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향신문> 4월 10일자 1면.
 <경향신문> 4월 10일자 1면.
ⓒ 경향PDF

관련사진보기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 직전 김기춘·허태열 두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성 전 회장의 마지막 카드는 '사정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0일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이 2006년 9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 2007년 허태열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캠프 본부장(전 비서실장)에게 7억 원을 각각 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성 전 회장이 전날 청담동 자택을 나온 직후인 오전 6시부터 50분간 전화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기사 바로가기).

성 전 회장의 진술은 상세했다. 그는 "김기춘 전 실장이 VIP(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 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며 "당시 수행비서도 함께 왔다"고 했다. 또 "2007년 허태열 본부장은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 원을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갔다"며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갖고 가고 내가 직접 줬다"고 말했다.

"(친박계) 메인에서는 다 안다... 꼭 좀 보도해달라"

9일 오후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경찰 관계자들이 옮기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9일 오후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경찰 관계자들이 옮기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는 "기업하는 사람이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면 무시할 수 없어 많이 했다"며 "(박 대통령이 2007년 당시) 그렇게 경선을 치른 것"이라고 했다. 적은 돈도 아닌데 자신이 먼저 허태열 본부장에게 건넬 이유가 없다며 "다 압니다, (친박계) 메인에서는…"이란 말도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은 "의리나 신뢰 속에서 (박근혜)정권 창출에 참여했다"며 자신과 회사를 상대로 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상황을 두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검찰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친박계를 직접 언급하기까지 했다.

성 전 회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도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의원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났고, 그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며 "대선 과정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왔다"고 강조했다. 'MB(이명박)맨'이 아닌 '박근혜맨'인 자신을 겨냥한 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보이는 대목이다(관련 기사 : '자원외교 비리' 성완종 "나는 MB정부 피해자").

그는 본인이 '자원외교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선 상황을 두고 거듭 억울하다고 했다. 자신이 회사 돈 200여억 원을 빼돌렸을 뿐 아니라 9500억 원 규모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 역시 표적수사라는 취지의 발언도 남겼다.

성 전 회장은 "(검찰이)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 둬야지, 제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봐도 또 없으니까 또 1조 원 분식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저거(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랑 제 것(배임·횡령 혐의)을 '딜(협상)'하라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라고 덧붙였다. "내 하나가 희생됨으로서 다른 사람이 더 희생되지 않도록 하려고 말한다"며 "맑은 사회를 앞장서 만들어주시고 꼭 좀 보도해달라"고도 했다.

표적수사 논란에 정치자금 문제까지... 판도라 상자 열리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기춘·허태열 두 전직 실장들이 모두 "그런 일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기춘 전 실장은 <경향>과 한 전화통화에서 '성 전 회장 주장이 거짓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알지 못한다,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기자를 직접 만난 허태열 전 실장 역시 "사실관계를 떠나서 그런 일은 모르지만, 이러쿵저러쿵 말한다는 게 망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그래서 노코멘트를 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박 대통령의 정치자금 문제로 도마에 오르는 일 자체가 정국을 뒤흔들 수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 '7인회'로 활동할 만큼 박 대통령과 친분이 깊고, 이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인 허태열 전 실장도 박 대통령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자금 의혹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9일 김영록 수석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으로 "(성 전 회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0일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그러한 진술이나 자료 제출은 없었고, 향후 수사 여부는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며 일단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태그:#성완종, #박근혜, #김기춘, #허태열
댓글3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