청소년들이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다.
▲ 속초 청소년들의 노란리본 플래시몹 4월 11일 속초 엑스포 광장에서 청소년들이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다.
ⓒ 엄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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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적고 보수적인 강원도 속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 11일 오후 3시, 200여 명의 속초지역 청소년들이 그들이 직접 만든 노란 바람개비와 자신만의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엑스포 광장에 모인 것이다.

청소년들은 우선 광장에서 커다란 리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놀라울 정도로 질서정연하고 신속하게 광장에 커다란 노란 리본이 자리잡았고, 광장에 나온 속초 시민들에게 부디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 호소하며 구호를 외쳤다.

"추모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세월호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잊지 않겠습니다."

"주장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인양과 성역없는 진상규명 그리고 모두가 요구하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를 밝힐 수 있는 시행령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는 청소년으로서 작은 촛불이 되겠습니다."

잠시 후 피켓과 바람개비를 들고 일렬로 선 청소년들은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행진하기 시작했다. 속초 시민들의 이목이 이 노란 행렬에 집중됐다. 국민적 관심사였던 광우병 촛불 당시에도 속초에선 나이를 불문한 100여 명 정도의 시민들만이 촛불을 들었다. 때문에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200여 명이나 되는 청소년들이 모인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그들이 그저 묵묵히 걷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청소년들은 도심에 들어서자 행진을 멈추더니 행인들이 피켓을 볼 수 있도록 옆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 상태로 4분 16초 동안 '가만히 있었'다. 청소년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청소년들이 행동하는 것이 대견스럽다"거나 "벌써 1년이 지났구나"등의 말이 오갔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냈고, 몇몇 상인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활짝 열어두었던 가게의 유리문을 닫아 버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5일 앞으로 다가온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속초시 YMCA동아리 연합회가 주최했다. 행사는 오후 5시경에 속초초등학교에서 행진을 마무리하며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끝났다.

노란 4월 속초 청소년 행렬이 청초교를 지나고 있다.
▲ 노란 4월 속초 청소년 행렬이 청초교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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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16초동안 가만히 있는 청소년들 행진 도중 4분 16초동안 가만히 서 있는 속초 청소년들
▲ 4분 16초동안 가만히 있는 청소년들 행진 도중 4분 16초동안 가만히 서 있는 속초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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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하는 속초 청소년들 엑스포 광장에 모인 속초시 청소년들이 가두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행진하는 속초 청소년들 엑스포 광장에 모인 속초시 청소년들이 가두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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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행진 속초시내를 행진하고 있는 청소년들
▲ 시가행진 속초시내를 행진하고 있는 청소년들
ⓒ 심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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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 추모행사 기획 청소년 인터뷰

고등학생인 필자는 친구들의 '행동하는 용기'가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그 용기를 기록하고 알리고 싶었다. 단순히 현상에 그치지 않고 용기있게 행동한 내 친구의 증언 또한 기록하고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이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김경호와 김상경이라는 두 친구를 만났다.

필자(이하J): "이번 행사를 기획한 동아리 연합회를 소개해 줘."

김상경: "속초 청소년YMCA에는 이음새, 빛과 소금, 아청마 그리고 크로체라는 네 개의 동아리가 있어. 각 동아리별로 대표를 선출해 연합회를 구성하고 의견을 수렴해서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이야. 문화행사 동아리나 봉사활동 동아리등이 섞에 있어서 정체성을 명확히 하긴 어려워."

J: "이번에 이 행사(세월호 추모행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를 말해줄래?"

김경호: "전국 YMCA에서 "잊지말자 세월호"를 전국과제로 지정한 것도 있었고, 이제 곧 1주기니까 잊지 말자는 것도 있었어. 사실 안산 청소년 YMCA 임원중 여섯 명이 세월호 참사 때 안타깝게 희생을 당했어."

김상경: "작년에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속초 YMCA선배들은 그 때 희생된 안산 선배들하고 전국 동령회 때 같은 조로 활동하면서 꽤 친해졌다고 해. 때문에 친구를 추모하기 위함이기도 해. 남의 일이 아닌 거지."

J: "그렇기에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했겠구나.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어?"

김경호: "사실 안산에서도 이런 행사는 하는데 속초 자체에서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됐어.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가두행진 중에 분위기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까 봐 걱정했지."

김상경: "사실 구호를 엑스포 광장이 아니라 4분 16초동안 가만히 있는 동안 외치려고 했거든. 그런데 경찰 쪽에서 민원이 들어올 것 같다고 해서 계획대로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어. 준비하는 과정에선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 딱히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였으니까."

J: "페이스북에서 속초 YMCA연합회에서 뿌린 홍보지를 봤어. 그런데 다른 지역 YMCA에서 뿌린 홍보지하고 디자인이 똑같더라구. 무슨 의미라도 있는 거야?"

