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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동민(한양대 겸임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서명준(언론학 박사),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정연우(세명대 교수), 김은규(우석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

지난 3일 <조선일보>는 4면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세월호 특별조사위 인원 90명>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조사위 정원을 125명으로 하자고 하는데, 세월호법 시행령은 90명으로 정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미국 9․11 테러 조사위 정원 80여명 ▲스웨덴 에스토니아호 침몰사고 조사위 36명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싣고 부연설명을 달았다.

또 세월호 인양문제를 언급하며 "에스토니아호의 경우 천문학적 인양비용이 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스웨덴 정부는 일부 유가족들의 반대에도 선체 주변에 자갈과 콘크리트를 부어 해저묘역을 만들었다"고 덧붙이며 위의 내용을 표로 정리해놓았다.

4월 3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4월 3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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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왜 에스토니아 호를 언급했나

<조선일보>가 스웨덴 에스토니아호를 언급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25일 <조선일보>는 사설 <세월호 인양해야 하는지 아닌지 논의할 때 됐다>에서도 에스토니아호를 언급하며 "세월호 인양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고난도 작업", "인양비용도 1000억 이상", "인양해도 시신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등 인양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이상하다. 지난해 11월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주요 해외 침몰선박 사례 15건 중 인양을 한 사례가 14건이다. 세계적인 추세가 해양오염 및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인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2년 침몰한 콩코르디아호는 세월호에 비해 16배나 더 무거움에도 2년반에 걸쳐 온전하게 인양됐고, 그 결과 마지막 실종자였던 인도인 웨이터까지 발견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최근 사례는 다루지 않고 20년 전인 1994년 에스토니아 호 얘기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유족들의 반대에도 인양을 포기했고, 유족들은 정부가 보고서를 낼 때까지 3년간 기다린 후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등 에스토니아호 기사를 통해 (세월호)유족들이 자중해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에스토니아 호의 사례처럼 세월호 또한 인양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참사 발생 한 달도 안 돼 "인양해야" 주장했던 <조선>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이 있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인양'에 대한 거부감을 보일 때도 '조심스레' 인양을 주장한 신문이다. <조선일보>는 사건 발생 2주 만인 4월 말, "수색을 포기해선 안 돼지만 가족들이 인양을 선택할 경우 곧바로 작업이 이뤄지도록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5월 초에도 천안함 가족들이 잠수요원들의 희생을 우려해 수색 대신 배를 인양해 달라고 군에 요청했다는 사례를 들며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과 당국이 수색과 인양을 병행하는 방안을 놓고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이제는 인양을 하지 말자는 다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선체인양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구호 외치는 416연대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선체인양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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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나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승객들을 나 몰라라 한 채 혼자만 빠져나온 선장에게,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은 해경에게, 승객들 구조보다 '의전'을 챙긴 사람들에게 분노했다. 돈을 더 벌겠다고 불법과 탈법을 일삼은 선박회사와 그들에게 돈과 뇌물을 받고 모른 척 해준 정치인들과 관료들에게 분노했다. 국민을 지키지 않은 정부에 분노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덮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들의 시선이 수색현장에 있을 때는 인양을 얘기했다가, 이제는 '국가예산 1000억 원 이상'을 운운하며 인양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노란리본도 걷을 때가 됐다",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며 으름장을 놓고, "유가족들 의사만 물을 게 아니라 많은 국민의 의견까지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며 국민들과 유가족들을 분리한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 16일 이렇게 말했다.

"살아갈 기력을 잃은 유족들에게 그들이 고립된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희생자들이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이 사회가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유가족의 억울함은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야 할 때다. '살아갈 기력을 잃은' 유족들을 누가 '떼쟁이'로 둔갑시키고 있는지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언련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세월호, #시시비비,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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