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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31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4.29재보궐선거 공약발표회'에서 오신환(서울 관악을) 후보가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31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4.29재보궐선거 공약발표회'에서 오신환(서울 관악을) 후보가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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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8일, 4·29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관련기사 : 베끼기와 짜깁기... 오신환 후보 석사논문 표절 의혹).

<오마이뉴스>는 해당 보도 전, 오신환 캠프에 표절 의혹과 관련된 문헌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해명을 요구했다. 이틀을 기다렸지만 오신환 캠프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해명에 응하지 않았다. "선거 사무소 개소식 준비로 너무 바쁘다"라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에 표절 의혹이 보도되자 오신환 캠프는 각 언론사에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오신환 캠프는 "확인 결과 <오마이뉴스>가 문제제기한 문헌들은 논문 본문 각주와 참고문헌에 출처가 명기돼 있다"라며 "<오마이뉴스>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언론을 상대로 한 오신환 후보 측의 거짓 해명

유감스럽게도 "표절이 아니다"라는 오신환 캠프의 주장이야말로 사실이 아니다. 오신환 캠프는 언론을 상대로 거짓 해명을 내놨다. <오마이뉴스>가 오 후보의 논문 중 표절이 의심된다고 지적한 부분을 살펴보자.

오 후보의 논문 9페이지에서 10페이지 사이 내용은 서울시정개발원(현 서울연구원)의 2002년 연구보고서 <서울시 문화정책의 효율화방안 연구: 문화도시화 전략을 중심으로>의 내용과 4개의 문장이 동일하고 11개 문장은 일부 표현만 바꿔 표절이 의심됐다. 하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 출처 표시가 없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의 논문 중 표절이 의심되는 10페이지. 동일한 내용이 담겨있는 서울시정개발원 연구보고서를 인용했다는 출처 표시가 없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의 논문 중 표절이 의심되는 10페이지. 동일한 내용이 담겨있는 서울시정개발원 연구보고서를 인용했다는 출처 표시가 없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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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오 후보의 논문 19페이지의 경우 마지막 문장만 빼고는 상지대 경제학과 임상오 교수의 논문 <문화경제학의 입장에서 본 컬쳐노믹스> 중 13문장이 일치했다. 그러나 역시 출처 표시가 없다.

오신환 후보의 논문 19페이지. 표절 의심 문장이 13개에 달하지만 출처 표시는 없다.
 오신환 후보의 논문 19페이지. 표절 의심 문장이 13개에 달하지만 출처 표시는 없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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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오 후보의 논문의 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80페이지에서 81페이지를 보자.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 12개 중 4개는 임상오 교수의 논문과 똑같았고 8개 문장은 일부 표현만 바꿔 썼다. 역시 아무런 출처 표시가 없었다. 

오신환 후보의 논문 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81페이지도 표절이 의심되지만 출처 표시가 없다.
 오신환 후보의 논문 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81페이지도 표절이 의심되지만 출처 표시가 없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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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오 후보의 논문에서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타인의 저작물을 그대로 가져다 쓴 부분은 신문기사를 포함하면 20곳에 달한다.

그럼에도 오신환 캠프는 "각주와 참고문헌에 출처가 명기 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둘 중 하나다. 의도적인 거짓말이거나 논문 작성의 기본도 모르거나. 논문을 쓰면서 인용하거나 참고한 문헌을 논문 끝에 따로 밝히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참고문헌을 성실히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논문 본문 중 인용된 부분에 출처를 표기하지 않으면 표절이다.

그럼에도 오신환 캠프는 언론 해명 자료에서 <오마이뉴스>가 표절이라고 지적한 부분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제대로 출처 표시를 하고 인용된 다른 부분을 근거로 "표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신환 후보 측에서 언론에 배포한 해명 자료. <오마이뉴스>가 출처 표시가 없어 표절이 의심된다고 지적한 부분이 아니라 논문 중 출처 표시를 한 다른 부분을 근거로 "표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신환 후보 측에서 언론에 배포한 해명 자료. <오마이뉴스>가 출처 표시가 없어 표절이 의심된다고 지적한 부분이 아니라 논문 중 출처 표시를 한 다른 부분을 근거로 "표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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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캠프는 신문기사를 인용했음에도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고의가 아니라 논문을 처음 작성해본 초심자의 실수"라면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책대학원 논문이 저평가받는 이유

오신환 캠프의 해명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따로 있다. 오신환 캠프는 "해당 논문은 교수 임용을 위한 박사논문이 아니고 정책대학원 졸업을 앞둔 대학원생의 졸업 논문이었음을 감안해 주실 것을 정중하게 당부 드린다"라고 했다.

'정책대학원 석사논문이었음을 감안해달라'는 이야기는 어떤 의미일까? 박사논문 표절은 안 되고 정책대학원 석사 논문 표절은 '관행'이니 눈 감고 넘어가 달라는 이야기일까? 교육부의 표절 가이드라인은 석·박사 학위를 위한 논문인지, 교수임용을 위한 논문인지에 관계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출처 표시 없이 베끼는 행위를 표절이라고 한다.

정책대학원 논문이 이처럼 저평가를 받게 된 것은 오 후보처럼 베끼기와 짜깁기로 논문을 작성하는 일부 대학원생들과 이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고 학위를 내주는 대학의 탓이 크다. 오 후보처럼 논문을 작성하는 이들 때문에 성실히 연구해 논문을 발표하는 이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오 후보가 논문 표절 보도에 대해 대응하는 태도도 공직후보자로서 자격미달이다. 과거의 부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될 일인데 거짓 해명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과거의 거짓을 또 다른 거짓으로 덮으려는 오 후보의 태도를 서울 관악을 유권자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태그:#오신환, #논문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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