김상경: "오늘 원래 안산에서 추모행사가 있어. 원래 우리도 갈 예정이었는데, 지역 추모대회랑 겹쳐서 못 가게 됐어. 그래서 전국의 청소년들이 같은 마음이라는 뜻에서 디자인을 같게 한 거야."

김상경(좌)와 김경호(우) 속초 세월호 추모행사를 주도한 두 청소년이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상경(좌)와 김경호(우) 속초 세월호 추모행사를 주도한 두 청소년이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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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던 그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어?"

김상경: "솔직히 처음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 구조될 줄 알았어. 그 다음날에도 다 구할 줄 알았는데... 에어포켓에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희망을 품었는데 점점 사라져갔어.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마다 뉴스 틀어놓고 애들이랑 슬퍼했어."

김경호: "사실 난 처음엔 세월호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었어. 물론 다 구조됐음 좋겠다... 불쌍하다.. 그런 생각은 있었지. 그러다가 어느날 집에서 혼자 세월호 추모 영상을 본 거야. 배경 음악으로 신용재의 '사랑하는 그대여'가 나오고 울부짖는 엄마아빠들이 나오는 영상인데, 그걸 보고 엄청 많이 울었어. 집에서 혼자. 그 때 내가 왜 무관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김상경: "사실 이번에 YMCA전국회의를 갖다오면서 느낀 건데, 안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세월호를 안전과 연관시켜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 아직 진실이 다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데 다른 지역에서는 세월호를 안전하고만 연관지어 생각하려는 게 안타까운 것 같어."

김경호: "전국회의에서도 안산 임원들하고 이 일로 오랬동안 논쟁을 벌였어. 그걸 보면서 정말 TV로만 보는 우리와는 다르구나... 남겨진 이웃들은 정말 애절하구나.. 그걸 그 때 다시 한 번 느꼈지."

J: "세월호 참사 이후 벌어진 일들해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줄래?"

김경호: "(유족들을 강제진압하고 연행하는 경찰들을 보면서) '이게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나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하지만 유족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들도 마찬가지로 안타까워 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임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아파해 주고, 안타까워 해줬음 좋겠어."

김상경: "난 너무 화 나. 한국인보다 해외에 사는 교포들이 더 화가 나 있다고 하잖아... 우리 나라가 너무 부끄러워."

J: "같은 또래들이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때?"

김경호: "내가 세월호 배지를 달고 다니잖아. 그런데 복도에서 그 배지를 왜 아직도 달고 다니냐고 묻는 애들한테 정말 화가 나. '만약 네 친구가 그런 일을 당했으면 어떨 것 같냐'고 물으면 아무말도 못하지만. 나는 어른들 시선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또래들은 그런 생각을 좀 안 했으면 좋겠어."

김상경: "이번에 페이스북에서 아이스버킷처럼 태그를 해서 추모글을 복사해 올리는 캠페인이 있었는데, 누가 이렇게 글을 썼더라. '이건 추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태그하기 위한 거다. 복사해서 붙여 넣기하는 게 무슨 추모의 의미가 있냐'고. 페이스북처럼 잘 퍼저나가는 공간에서 조금만 더 생각을 하고 글을 써 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

행진을 끝내고 포즈를 취해보이는 이태민(18, 속초고)군 행진을 마친 뒤.
▲ 행진을 끝내고 포즈를 취해보이는 이태민(18, 속초고)군 행진을 마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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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속초라는 작고 보수적인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펼치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해?"

김상경: "속초가 생각이 개방적이지 못하잖아. 그런데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면서 우리 또래들의 생각이 바뀌어가니까 보람이 느껴져. 다른사람들에게 세월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했다면 우린 이 일을 잘 한거라고 생각해."

김경호: "일단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세월호를 떠올리는 걸 보고 이걸 하길 잘했다는 보람이 들었어. 앞으로 많이 이런 행사를 하고, 부담스러워서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참여했음 좋겠고, 어른들의 생각도 바뀌었음 좋겠어."

J: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김상경: "청소년이 뭘 알고, 무슨 생각이 있냐고 여기는 어른들이 있는데, 청소년도 자기 생각이 있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좀 더 귀를 기울여 줬음 좋겠어."

김경호: "우리나라가 좀 더 많은 방식으로 안전에 대해 신경 써 줬으면 좋겠어. 내 또래가 희생됐기 때문에... 그저 안타까워.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따지지 말았음 좋겠어. 어차피 우리 모두가 똑같이 그들을 못 지킨 죄인이기 떄문에 똑같이 안타까워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 편집|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곧 세월호 1주기 입니다. 추모는 꼭 죽은 사람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추모를 하면서 남겨진 이들을 위로하고,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태그:#세월호,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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